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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아날로그의 반격

by Khori(高麗) 2018.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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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 제목과 현재의 시대 흐름이 반목한다. 세상은 기술 구현의 시대를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스마트의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 대상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것보다 목표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얻는 방법을 추구한다. 빼곡한 도표를 정리하는 것은 자동화하고, 이를 그래프로 한 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처럼 지향성을 빨리 이해하기를 희망한다. 비트코인의 논쟁처럼 이런 기술 변화가 현재에 각광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9장과 네 가지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 하는 아날로그 사업이 사업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세와 비교하면 지엽적인 부분이 틀림없다. 저자도 이야기하려는 부분은 왜 죽어가는 시장 또는 아날로그적인 사업이 죽을 때가 되었는데 아직도 생존하는가? 다시 죽지않고 명맥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발전한 결과다. 그 지적 호기심에 관하여 나는 사업이란 측면보다는 사람이 갖는 고유한 아날로그적인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중심의 세계에서 아날로그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Full-HD, UHD의 고해상도의 영상과 이미지란 결국 자연과 세상에 존재하는 원본을 조악한 2D로 복제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Flac, MP3 같은 고음질 음악이란 기가막힌 현실의 연주를 비슷하게 복사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잡음이란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지워버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현실이라는 아날로그의 세계에서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상상과 같은 감각의 영역을 통해서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흡수한다. 이성적 판단의 논리적 데이터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그것만을 사용하는 영역은 사람이 살아가는 활동 반경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 디지털은 그 핵심 keynote만을 직접 그 곳에 가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함이 있을 뿐이다. 그 편리함의 장점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적 제약을 덜어주는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우리는 지금 그것이 극으로 치닫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물과 개인과의 1:1 관계일 때가 많다. 이런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날로그는 인간문명의 흘러온 시간만큼 발전되어 사람에게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편리함을 취할 수록 공허함, 외로움이 따르고, 아날로그 부분을 따를 수록 경험이 축적되어 복합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장인이 되는 반면,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부분이 있다. 책의 표현처럼 낭만, 우연이 없이 소모적이다. 


 이 책에서 디지털의 단점 중 하나가, 특정 단계의 일을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 말하는 지랄총량의 법칙이 여기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 정보를 비교하고, 스타일, 가격, 성능을 일일히 찾아보고 리뷰를 쓰게 하기도 한다는 구절을 보면 와 닿는 부분이 있다. 오프라인 가게는 고객이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항목에 따라 주인이 도움을 준다. 포털을 통한 검색을 하면 추가적인 가격을 인하해 준다. 하지만 나는 이 정보를 찾을 때 마다, 포털이 엄청나게 많은 판매정보를 올릴 수 있게 하고, 동시에 엄청난 garbage data를 만나게 된다. 컴퓨터를 찾으면, 컴퓨터 소모품이 엄청나게 뜨고, low to high price 검색은 무의미하다. 이런 압도적인 불량 데이터는 사람인 나에게 빠른 포기와 윗줄에 나타난 prime, 우수판매자 중에서 선택을 하도록 내 의지와 상관없는 강요를 받는다.


 그럼에도 생활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들어온 디지털이 역전되거나, 사라진 아날로그가 과거의 명성을 과거의 방식으로 찾는 것은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아날로그가 갖는 특성을 체험하게 하는 형태로, 디지털의 세계와의 관계가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성비라고 말하는 최신의 의사결정 요인이 범접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감성적 체험 효과 또는 호기심 상상력과 같은 두뇌활동의 영역일 수도 있다.


 올림픽 때문에 평상시에 거의 안보던 텔레비젼을 많이 본다. 삼성, LG의 광고를 보면 "우리 제품 이 정도 성능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성능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형태로 광고를 보여주며 사람의 욕망을 자극한다. 자랑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도 된다. 하지만 화려하지만 구닥다리 방식이다.  어려서 할머니가 말씀하시던 '구가다'...


 반면 애플의 광고를 보면, 이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광고를 통해서 삼성, LG는 직관적으로 "저런 제품이구나"에서 끝난다면, 애플의 광고는 "나도  해볼까?", "저렇게 사용하는구나!"라는 인간의 호기심과 오감을 전체적으로 자극한다. 이는 큰 차이다. 책에서도 유수의 선도기업들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내부적으로 품고 있다는 것, 애플이 누구보다는 애플 스토어를 통해서 O2O를 구축해온 것은 시사점이 크다. 


 내 생각에 3개회사 모두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CX(고객 경험, Customer Experience) 디자인을 제품 기획단계에서 엄청나게 고려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고, 결국에는 싸냐, 비싸냐, 이런 것이 되냐 안되냐의 접근과 살아가면 이렇게 써봐요는 대단한 전략적 수준과 접근 방식의 차이다. 사업적으로도 내부의 역량과 정책이 시장과 alignment되어 영역을 확보한다. 잘 만들고 결과적으로 관습적인 가격, 성능이라는 그놈이 그놈이 시장의 가장 쉬운 접근 방식을 택한다는 것은 삼천포로 빠지는 것과 다름 없다. 지향점과 목표가 사라져버리는 것이고,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다. 고급진 시장을 지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다.


 디지털이 지향하는 빈틈없는 표준화의 문명이 사람에게 주는 소외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내가 세상에 실재하는 존재물이라는 자각을 준다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갖고 온다. 그것이 하나의 몰입, 충성도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형태는 결국 사람이 사람이 돕는 형태가 아날로그적인 사업으로 오래 존속 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의사, 변호사, 검사와 같은 사짜돌림 직업도 사실 전부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다. 


 디지털도 그림처럼 여백이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디지털은 여백을 bug 또는 불필요한 것으로 삭제한다. 그 만큼 현실과 거리감을 갖는다.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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