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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한국의 장터

by Khori(高麗) 201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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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의 장터

정영신 글,사진
눈빛 | 201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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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글로 자리잡은 "장터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한정식)는 책과 사진을 시작하기전에 만나는 아주 좋은 글이란 생각을 한다. 작가이자 사진가인 저자 정영신에 대한 응원과 감탄을 넘어서 사진 전문가로써 그의 사진에 대한 맥락과 이야기를 잘 짚어내고 있다. 아주 잘 써진 글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이란 카메라를 통해서 현상을 복사한다기보다 카메라 앵글을 담는 그 사람의 의도가 담겨진 것, 그리고 20여년 한국의 장터를 찍어온 작가의 정성과 역사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작가를 통해서도 그를 바라보는 전문가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작가의 20년 장돌뱅이처럼 전국 장터를 돌며 쌓인 전문성, 그 속에서 작가적인 따뜻함의 사진, 각 지역의 장터속에 남아 있는 역사, 이야기,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디테일은 정말로 재미있다. 특히 고장의 많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정리하고 찾아보았는지 그녀의 노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있는 현대식 속옷가게 앞에 좌판을 벌인 아낙네들의 모습이 있다. 그 속에서 장터란 삶과 생존의 현장이기도 하고, 동학농민운동처럼 그리스의 아고라보다도 역동성있는 광장의 역할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모든 소식이 전달되는 미디어의 역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확인하는 그런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곳에 여인들의 멋진 생존력이 함께한다. 좌판에 앉은 할아버지도다도 훨씬 오래 자리를 지키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 삶의 중심추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분좋은 할아버지의 손을 끄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도 예전 여러가지 기억도 나기 때문이다.

도회지 출신인 나도 어려서 장에 가본 기억은 없다. 아니면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모들손에 끌려 시장에 갔다가 무심코 먹어본 맛있는 순대라던가, 아버지가 새학기 맞아 사주신 문구류와 큰 맘먹고 사주신 야구배트와 글러브..물론 80년대초로 기억되는데 천원하던 바나나하나 먹겠다고 땡깡피워 결국 꿀맛같은 녀석 한개 먹고 두고두고 구박대기도 해봤으니 말이다.

  
지금은 항상 불켜져 있는 마트나 백화점이 익숙하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때까지만이라도 가끔 남대문시장에 새벽에 가보기도 했다. 특히 기분이 다운될때 새벽시장에 가면 좋은 점은 한가지다. 다들 열심히 일하는 모습만으로도 생동감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순두부찌개 한그릇, 작은 구루마에 밀고 다니는 커피는 정말 사람을 활기차게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경기지표보다 확실한 것이 새벽시장의 모습이라고도 생각한다. 막걸리 한사발, 국밥한그릇을 드시는 어르신들의 흐뭇한 모습은 필요한 물건을 산 만족감이라기 보단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겨움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상상해보고 또 미소짓게 된다. 그런 많은 이야기들이 책의 곳곳에 남아 있고, 맛갈나게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한정식 교수의 글에서도 한국에 장터에 대한 기록은 참 부족하다고 하다. 또한 장터의 자신이 어떤 멋진 모습을 담는 수단이라면 정영신의 사진속에서는 어떤 인간적인 기록, 역사, 정 이런것들이 빼곡히 차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지역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모르던 이야기, 말의 어원은 기본이고, 왜 많은 사람들이 장터를 나가는지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일부는 해맑은 사진속에서 일부는 글에 있기 때문이다. 

  

두어달쯤 전 우연히 모란장에 들른적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장이라고 한다. 지금은 개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우연히 들른 그곳에서 나같이 어린이 입맛에 딱맞는 맛난 핫도그를 먹고, 이것저것 꽃경도 할 짬이 있었다. 사진속에 할아버지가 느끼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시간이 된듯하다.


배낭여행도 해보고, 출장도 잦다보니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 글로벌 장돌뱅이에게도 전국의 장터는 참 새롭다. 이것저곳 다녀본듯 하지만 사진과 글로 분류된 전국의 장터들은 묘한 매력이된다. 그 전국 장터투어를 책으로나마 해 본것은 참으로 좋은 기억이 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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