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 (冊)

겹겹

by Khori(高麗) 2014. 8. 14.
728x90
반응형

[도서]겹겹

안세홍 저
서해문집 | 2013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란 기계는 태생에 하자가 있음에 틀림없다. 참 눈물이 없다. 왠만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편이지만 정말 미친듯이 펑펑 울어본 적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부록이 되서부터는 요즘은 칠칠맞게 병아리 눈물만큼 눈물이 고일때가 있기도 하는 걸 보면 아예 불량품은 아닌것 같다.


마침 카트에 담아두고도 먼저 읽을 것들을 사게되고, 쌓아 놓은 것부터 해결하자면서 미루어왔던 녀석을 선물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불과 한챕터를 읽자 마자 이놈의 불량품이 지랄맞다. 지난번 서해문집에서 나온 "역사가에게 역사를 묻다"를 보면서도 몇몇 구절이 참 가슴속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일깨웠던적이 있다. 


'조선말을 잊어버린 게 가슴 아파'라는 한줄이 마음속에 또다시 한줄기 작은 울림을 만들어 놓는다. 옆에서 산수문제 푸는 어린이와 마나님을 보면 '저기 미칬나?'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조용히 방에 들어와서 한참 덮었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저 한마디에 소박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피폐해진 삶 속에서의 한가닥 희망, 애절함 아니 한 사람으로써의 근본적인 갈망을 모두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의 불편한 현실속에서 잊혀질사람, 잊혀져야할 사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년 역사교과서와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일본을 비난하고, 독도문제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수요시위에 대한 나의 자세와 태도만으로도 돌아볼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한국에 계신분들을 위해서 자동차를 샀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있지만, 정작 중국에 계신 이 가련한 분들은 그렇게 잊혀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기억해지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삶을 유린당하고도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과 또 그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름의 이랑만큼 깊은 상처와 주름의 숫자만큼의 고난을 어루만져주지도 못한 그들이, 오히려 작가에게 보여주는 따뜻함은 더욱 감동과 슬픔, 죄의식을 더 깊이 느끼게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제국주의의 문제이전에 인간존중과 사랑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제도화한 것은, 인간으로써 상상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이다. 현실에서 성폭력범죄가 가볍게 처리되는 것도 사실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살인은 더 깨끗할지 모른다. 평생의 상처와 공포, 죄의식, 자책, 포기와 같은 어둠속에서 피폐된 정신과 몸을 이끌고 살아가는 것은 차라리 죽는 것만 못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때가 많다. 돈 300원에 일하러 간다고 속인것 이전에 이런 생각자체의 문제와 행위로 발생된 피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속에서 이런 반문명적 행위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런 그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반인륜적 태도와 생각은 2차적 살인이란 생각이다. 거기에 다시 그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조국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따뜻한 손을 보듬어 줄 수 는 없어도, 그들을 기억해야하는 이유와 그 당위성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한다.


역사문제를 피아의 구분으로 남의 잘못만 탓하고 나의 잘못을 가리는 행위도 문제이고, 근거없는 우월함을 바탕으로 남의 잘못만 비난하는 것도 맞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다. 인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그들에겐 그러한 권리가 충분하다. 경제10대 강국이란 구호의 공허함과 의식수준의 개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은 조국도 그들이 잊혀지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이 문제는 조선인 여성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근대사의 아픔이라고만 하기엔 그 죄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한다. 수요집회에 어르신들의 외침은 어떤 역사논쟁보다 살아있는 역사다. 고국이 아닌 중국, 동남아시아등으로 흩어져 생존을 알 수 없고, 또 이름없이 사라져가는 가련린 그들의 존재를 기억해야하는 이유는 역사를 떠나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많이 앞서간 분들이 좋은 곳에서 새롭게 행복한 곳으로 떠나길 바랄수밖에 없다. 소중한 그대들이 더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시길....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