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이라고 생각했는데 낙엽이 빠르게 지고 있다. 가야하는 곳이 있고, 와달라고 하는 곳도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다. 그속에서 사람들과 만나 삶을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일을 이야기 한다. 그럼에도 무리가 오는 일을 꺼리는 것은 로켓단의 말처럼 인지상정이다.


 멋진 가을 낙엽을 뒤로 하고 오라는 곳과 가야하는 곳을 골라서 길을 나섰다.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는 김우중의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가 성공했다면 경영학은 완전히 새로 써야 했지만 상식에 기초하지 않는 도전은 길지 못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전시회가 두 곳이나 있어서 세웠던 출장계획이 이번에 새로 거래를 시작하는 거래처의 긴급 요청으로 난리가 났다. 파트장과 나 둘 중 하나는 60시간에 가까운 비행시간을 짜야한다. 목표보다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는 녀석의 말이 재미있다. 공항가기 몇 일전에야 겨우 일정 조정을 마쳤다. 큰 업체를 만나는 것이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실속이 생길 때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갑자기 눈에 불똥이 틔어서 시작된 연애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식어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자료들을 취합하고 출장전에 파트너링 회사들을 모아서 내년도 사업에서 서로의 상생코드도 준비했다. 조금씩 준비해서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협력을 통해서 서로의 장점을 협력 보완하는 사업 마인드는 모든 분야에 필요하다. 인간에게 절대와 100%는 끊임없이 유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전시회에서 만나 새로운 잠재 거래처도 사업기회를 열기 위해서 봐야하고, 새롭게 떠맏게 된 사업팀의 업무와 진행 사항도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 모두가 내 맘갖지 않은게 삶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움직여야 하나 사람인지라 가끔 답답하다. 내가 도전하는 것에 미리 획을 그어서 움추릴 필요는 없지만 여럿이 모여서 산으로 등반을 시작할 때의 답답함은 결국 내가 그것을 잘 이해시키고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째던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되어 공항으로 길을 떠났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조금 쥐어주고, 마나님께 집을 맡기고 떠나는 60시간의 비행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메르카도르도법은 비행시간과 비교해보면 엉망진창이다. 실측 비교를 하는 자료를 찾아보면 극지방의 크기는 왜곡되어 머리에 세뇌된 셈이다.


 아직도 읽지 않은 책을 끌어안고 타자마자 3시간쯤 정신없이 잤다. 매달 비행기를 타다보니 볼 영화도 없다. 찌부둥한 몸을 잠시 펴고 오랜만에 브레이브 하트를 보기 시작했다. 전에는 전혀 없던 습관이 생겼다. 한번 본 영화를 두번 보는 것이다. 몇 가지 대사가 머리속에 들어오고, 내가 처한 현재의 상황과 맞춰본다. 비디오를 보면서 오디오의 한 자락이 많이 와닿는다. 그렇게 나만의 insight가 늘어가길 기대한다. 영화를 보면서 예전의 잔상이 다른 영화라는 것, 이런 내용이었는지하는 생각도 있다. 더 집중해서 보는 습관이 늘어가는 것인지, 꼰대화 현상의 장점인지 모르겠다. 책도 2챕터정도를 읽었다.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다보면 진도가 안나고 자꾸 정신이 들로 산으로  돌아다닌다. 그렇게 10시간 가량이 훌쩍 지나간다.

 모스크바 인근을 보니 구름이 많다. 하강을 시작하는데 창밖이 보이지 않는다. 도시가 들어나자마자 "어머...눈이 왔어!"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사실 칼바람이 부는 한국이 훨씬 춥다.  내리자마자 폭주하는 카톡메세지, 스팸같은 외교부와 통신사의 메세지가 여러번 들어온다. 자정의 한국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입국장을 빠르게 나왔다. 

 

 한국과 무비자가 되었을 때엔 "당신 왜 비자가 없어?"라는 질문을 수 차례하더니, 이제는 "사업차 오셨나? 아님 관광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Business"라고 답하는 순간 비자내놓으라는 닥달이 시작한다. 지난번에 갔이 왔던 분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설마 너 관광왔겠지?"라고 해서 눈치빠르게 "그럼그럼"하고 나왔다. 여전히 묵뚝뚝하지만 오래전에 비하면 아주 좋아졌다. 게이트마다 러시안, 외국인, 외교관이 있지만 구분없이 다 받아주는 평등의 입국장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입국장을 나와서 공항택시 2100루블이라서 우버를 타려고 했다. 공항 출발 우버는 타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Yandex Taxi kiosk가 있다. 1300루불이라는 말에 예약을 했다. 역시나 카드는 안받고 현찰박치기다.  고속도로를 타겠다고 500루불을 더 낼꺼냐고 물어본다. 눈이 큼지막하고 몸짓은 산만한 아저씨가 껌벅껌벅 물어본다. 그것도 러시아말로... 역시 영어로는 말이 안통하지만, 금새 네비게이터에 google translator를 올려서 물어본다. 음성인식이 꽤 좋다. 안되는 건 내 발음이 안좋아서 잘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이 아저씨 러시아 말도 이상한가 몇번 다시 한다. 까레이스키라는 말에 한국어로 바꿔서 해봤는데 훨씬 좋다. 고속도로와 길거리의 서구와, 차량의 통신기기들의 발전을 보면 년 초의 모습과 또 다른다. 


 40분만에 호텔까지 주파해서 빠르게 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기는 키르키스탄에서 돈벌로 왔단다. 카자흐스탄에 가 본적이 있다고 하니 신이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중간중간 가족들과 what's app을 한다. 오디오 메세지를 보면서 무전기 생각이 난다. 어째던 호텔에 도착해서 2천루블을 주니 영수증 없고, 잔돈도 없단다. 이건 아직 변할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호텔에 짐을 부리고 저녁에 해야할 자료정리들을 머리속으로 정리했다. 잠시 호텔앞에 나가서 도시락 라면도 하나 사고, 집에 사갖고 갈 보드카도 하나 사고 환전도 했다. 여전히 공항은 날강도 환율을 적용한다. 길거리 슈퍼의 환율이 훨씬 좋다. 영국 파운드도 환전이 되는지 물어보니 손짓이 우리가 가라고 하는 모습으로 흔들어 댄다. 한국도 러시아도 GBP는 과거의 명성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호텔에서 준 별도 바우처도 귀찮고, 일은 커녕 샤워하고 맥주 한잔 마시고 얼른 누워서 잤다. 메일 한두개를 읽어서 정리하고, 3일간 500개의 메일 러쉬도 어이가 없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고 새벽부터 딸랑딸랑 울려대는 메세지 알람에 깼다. "새벽부터 혼날래?"라는 답신을 날리면 급한 내용을 확인했다. 시간을 잘 못 알았다고 말하는 파트장의 응석을 바로 뒤집기 시작했다. 말한 자료를 빨리빨리 내놓으라고 닥달했다. 이런게 나이가 들어가면 생기는 심통이다. ㅎㅎ 아침부터 한러 컨퍼런스로 고객 대응을 정리하니 일찍 일어나도 너무 일찍 일어났다.


 컴퓨터를 켜고, 어제 하지 못한 자료정리를 정리해서 오늘 출발하는 녀석과 사업팀 사람들에게 배포했다. 시간이 남아서 메일 정리도 하고, 회신도 하다보니 배가 고프다. 새벽에 현지에 사는 외사촌 문자가 와서 잠시 만나서 밥먹을 시간을 맞춰보기로 했다.  오늘 만나야 하는 친구이자 고객도 다음주 전시회라 정신이 없다고 사무실에서 보자는 회답이 왔다. 40시간 비행을 할려면 다음주에 왔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년말 장사와 내년 장사에 대한 틀을 잡아야 한다. 새로운 고객도 만나야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반구로 움직여야 한다. 이것 때문에 짐이 겨울과 여름옷으로 복잡하다. 오늘 해야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고, 내일 해야할 계획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시장을 위해서 해야할 일도 좀 이것저것 하게 된다.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러준 지인들을 보면 그들과 함께 연결되어 있으면 도움만 받고 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도 조금 아쉽다. 내가 아는 지인들이 모두 잘 될 수는 없지만, 다들 큰 일없이 그럭저럭 잘 살아갔으면 한다. 그 속에서 내가 먼저 베풀어 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면 전생에 단군 할아버지나 웅녀에게 테러를 가한 업이 있는게 아닐까 상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번생이 이렇게 빡셀일이 없다고..그런데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듯 하다.


 새벽의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아침먹고 담배도 한 대 태우면 길거리를 보면 재미있다. 이 모습에서 앵글이 조금만 돌아가도 적막강산처럼 불빛이 적다. 

 방에 들어와서 마실나갈 차비를 한다. 패치카에 널어놓은 양말이 아주 빠짝 말랐다. 긴 출장에서 간단한 것은 샤워하면서 빨래를 하게 된다. 궁상맞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가방에 옷만 들고다닐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샤워를 하다가 물을 많이 쓰는지 갑자기 찬물을 맞기는 했지만 정신이 번쩍들어서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빠짝 마른 양말처럼 오늘 마실나간 일이 잘 되길 바래본다. 

 이란에는 그제 지진이 나고, 한국에 지진이 나고 여전히 카톡은 울려대고 바쁘다. 그래도 많은 부탁을 했던 사람들이 모인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때와 장소가 맞아야 무엇인가가 되지만 그 속에서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서로의 장점을 갖고 함께 할 사람이 온다는 것, 그가 또 우리 조직에 많은 새로움을 부어줄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가 잘 자리잡고 본인의 성장과 발전도 함께 하기 위한 책임감을 갖아야 겠다. 아무리봐도 단군할아버지나 웅녀를 대충 몇 대 쥐어박은 것은 아닌듯 하다. 기억도 안나는 전생의 상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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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ori(高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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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늦은 밤에 자판을 두길기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의 증거처럼 보인다. 


 스스로의 행동은 마음의 저울로 확인하고, 바쁘게 보냈는지는 거친 숨소리와 나만 느낄 수 있는 상태로 판단한다. 무엇보다 목표와 결과를 비교함으로 앎을 쌓아간다. 써 놓고 보니 그 속에 옳고 그름, 좋고 싫음과 같은 것을 쓰지 않았다. 배우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나를 이기는 어려움이란 결국 시작할 때의 투지와 돌아볼 때의 상태가 얼마나 동일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삶이 후회가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모두 나에게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전시회에서 만나 고객의 답장이 왔다. 내가 써 놓은 始終如一이란 글귀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재미있는 녀석, 독한 녀석 이런 생각이 들다 웃음이 났다. 어디에 살던 사람은 유사하다. 그런 사람과의 교감은 멀리 있어도 자기가 한 말을 지켜감으로 넓어진다. 


 창립기념일인데 출장 중 잡은 약속이 2개나 된다. 년 초 업체와 협력을 하기 위해서 선수를 보냈더니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인들도 있고, 협력사 부사장님께 민망하기도 하다. 잘 되지 않는 일은 상생을 추구한다고 말하고 마음 씀씀이가 내 것만 바라보는 이기심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철학은 사회적 의식 수준을 반영하는 좋은 예이다. 문화가 성장하지 않으면 절대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먼저 아는 지인과 커피를 마시고 올라가려는데 부사장님이 쓰윽 보고 가신다.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아니면 예전보다 뻔뻔해져서 일지도 모른다. "부사장님, 년 초에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드리고, 일을 맞겨드렸더니 진도를 하나도 안 빼주시면 어떻게 해요?"하면 웃으면 말씀을 드렸다. 부사장님도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시지만 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협력 방향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신다. 같이 동행한 팀장이 "저희 선수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지요?"라고 이야기하자마자 답답한 속내를 알아줘서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숨을 한번 크게 쉬시더니 "담배 피우러 갑시다" 하신다. 서로의 어려움과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합의가 되었다. 금년보다 내년에는 더 잘 될 것이란 확신을 갖는다. 아는 지인은 드래곤볼 모으듯 함께 일하고 싶은데 각자의 삶에 자기의 길을 세워가는 듯하다. 부사장님과 잘 이야기하고 마중을 해주는 지인에게 "너만 잘 하면 된다는데 어르신 속을 썩이냐?" 그랬다. 아군이냐 적군이냐를 외치는 녀석의 얼굴이 밝아서 좋다. 


 다른 곳 사장님은 협력에 대해서 걱정을 하신다. 동종업종이기에 동업자 정신이 주는 긍정과 부정을 함께 고민한다. 협력을 할 때 상대방에서 버려야 하는 것을 걱정하고, 얻어야 하는 것들을 함께 돌아본다. 이런 파트너는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해 보이기도 하고 의사결정력이 없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뭐든 팍팍 지르고 폼내는 사람이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을 갖고 논의하는 사람과 실력이 있는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서로 잘 논의를 하고 나서 "사장님 제가 2년 쫓아다녀서 승낙받은 거예요?"라고 응석을 부리니 활짝 웃어 주신다. 다시 한번 시종여일이란 말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출장 갔다가 온 팀원, 거래처 사장이자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팀원은 일이 잘 되었고, 친구도 바쁘게 잘 되어간다. 업계 사람들에 대해서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어제도 파김치가 되도록 고객님 뒷치닥거리를 하고 왔는지 얼굴이 까맣다. 연말 오더도 신경쓰라고 하려다가 고객 이야기를 하는데 "대학생이네 대학생"이라고 농담을 하게 된다. 담소도 나누고 정보도 교류한다. 그러나 일보다는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해외영업팀장이 고객하고 수주활동만 하는 일이면 좋겠지만, 사람 사는 게 그렇게가 않다. 공사 구분도 중요하고 공사다망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별것도 아닌 일에 거품을 무는 고객님을 skype로 달래줬다. 성질 급한 사람은 한국에만 모여 살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나 "빨리빨리"는 있다. 이 말이 많이 홍보되고 수출되었는지 요즘은 해외 고객들이 더 한다. 하긴 함께 온 고객사 엔지니어가 자기 회사 영업본부장을 보며 "그놈의 빨리빨리"라는 말을 들을 때 서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생일이라 일찍 들어와서 누워있었더니 출장 간 녀석 전화가 왔다. 


"한국에서 전쟁 난다고 하는데, 전쟁 나고 납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써달라는데요?"


순간 전화기 줄을 땡겨서 한 대 떼리거나 무선으로 전기 충격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00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그 요청부터 공문을 보내라고 해라. 생일날 이따위 질문을 들으니 ㅎㅎㅎㅎ"하고 끊었다. 농담이면 좋겠는데 아니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다. 나중에 좋은 생각이 나서 다음날 카톡을 날렸다. "일 년치 발주를 한 번에 내시라고 해라" 안타깝게 비행기 탑승으로 전하지 못했단다. 분명 저 공문이 오는 날을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는 메일을 조금 보고, 업무 관련 내용, 지시, 요청 등을 정리했다. 여력과 능력이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와줄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모든 일을 하지 못한다. 또한 사람들은 도와주면 그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자꾸 떠먹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방향을 잡고, 걷는 훈련을 시키고, 넘어져도 보게 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화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들판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화원에서는 잡초를 뽑고, 들에서는 화초를 뽑는 게 사람이다. 조금 사적으로는 재수 없어 보이지만, 더 좋은 사람들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화원에서는 화초가 되고, 들판에서는 들꽃과 잡초처럼 생존력을 갖는 목표를 위해서 뺑덕어멈을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어차피 요즘 세상은 글로벌하게 병자호란이다. 중국이 이끄는 힘에 저항하고 승선하고 해야 하는 부분에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렇게 잠들고 토요일이 되었다. 몸은 나날이 커지는 현상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데 커지면 무거워지고 다시 게을러진다. 만보가 넘던 걸음이 6천보대에 머물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일모레 다시 짐 쌓서 출장을 가야 한다. 항상 미안한 마나님이 투덜대면 다림질을 해주신다. 여름옷과 겨울옷을 들고 가야 하는 출장은 매우 번거롭다. 기내식을 5번 넘게 먹어야 하는 일은 내가 가축인가 승객인가를 구분하기 힘들게 한다.


 힘든 것은 둘째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관광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들고 와야 하는 압박이 생긴다. 한 명이 출장을 가면 사업기회를 확정하거나 최소한 자신의 비행기 가격과 출장비의 두배는 순이익이 나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300만 원을 쓰고 가면, 600만 원을 벌 사업기회는 갖고 와야 한다. 순이익의 %를 안다면 매출액은 절로 계산된다. 출장이 부담을 주거나 누군가를 닦달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영업의 뒤에서 지원하는 모든 연구개발, SCM, 품질관리 부서의 기대가 나를 통해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나의 어려움이란 이런 생각이 행동과 말로 타인에게 전달되고 팀원들은 부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도 꼰대화 현상에서 아주 자유롭지 않지만, 스스로 누군가에게 공헌과 기여를 하려는 사람이 결국 세상의 보답을 받는다. 작년 사고가 나서 큰돈의 손실과 사업기회가 망실된 고객이 있다. 거기에 나도 일조를 했으니 자유롭지가 않다. 거래가 끊겼어도 현지에 갈 때마다 인사도 하고, 얼굴도 보고 하기를 일 년이 넘었다. 우연히 한 번 물어본 일이 다시 큰 사업이 되었다. 갑자기 돌아가는 물량 때문에 매일 "빨리빨리 납품하세요"라는 메시지가 오지만 참 즐거운 일이다.


 짐을 다 쌓고, 최근에 뒤죽박죽이 된 비행기 일정을 다시 보고, 취소도 환불도 안 하는 나라의 호텔에 일정만 바꿔달라는 읍소 끝에 승낙을 받았다. 화산이 터져서 비행기가 안 뜨는데 백만 원 정도의 호텔비를 깔끔하게 떼여본 적이 있다. 망할 놈의 나라라는 말이 나오다가도 변경 확정된 예약을 보니 기분이 좋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전화가 왔다. 월요일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토요일에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이 생겼나 했다. 집에 애사가 생겨서 월요일 미팅을 알아서 좀 하라는 거래처 부탁이다. 친형제처럼 오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일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아는 분들에게 연락을 하고 집을 나섰다. 대신 조문을 해달라는 사람들을 대신하고 지인들이 모여서 서산까지 다녀왔다. 출장을 가면 어머니도 드시고, 주변에 항암치료나 성인병이 있는 분들에게 좋다는 차를 이번에도 사다드릴 생각이었는데 이런 일은 항상 생각이 사실보다 늦다. 좋은 일은 못 가도 슬픈 일에는 꼭 가려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나를 꼭 기억해 달라는 것보다 좋은 일은 내가 없어도 충분히 즐겁다. 슬픈 일은 옛 말처럼 조금씩 나눠서 덜어주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참을 달려서 올라왔다. 언제 오냐는 마나님의 상태 점검 메시지, 다시 지인들에게 부탁하신 일을 잘 처리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직원의 결혼식에는 도저히 갈 수가 없겠다. 다시 다른 직원에게 부탁을 했다. 결혼식에 상갓집 다녀와서 그렇다는 그럴싸한 핑계도 생긴 셈이다. 다시 출장을 갈 텐데 이러다가는 소박맞고 homeless가 되기 딱 십상이다. 나도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생긴다. 2일 동안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입에서 정말 단내가 난다. 그새 징징대는 카톡도 온다. 팀원들의 카톡에 팀장은 답할 의무가 있다. 무엇을 시키려고 묻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물어보기 때문이다. 팀장보다 팀원 숫자가 많다.  젊은 청춘들의 불만도 없어져야 하지만 팀장도 주말 카톡, 단톡, 개톡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이 모든 지금의 기억이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랄 뿐이다. 다 내 손에 달린 일이다. 문제는 휴일과 주말이 이렇게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치 출처 :lifestyle.framar.bg


#출장 #창립기념일 #바쁨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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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 : human.ph


 꼬박꼬박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니 읽는 양이 확실하게 줍니다. 사람은 게으르다라는 옛 사람들의 지적은 유효하네요. 잦은 출장이 읽는 시간과 체력을 소진합니다. 읽는 책의 주제 범위를 좀 줄여야 겠다는 생각에 골라든 책이 후딱후딱 읽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잘 모르는 것을 읽기 시작해야 머리를 쓰긴합니다.  


 신동준의 '상대가 이익을 얻게하라'라는 관자에 대한 책을 읽는 중입니다.관자에 대한 다른 책은 엄청 두텁고 가격도 높습니다. 올재클래식스 23차를 못산게 아쉬웠는데 24차도 놓치고, 중고로 23차를 샀습니다. 그 책도 읽기가 만만치는 않을 듯 합니다. 책상위에 읽지 못한 책을 쌓아두고 잠시 신간을 참고 있는 중인데요. 관자 이야기를 고르며 사기의 화식열전과 같은 기대했는데, 노자, 법가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해외영업이다보니 이런 저런 책들을 잡다하게 읽는데 갈수록 동양고전들이 재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전공과 분야도 인간활동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얼마전 다녀온 전시회에서 '인공지능, 국가플랫폼'이란 구호를 보았습니다. 중국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도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알고 있던 중국 현지 업체는 순식간에 하던 사업을 접고, 로봇사업으로 전환해서 년간 600억의 매출을 첫 해에 올렸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기업 상황들은 햇님보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알고 지내던 업체가 잘 나갈때 사람들의 인심을 잃고, 옳바른 관리를 하지 못하더니 지속경영의 한계에 다다렀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걸어온 발자국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활동입니다. 


 전시회 감사 인사를 쓰다가 위의 두가지 생각이 많이 겹칩니다. 인간이 사람을 이해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방식을 기계에 심고 있는 인공지능은 분명 인류에게 편리함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동시에 아직은 융통성이 없이 상앙처럼 법대로만 사람을 다루면 분명 사단이 나듯 인간처럼 다차원적인 생물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을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꿈은 그러하지만 피노키오가 제페토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큰 도전입니다. 감히 그런 시대가 된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간을 기계들이 아주 빡빡한 법으로 다스릴지 모를 일이니까요. 하지만 문명의 한 부분으로 인간의 안락하고 편리한 삶에 기계들이 말귀를 알아 듣는 다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을 보는 나름이 관점이 존재합니다. Collaboration이란 기업철학과 동업자 정신의 부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상부상조라는 협동정신, 사람들이 어려운 일에 일심동체해서 단결하던 문화가 식민지 시대, 전쟁, 독재로 생존이라는 제 1과제의 해결에 너무 집중해 온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서구 기업들이 open innovation을 통한 상생을 이야기 할때에 우리는 나혼자 다 먹겠다는 욕심을 부리다 제일 먼저 쓰러지는 격입니다. 사람을 소중히 하지 않고, 나만 소중히 여긴다면 세상이 그런 사람을 고립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농담반 진담반으로 '모든 것을 다 만들려는 것이 제일 먼저 망하는 길이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과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정보 습득 수준이 높아지고, 이를 처리하는 능력이 발달함으로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합니다. 종사하는 산업의 수직적 구조를 이해해서 협력해야할 분야를 결정해야 합니다. 각각의 장점을 묶어서 구체적인 솔루션을 만들고 공동으로 시장을 대응할 수도 있고, 개발분야의 기술 협력을 통해서 각자의 장점을 보강할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EMS와 같은 제조협력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회적 인프라를 갖고 우리 나라 기업들은 이런 도전을 하는데 대단히 인색합니다. 대만 업체들이 자원구매를 위해서 기업간에 협력하거나 중국기업들이 개발분야의 back-end에서 협력하는 것을 보면 한국 기업의 기업가 정신은 좀 더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start-up의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start-up 환경을 구축할 환경이 메마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의 Test bed를 구축해 새로운 사업기회로 만들어가는 씨앗이고 첨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는 생각과 처해진 국내 환경이 아주 좋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제도적 한계는 어느 시대와 국가에나 존재합니다. 이 시대와 대한 민국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이 그렇게 변해가야만 바라던 이상이 현실에 빨리 안착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기업이 만나는 과정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결정된 후에 기계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제페토가 피노키오가 아니라 다른 것을 만들었다면 피노키오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장점과 어려움, 방향을 확인하다보면 함께 가야할 사람, 나중에 다시 만나야 할 사람, 지금은 헤어져야 할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그 배경에 시대적인 필요와 필요에 대응하는 변화, 변화의 시점이 그것을 알려줍니다. 사람은 이런 상황을 보고 판단이란 의사결정을 합니다. 기계는 하던 일만 하는 경향이 있다면, 사람은 보고 다시보면 유홍준 교수가 옛글을 다시 옮겨 그 반응을 얻듯, 또 다른 새로움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사람입니다. 살다보면 다시 보기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인내력은 기계가 더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던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고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입니다. SNS를 통해서 connection을 넓히는 것도 그런 목적이 되었으면 합니다.


 Machine learning for AI, Human learning for wisdom of life라는 내용을 감사의 글에 적어 넣었습니다. 파트너, 방문자, 경쟁사, 잠재적 고객들 모든 사람이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동업자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철학자, 심리학자, 인문학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 우리는 결국 사람과 대면합니다. 무엇을 얻고자 대면한다는 생각을 과거에는 많이 했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마주한 사람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합니다. 그래야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협력과 상생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돌아가는 것 같아 보이고, 바보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게 더 큰 삶의 크기를 만들어 가는 방법입니다. 모두들 공부해서 높은 지위를 얻거나 재물을 쌓아가려고 합니다. 높은 지위와 많은 재물을 올바르게 쌓아가기 위해서는 분명 배운 것을 남을 위해서 열심히 써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려서 할머니가 '배워서 남주냐?'라고 말씀셨는데 지금은 '배워서 남주자!'는 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남들이 귀하게 여기니까요.


#machine_learning #Human_learning #knowledge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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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 전 Clouding system project를 수주했다. 각 영업팀에 기존 사업이 clouding business model로 확장되는 사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내부 숙련도와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 되도록 진행 승인을 하고 있다. 대부분 데이터 센터로 대량의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하는 형식이고, 분산 처리하는 형태는 보기 드물다. 


 이런 작은 도전들이 쌓여야 내가 종사하는 업종에서 clouding을 통해서 어떤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구축함으로 내가 종사하는 업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역량을 통해서 어떤 산업과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경험과 지식이 쌓여서 업종의 Insight를 천천히 축적한다고 생각한다. 축적된 지식은 다시 후생가외(後生可畏)할만한 후배들에게 다시 전해 주어야 할 의무도 있다. 그 외에도 신규 시장에서 거래체결과 첫 수주까지 겹쳐서 갑자기 차출된 출장이라도 한결 마음이 즐거웠다.


 평균 연령 30대, 남/여 성비가 1:6~7,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불리는 선전, 심전, shenzhen은 역동적이다. 2년 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빠르게 물질적인 성장을 도시에 채워가고 있다. 역주행도 드물고, 다양한 서비스도 서구를 많이 따라가고 있다. 아직은 서로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2년 전의 모습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게다가 시진핑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도시 곳곳에 쓰여있는 문구들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부강한 나라와 인민들의 아름다운 삶을 도모하기 위한 표어들이 시내 도로를 채우고 있다. 은행에도 같은 문구들이 쓰여있는 것을 보면, 새마을 운동 표어 같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정신과 의식의 발전을 강조하는 문구를 보면서 중국은 어마어마하게 큰 듯하기도 하고, 많은 인구수만큼 또 세밀한 부분이 있다.



 홍콩으로 향하는 로우 역은 역시 사람이 많다. 잠시 둘러본 소감은 지난번과 다름없는 짝퉁시장이다. 하지만 과거 동대문 시장도 그러했다. 그러다 젊은 세대를 위한 쇼핑공간, 문화공간으로 발전해 가듯 그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업체를 만나서 남산으로 이동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중국 하면 떠오르는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나씨성 주인은 가게에 없지만 젊은 친구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일을 한다. 되려 미안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그에 보답을 한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2년 전에 본 그 사람을 기억하는 나도 신기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고맙기도 하다.

 

 이렇게 등판 전에 몸을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위안 삼아 호텔로 돌아왔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말처럼 늘어나는 체중이 무섭다. 아침부터 전시부스를 들어가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서 모여있다. 그 속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차로 밀어붙이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중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위에서 볼 때마다 옛날 을지문덕, 양만춘은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적은 수로 우리만큼 승리를 거둔 민족도 없다. 물량에서는 밀려도 중국에 머리로 질 수는 없다. 풍류를 아는 최치원처럼 말이다. 


 티켓에 이름이 없고, 바코드와 사람 얼굴 사진을 연동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등록을 하고 나서, 얼굴이 입장권으로 인식되는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의 화두와 조직위원회의 도전은 재미있다. 그 덕택에 등록이 잘 안되는지 사람 줄이 엄청 많다. 그러고 보니 공항에서도 중국산 지문인식기에 힘을 엄청 주어야 인식이 되긴 했는데 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빨간 트레이를 끌고 다닌다. 특정 업체에서 카탈로그와 업체들의 광고 용지를 넣을 수 있게 종이 박스로 만들어서 제공했다 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국가평태", 인공지능을 국가 플랫폼으로 하자는 구호가 보인다. 스마트 인터넷 플러스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2년 전과 비교해서 아직도 원천기술보다는 원천기술이 내장된 부품을 통한 응용기술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한국기업의 안목, 규모가 아쉽다. 이런 부분은 중국의 소득 수준, 역동성, 산업 주력 세대를 돌아볼 때 점진적으로 중국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산업이 이동하였고 또 일부는 소득 수준에 적합한 산업과 산업 단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상용화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 기업들의 발전은 괄목상대하다. 특히 사람의 골격구조와 움직임의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건 정말 개나 소나 다 갖고 나왔다. 얼굴을 인식하는 제품을 볼 때마다 전화기로 눈을 가리고 잘 하나 안하나 확인을 해본다. 대부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내 몸을 전체로 잡아내는 방식도 적용됐다. 다른 지역 출장 중에 다른 업종의 중국인들에게 듣던 한 두 마디 속에서 그들의 역동성과 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시회에 올 때마다 그런 모습을 느끼게 된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한 DJI도 출품을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종산업이 우리의 산업분야에 진입을 하고, 내가 종사하는 업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한 분야에서 IT와 접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에 대해서 전시회에 오신 기업 대표님들은 정신이 없다고 한다. 과거 5년 동안의 변화가 지금은 5일이면 변한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충격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과거 내 업종의 작은 분야의 변화만 보던 시야에서 봐야 할 분야가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접목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내가 하는 업에서 새로운 분야와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목표가 정해진다면 그 혼란함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히 차오른 과거의 것 중 지금 유효한지 않은 부분을 조금씩 덜어내고 이런 새로움을 조금씩 담아내지 않으면 시장에서 소멸당할 수밖에 없다. 지족불욕이란 마음가짐이 중요하지만, 족할 때 비우고 새로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머리에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부어야 한다. 대개 하던 것만 후벼 파다가 끝을 보기 마련이다.

 

 


 소형 로봇부터 소프트뱅크의 안내로봇과 같은 휴머노이드형도 조금씩 있다. 산업에서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거창한 형태가 아닌 것도 많다. 그리고 국내가 로봇을 산업에 사용하는 양과 빈도가 대단히 높다. 로봇이라면 태권브이, 에반게리온과 같은 거대한 것만 생각해서 그렇다. 


 전시 3일 내내 약속된 고객, 찾아오는 손님들, 국내 업체, 업계 관련사들과 끊임없이 떠들고 이야기하고 사업 가능성을 또 이야기한다. 하루 종일 서 있는 전시회가 고단하기도 하고, 처음 나온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옛날 첫 전시회 생각도 난다.  기존 거래처들과의 상담 성과도 좋고, 잊혀졌던 옛 고객이 다시 찾아와 서로의 안부와 다시 사업을 논의하자는 기회도 생겼다. 새로운 고객들이 다시 찾아와 협력을 이야기하다 보면 2018년은 2017년보다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아니 2017년이 변화의 시작이고 2018년은 변화에 좀 더 부응하기 해가 될 것 같다.


 전시회를 하루 남기로 먼저 귀국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 중국 업체와 미팅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전략기획팀장을 제갈량, 참모장이라고 해서 우리는 제갈량은 삼국지 말고 술 이름만 기억한다고 했다. 서로 활짝 웃음을 띄면서 삼국지 이야기도 하고, 협력에 대해서 논의도 했다. 아직은 거래 협력의 신의와 기업가 정신은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솔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선진기업들이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고 또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년 3월까지는 서로 잘해보는 기틀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始終如一이란 글자를 써주며 말보다 이걸 약속으로 넣어 두라고 했다. 갑자기 중국 업체 연구소장이 자신의 서예와 사자성어를 보여줘서 또 한참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가끔 읽는 동양 인문고전의 한 구절이 중국, 아시아의 사업에서는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귀한 음식이라고 대접받은 비둘기 요리와 전시장 주변을 걷다가 만난 고객이 한잔 하자는 말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종료시간에 나오니 주변이 난리통이다. 영어는 아예 무시하는 택시운전사를 겨우 잡아서 호텔에 돌아왔다. 


 호텔 주변의 마천루를 보면서 여기도 또 변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전시장 장소도 옮긴다고 한다. 다시 이곳에 올 때 나는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하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일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나를 대변하고, 발이 허공에 오래 떠 있을수록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그 격차를 줄이는 끊임없는 시간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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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은 나도 알 수가 없다. 어제는 기억할 수 있지만 돌아갈 수 없다. 삶이 끊임없는 시간으로 바느질되어 아마도, 혹시 하는 예측이 그 사이에 있다. 종종 오래된 사건들이 세상을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올 때는 대부분 좋은 일 보다는 경우가 아닌 일이 더 많은 것이 삶이다. 내가 누군가에 도움이 되는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직장에서도 고객들과 직원들과 어울려 만들어가는 삶의 조각도 마찬가지다. 누가봐도 존경할 만한 사람은 존경받을 행동을 하고, 존경을 강요하는 사람은 힘의 권력을 갖고 있고,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남는다. 그런데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시간의 바느질처럼 쉬지 않고 조금씩 옮겨 놓는다. 협력이라 말하고 받기만 하려는 놀부가 아니라 먼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을 이루어야 인생의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은 항상 답이라는 것에 굶주려 있다. 


 요즘 듣는 이야기가 월급을 받는 사람에서, 월급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이다. 우리 회사 넘버1님이 두 번씩이나 나를 보고 하신 말이다. '월급쟁이에게 월급까지 주면서 다니라니 이건 경우가 아니잖아요'하는 농담섞인 혼잣말이 나오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여러번 생각하게 한다.


 연차가 차 오르고 역량이 발휘되지 않거나 퇴보하는 경우는 별거 아니다. 과거를 살며 과거의 잘못된 것을 답습하는 정도가 높은 사람이다. 아니면 사지가 멀쩡하지만 눈과 귀가 뛰어난 필터링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것만 바라보고, 뇌는 내가 편하거나 좋은 방향만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것이 만연되어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때에는 시간의 바느질이 갈수록 스스로를 죄고 초라하게 만든다. 동시에 주변에 사람들이 남아나지 않게 된다. 그가 발딛고 서 있을 한 줌만의 공간만이 허용될때까지 느끼지 못한다. 일상 생활의 주변에 사람의 온기가 적다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남을 뎁혀주지 못하면 아무도 스스로를 뎁혀주지 않는다.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몸에 붙어 일부가 되어버린 쓸모없는 과거의 잔재를 살을 도려내듯 떼어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이란 가죽을 벗겨 새살이 돋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차라리 살을 에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은 쉽게 가능할 것 같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부정해야하는 것이라 더욱 힘들다. 옷을 갈아입는 것은 쉬우나,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 것과 같다.


 하지만 그리해야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감당해 내야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으며, 새로운 자세로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동해야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 무협지와 무협만화에서 9성의 비급을 구해서 주화입마에 빠지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것 즉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취한 것에 잡아 먹힌 것이다. 사람은 모두 귀한 존재이지만, 각각의 역량은 노력에 따라서 달라진다. 


 답은 함께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진다. 그 수준은 나의 안목으로 결정된다. 과도한 근거없는 자신감은 투명한 목적의식, 나 없으면 안된다는 자만심은 맑은 정신을 통한 협력, 그 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무지를 인지하고 준비하는 공부를 통해서 타인에게 도움이 되려는 노력이 좋은 답을 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는 사람이란 눈에 보이는 돈을 쥐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포함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함께 함으로 어제와 다른 사람들 되는 과정이다. 그들과 내가 함께 하는 목적에 다가가는 실력이 늘어난다면 '월급을 누가 줄까?' 걱정할 일이 없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월급을 주고 타인의 월급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평판이 쌓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이 삶의 좋은 답이다. 


 매일 '답정너'만 바라는 모습이 한심한 이유다. 듣고 싶은 답만 주변에 남기고 싶다면, 스스로 담장을 치고 외롭게 세상의 그늘진 구석에서 시간의 바느질에 몰두하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의 흔적이 세상에서 지워져간다. 세상은 답을 만들어가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행동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시지프스가 돌멩이를 계속 산으로 올리는 것은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밥벌이의 순환구조를 설명할 뿐이다. 밥을 끊을 자신이 없다면 답을 만드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 답을 끊으면 밥을 끊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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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이야 괜찮은 일입니다. 마음에 드는 글을 취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걸 사용해보고 자기것을 더해보고 하면 정말 본인것이됩니다. 돟은 하루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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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해외영업 (書) 2017.10.12 00:10

  9월 긴 출장 때문에 연휴라고 별 준비를 할 시간이 없었다.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을 보고 한 일이라고는 푹자고 Game of Thrones를 열심히 본 정도다. 시리즈를 보면서 시간과 때라는 것은 인간이 통제할 영역이 아니고, 미련한 인간은 그 속에서 본능과 이성의 경계를 비틀비틀 걸어다닌다. 그러다 하찮은 재주를 믿고 과분한 욕망을 품는 순간 시간속에서 소멸한다. 눈치보고 무능한 사람이 오래 남아 지식을 쌓아가고, 스스로 지식을 쌓아가는 사람이 가장 긴 런닝타임을 생존한다. 두가지를 더하면 숫컷들은 욕망과 본능의 틀에서 자주 넘어지고, 암컷들은 세상의 우월한 존재임을 증명한다. 그것과 상관없이 생과 사를 가르는 시간의 벽은 공평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해외영업을 책으로 배우던 대학시절 약속의 중요성을 많이 들었다. 신뢰, 신의, 약속이란 말을 금쪽과 같이 여겨야 한다는 말은 하기는 쉬워도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에 대한 엄격함이 따라야 하고, 타인과의 공조가 필수다. 세상의 모든 신뢰, 약속, 신의란 시간의 조건과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타자와의 그것은 특히나 시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은 항상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기에 우리는 나의 삶에 영향을 줄 때에만 깊이 생각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4년에서 살려놓았다가 죽어버린 시계를 다시 바라보았다. 약을 갈아주는 곳이 요즘은 찾기 어려워 책상위에 던져 둔 녀석이다. 15살이나 된 시계를 보면서 잠시 시계가 생겼을 때를 돌아봤다. 고객이 고객들을 위해서 100개를 주문하고, 특별히 공급사 담당자인 나에게 한 개를 선물한 것이다. 그 고객 아들에게 다시 돌려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다시했다.


 생각보다 쉽게 시계약을 넣어 주는 곳을 찾았다. 아저씨가 약을 교체하고, 초침이 눌린듯 하다며 이것저것을 만진다. "요즘 시계 약 갈아주는 곳 드물죠? 오래되었다더니 무브먼트가 요즘도 쓰는 거네요" 하신다. 처음 시계속에서 누드로 튀어나온 시계를 보게됬다. 다시 돌아가는 시계를 바라보니 기분이 참 좋다. "덕분에 오늘 좋은 일이 생길것 같아요!"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또 나의 삶의 시간도 살아움직이는 것 같다. 

 

 후배와 밥을 먹고 함께 가던 작은 맥주가게에 갔다. 자주 먹던 스텔라를 찾다보니 멀리 한대수 앨범이 보인다. "희망의 나라로"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얼마전 무엇인가를 함께 할 기회를 찾아보자고 했는데, 막상 그 때를 만들어 보려니 지난 달 회사를 옮겼단다.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녀석을 보자니 나도 참 듣기 좋다. 누군가 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삶에 떨어지는 작은 즐거움이다. 그가 하는 말들을 세기며 '세상에 나와서 너도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고생도 많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자신의 삶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렇게 생각하는 현재의 시간이 가장 고단한 시간이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대사처럼 winter is coming인지 winter is upon you인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것이 지나가고 삶의 시간이 다 했을때 winter was coming인지 winter was upon you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인간이 희망이란 단어를 만들어 품고 스스로를 동기부여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은 또한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던 나쁜 방향이던... 어째던 스스로 시간을 만들어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떼를 쓰는 것은 어려서 충분히 했다. 때가 무르익기 위해서는 나의 뜻이 상대방의 마음에 담겨야 한다. 나는 내 맘에는 담는 것은 나은듯한데, 내 마음이 타인의 마음에 담기는 것은 항상 부족한것 같다. 해외영업이던 국내영업이던 영업의 세계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진심과 신뢰가 있다. 맥주만큼 톡 쏘는 즐거움을 갖고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길도 멀고, 전날 나의 night watcher같은 녀석의 잔소리를 듣느라 과음한 이유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주위에서 던져주는 냉정한 말들이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늘은 우리 마나님이 주말에 여자랑 데이트하냐는 의심을 사게 만든 녀석을 만났다. 우연히 만나서 그리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로도 자주 만나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왔다. 가끔 영화도 보고, 같은 업계에 있다보니 사는 이야기, 서로 궁금한 것도 물어본다. 오늘은 초딩입맛끼리 만나서 점심부터 건전하게 떡볶기를 먹으러 갔다. 아저씨 둘이 앉아서 오붓하게 먹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죄다 초딩을 졸업한지 얼마 안되보이는 중학생과 연인들 뿐이다.


 이녀석도 함께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씩 떠보면 "어휴. 누굴 잡아 족칠려고 그러셔요?"하며 엄살을 부린다. "오~ 그러면 내가 몇 달뒤에 너네 회사 사장님을 만나서 인신매매를 하자고 해볼께. 최소한 연봉은 올려주겠네"라고 했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세상에서 나와서 보면 언제 입학하고 졸업했는지 가물가물한 대학교 이름을 팔아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세상에 나와서도 삶의 공부를 계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천재성과 지속성을 함께 갖은 뛰어난 인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후자가 삶의 역전승을 만들어 준다.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아는 것이다. 나는 못난 놈이 학벌따지고 살고, 잘난 놈이 학교를 빛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졸업할 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졸업하고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못난 놈들이 쳐지는 실력을 묵시적 카르텔로 극복하려고 치우쳐진 편을 만들 뿐이다.


 주인님은 교회갈 시간이고, 솔로부대 후배는 일요일 오후가 한가하시다. 읍내 산보겸 북촌마을을 가보기로 했다. 개방된 작은 ㄱ자 한옥에서 전통가구를 전시한다. 어려서 살던 기와집이 이집보다 훨씬 넓었다. 앞뜰의 마당도 더 넓고, 대청마루도 있고, 대청마루 밑에는 어려서 기르던 '마루'라는 세퍼트도 있었다. 내가 어려서 몇 번이나 탈려고 매일매일 고심하던 녀석이었다. 여름이면 빨갛게 잘 익은 앵두가 열리는 나무도 예닐곱그루가 있었다. 이 집에는 우물자리도 없다. 양옥집으로 개축을 하고나서는 온 동네를 바라보는 2층 베란다가 생겼었다.  


 일몰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작은 점이 달인가보다. 집안 여기저기 전시된 문갑, 책상들을 바라보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듯 하다.


 그래도 하늘이 넓게 열리는 한옥집 마당에서 키가 큰 나무와 담장 넘어로 보는 세상은 참 정겹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지만 어렸을 때의 추억은 항상 깊게 남는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마당있는 집을 지어보고 싶다. 사람은 땅을 밟고 하늘을 보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양철로 물받이를 한 처마보다 이렇게 전통양식으로 된 처마가 참 멋있다. 저 멀리 현대식 건물이  내가 걸어가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가는 외국사람과 쉴세없이 듣게 되는 중국어가 잠시 돌아보던 과거에서 현재로 나를 재촉한다.

 

 슬슬 집에 갈 때가 되었다. 전통양식의 한지를 잘 붙여놓은 미닫이 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혼례를 끊내고 첫날밤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문에다가 구멍을 뚫는다. 어려서 안방 문짝에 침을 발러서 구멍을 몇 개 냈다가 된통 혼난 기억도 난다. 숫가락으로 엿바꿔 먹었다가 맞은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다. 


 다가오는 시간과 옛 시간으로 돌아갔다 오는 시간속에 여러 사람이 교차 반복되는 어제 오늘이다. 해외영업이란 어찌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인 직업이다. 그러다 보면 이런 만나속에 일과 삶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모든 사람들을 어떤 목적이나 부담이 생기면 일이고,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꼭 나누기가 쉽지 않다. 단지 삶의 시간과 과정속에서 서로의 거리가 가까웠다 멀어졌다 할 뿐이다. 문이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이지만 이를 통해서 만나서 헤어지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슬슬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다보니 헌법재판소가 보인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딱딱한 모습과 달리 사람들에게 더 다가오기 위해서 만들어 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이곳도 2017년이란 시간속에서 참 복잡다난했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위로 날아가는 구름은 참 보기좋다.


 그렇게 후배랑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낙원상가, 인사동, 광교, 시청앞까지 걷게 된다. 명절 연휴라 시청근처에서는 현대무용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의 시간속에 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팀원에게서 카톡문자가 왔다. 기안을 다시 올려서 지금 결제 대기중인 문서를 반려해 달라고 한다. 작년엔 조금 속상해 하더니, 금년에 끊임없이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녀석이다. 이것저것 자꾸 카톡이 와서 전화를 했다. 사무실이란다.


 일요일 저녁 늦은 밤에 왠 지랄이냐고 농담을 해줬다. 얼른 집에 가라고 했더니 연휴도 길고 쉬지 않는 고객들 때문에 오후에 나왔단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주에는 찾아온다는 고객들이 많아서 내일은 잠시 사무실에 들를까하던 중이었다. 누가 십원짜리 동전하나라도 줘서 그런것이 아니다. 찾아 주는 것이 고마운 후배처럼 나를 찾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은 항상 고마운 일이다. 나를 찾는 이가 없는 것처럼 처량한 일도 없다. 이런 것은 삶이란 관점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몇 일전 팀장의 주말카톡에 대한 글을 봤다. 주말의 업무지시는 상당부분 팀장의 잘못이다. 해외영업에서 시급성이나 시차로 인해서 오는 고객연락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시란 주말에 하나 월요일 오전에 하나 차이가 없다. 아님 미리미리 점검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들에 팀장도 주말에 카톡받으면 대답을 해줘야한다고 답글을 달아줬다. 팀장들도 힘들다는 불만이 아니라 젊고 어리다는 특권은 끊임없이 질문하는 권리가 있는 것이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질문하는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답변과 자신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제 오늘 무엇을 생각하고 취하고, 무엇을 흘러보내고 잃어버렸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자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다음주부터는 엄청나게 바쁜 10월이 열린다. 꽉 채웠으니 즐겁기도 하고, 채우기 위해서 다시 버리기도 해야하는 10이란 숫자가 또 변화의 계절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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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한 달동안 출장이 3주나 되었다. 집으로 가는 서울행 연착 비행기를 로마에서 기다린다. 출발부터 계속 되는 연착이 이어진다. "좋은 일이 있을려고 하나봐요 ㅋㅋ"라는 메세지가 빙긋 웃게한다.


 이번 출장은 영국부터 시작이 좋다. 고객사에 무엇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일이 주업인 해외영업에게 즐거운 일이란 결국 수주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감사하는 일은 다른다. 승진을 축하해주는 말보다 파트너사를 걱정하고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듣는 일이다. 아직도 사업은 사람과의 관계와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기계가 표면에 나타나더라도 그 이면엔 서로를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없다면 사업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함이다.

  바다를 꿈구는 고래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 식당에 걸린 조형물을 보면서 그런 상상을 해 봤다. 하지만 삶의 바다는 기대치 못했던 상황, 욕심으로 인한 처참한 현실의 유혹과 변화가 존재한다.


 야심차게 다시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던 일이 여의치 못할 때도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파트너이자 친구들과 약속을 잘 지켜주지 못할 때엔 더욱 미안하다. 그럴 때가 될 때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과할 때 사과하지 않는 용기는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이유가 된다.

 막상 마주한 괄괄한 파트너가 되려 진심어린 말과 응원을 함께 한다. 한 번 더 잘 해보자는 파트너의 말에 그 약속을 더 수준 높게 지켜야 한다는 투지와 열정이 생긴다.  달콤한 타라미슈만큼 사람과 그 시간이 즐겁다. 서로를 북돋우며 배웅하고 다음달에 중국에서 만나자는 의기투합을 했다.


 같이간 파트장도 "처음이에요?"라고 묻는다. 가끔 진실되게 설명도하고, 못하겠다고 서로 드러눕기도하고, 서로의 제품을 들고가서 휴지통에 넣기도하고, 서로에게 히스테리도 퍼부어대던 친구가 새롭게 보인다. 그런 시간이 벌써 15년인데 서로 나이가 들어가고 사람에 대한 마음도 일과 다르게 깊어간다. 가끔 전생에 단군 할아버지를 암바걸지 않았나하다가도 이런 날은 참 복받은 날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마지막 미팅은 전화위복 고객이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기로 약속했었는데 고객을 찾던 나를 보고 고객은 자기 고객에게 영업하는 줄 알았나보다. 게다가 무엇인가 프로그래밍이 잘 돌아가지 않아서 짜증이 넘쳐난날 그렇게 만났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엔 어찌나 미안해하던지 내가 더 민망했다. 그렇게 억울하지만 참는 시간도 필요하다. 나도 성깔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우리 팀 동료들의 평이 자자하다. 그 때를 잘 참은 것이 용하기도 한 셈이다. 그런 고객과 아주 큰 사업기회를 도전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벌써 다른 큰 고객을 통해서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11월 성공적인 마무리가 기대된다. 3-4년 지속 사업이되면 살림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보기드물게 가로수처럼 자리잡은 소나무처럼 두고두고 바라보는 일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어려운 시대를 파트너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 후배들이 더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또 나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바란다.

 도시를 천천히 움직이는 트램은 운치가 있다. 그 운치를 깨는 팀원은 전화가 온다. 수 개월 새로운 사업 확장을 위해서 안달복달을 하는 녀석이 참 고맙다. 걱정했던 고객 launching show는 잘 끝났단다. 해야할 일이 좀 더 있지만 명절이 지나고 현지 출장 대응을 하기로 했다. 게다가 추가로 제품 진입이 시작될 것이란다. 다른 녀석은 고객은 꽤 괜찮은 사업에 아주 난감한 조건을 붙여서 갖고왔다.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해서 대응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팔곳이 없어서 걱정인데 사준다는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정신이 없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무엇보다 그 행복감을 햔실로 갖고 오는 실행이 결국 꿈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그 과정과 시간속에 함께 하는 동료이자 동업자들이 있다. 직책이 낮다고 부하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각자의 역할을 규칙안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해나갈 수 있게 해줘야한다. 나는 그저 그런 여러 사람들이 화이부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이렇게 출장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은 나로부터 시작하고, 즐거운 일은 타인부터부터 시작한다. 이런 감사한 마을을 오랜 시간을 통해서 배웠다. 아직 항상심을 갖는데 부족하지만 이런 감사한 마을 더 깊이 느끼며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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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 출장 사진을 다시 본다. 내일부터 한 참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야 한다. 2018년 사업계획을 마무리하고, 2017년을 보낼 준비를 한다. 속절없이 흐르며 절대 멈추지 않는 시간의 위력을 통감한다. 그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번민, 고뇌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와 방식이 출현한다. 그런 시대가 조금 오래되었다. 상황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이끈다. 이것이 끊임없이 돌며 시대가 변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그 변화를 잘 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불명확한 미래는 천 년 전의 사람에게도, 천 년 후의 사람에게도 벗어나지 못하는 업보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최근처럼 잘 된다는 소리를 듣기 힘든 적이 없다. 최소한 2000년 중반까지는 꽤 성장곡선을 걷고 있었고, 2012년이 넘어서면서부터 up & down의 혼돈이다. 특히 중국은 엄청난 시장인 동시에, 전 세계 노동력만큼의 숫자를 세계 노동시장에 참여시켰다. 세계경제가 두 배가 되지 않는 한 기존 경제질서의 유지는 어렵다. 조선시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때의 당혹감, 좌절감만큼 크고 어렵다. 팀의 막내 녀석이 요즘은 "호왜란이유!"하는 말이 농담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팍팍하고 딱딱한 시대에도 뜻을 세우고, 사람들의 마음 얻어내서 무엇인가를 합심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가끔 내 주위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제갈공명, 세종대왕, 칭기즈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엘랜머스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이런 사고는 꽤 오래 전의 사고체계의 유물이란 생각을 한다.


 삼성도 신경영이란 이름으로 변화와 엘리트 중심체계를 도모한 것이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일정의 성과도 있지만 과거 수준의 성장동력을 지금도 이어가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천재 한 명이 엄청난 생산력을 일으킬 수는 시대와 요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천재들은 대부분 천재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세상 속에 숨어든다. 어떤 면에서 바보들은 천재들 속에서 살 수 있지만, 천재는 바보들 속에서 살아가기 훨씬 어렵다. 나는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이 항상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무엇인가를 계속해야 하는 굴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압박은 엄청난 고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천재들은 유효하지만 천재들을 위한 시대가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엄청난 초연결을 통한 논리의 집대성 시대다. 세상의 모든 것이 논리 연산의 확장이다. 혼자서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물이 4차 산업, 빅데이터와 같은 형태로 출현하고 있다. 내가 종사하는 산업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4차 산업은 1, 2, 3차 산업 모두와 연관이 있다. 이 논리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인간이 지식을 축적하는 과정과 같다. 천재들도 필요하겠지만, 천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우수한 인력과 그들의 생각을 실행해 주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생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각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순신이 아무리 뛰어나도 병사들이 전투에 나가지 않았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결과보다 결과를 위해서 사람들을 품어낸 그의 인품과 성품이 뛰어난 것이다. 모든 위대한 업적의 결과는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4차 산업의 접근법들이 벌써 사람들을 통해서 실현되었다고 본다. 그 차이에서 아직도 인간의 자존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각각 추구하는 4차 산업의 형태가 지향하는 목표는 또한 사람이 결정한느 것이다.


 생각이 구체적으로 형상을 띄며 세상에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은 결정된다. 그 구체적인 모습이 열광의 정도를 결정한다. 4차 산업이란 화두와 접근 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고유성과 자존심에 일말의 상처를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목표 방향과 사람을 모으는 능력은 사람에게 남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능력도 오로지 사람의 고유한 능력이다. 천재가 사람의 의도와 생각을 잘 파악하는지는 몰라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마음의 저축을 잘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이 이와 비슷하다. 각 분야의 명장들만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갖지 않는다. 서로 잘나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 천재들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따뜻하게 보듬는지 알 수가 없다. 행주산성의 일원처럼 부족함을 협력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목표(What)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 목표를 향해서 함께 가야 하기에 함께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나의 삶이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삶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출장을 떠나는 머리와 몸이 참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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困而不學

해외영업 (書) 2017.09.09 00:01


 논어를 읽고 나면 마음속에 담는 글귀가 생긴다. 困而不學(곤이 불학)이란 글이 그렇다. 네모 안에 나무가 있으니 정원이 아니라 틀에 가두면 나무가 곤란하다고 기억하면 쉽다. 

 원문은 위와 같다. 태어나면서 아는 자가 최고이나 이는 사람의 영역이 아니다. 배우고 아는 사람이 다음이라는 말은 당연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고생을 하고 공부를 하면 그다음이다. 사람들이 체험하고 공부를 해서 나아지는 수준이 그렇다. 가장 낮은 수준은 개고생을 하고도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 같은 오래된 파트너와 딘타이펑에서 만두를 먹으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일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사람들의 나이듬과 깨달음은 비슷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중국계인 친구에게 수담으로 글귀를 쓰게됬다. 


 한참 글귀를 보더니 개고생을 하고 가끔 공부하거나 안 하거나 하는 수준이 내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스스로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참 서로를 보면서 웃다가 어디에 나오는 글이냐고 묻는다. 중국사람들은 모두 논어 정도는 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이 편견이다. 한국 사람이 국어 고문을 능수능란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孔子의 論語라고 말하니 자기는 읽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말이 더욱 놀랍다.


 간체를 쓰는 중국 본토는 글씨 읽기가 어렵다. 40대 정도면 우리가 쓰는 한자와 간체를 다 알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싱가포르 친구도 네가 더 잘 쓰는 것 같다고 하지만 읽을 수 있는 한자와 쓸 수 있는 한자의 수준은 다르다. 구글링을 해서 다시 글귀를 찾아보더니, 전화기에 저장을 한다. 오늘 갑자기 이 글귀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됬단다. 무엇인지 모를 일이지만 친구에게도 좋은 의미가 되었으면 한다.


 종종 아시아에서 서로 만나서 영어를 쓰다가도 중국계와 한자 몇 마디를 교환하는 수담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공통 문화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 의미가 비슷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음에 볼 때엔 논어를 한 권 사주기로 했다. 출장에서 돌아와 여러 가지 일들을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 희망, 꿈을 위해서 움직인다. 그런데 또 잡지 못한 그 꿈과 희망과 욕망을 바라보면 공부하지 않는다. 나부터가 그렇다. 


 출장에서 새벽에 도착해 오전에 회사에 다녀왔다. 쉬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는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오랜만에 후배 녀석이 저녁에 보잔다. 그렇게 기억하고 찾아주는 사람이 고맙다. 바쁘게 보내는 와중에 物極必反(물극필반)이란 글귀를 오늘 보게 되었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한다는 말이 족하면 그칠 줄 알아야 하고, 비워야 다시 무엇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느낀다. 노자의 말처럼 자연스러운 흥망성쇠의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람은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이 글귀를 말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그것이 學而知인지 困而學인지 困而不學인지 참 알 수가 없다. 또 작은 이벤트를 통해서 나눈 대화 속에서도 그렇다. 오늘 새벽부터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눈 대화 속에서 나 또한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한다. 


 장점으로 살아간다지만, 내가 스스로 困而不學하고 있는 스스로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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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미팅은 그럭저럭 생각보다 좋다. 오더도 받고, 프로젝트가 추가로 진행되고 몇 가지 요청도 있다. 하지만 전시회는 그럭저럭이다.

동남아시아는 1997, 2008년의 금융위기 때에도 풍선이 터지는 발화지점이다. 환율이 조금씩 오르고 갈수록 제조사에서 사용자까지의 value chain이 짧아지고 있다. 유통이란 파이프라인의 어려움이 심하다. 동시에 cloud와 같은 기반기술은 이를 가속화한다. 기술과 세대의 변화가 빠르다기보다는 이해하고도 쫒아가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쉬운 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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