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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冊)

격과 치

by Khori(高麗) 2016.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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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격과 치

민경조 저
알키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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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과 치라는 두 글자의 제목이 참 맘에 든다. 바위에 올라서 일출을 즐기는 선비의 모습이 내적 품격과 외적 열정을 차분히 다지는 듯 하다. 인문고전의 수 많은 옳은 말들을 현실로 끌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고전을 접하고, 현실과의 궤리를 줄이는 과정은 읽는 이는 몫이지 쓰는 이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잃어버리면 다시 보고 다시 보게 되는 것이 동양고전의 맛이 아닐까한다. 


 작지만 저자가 해석하는 내용과 사례를 통해서 고전의 맛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이런 다름은 세월의 축적, 다양한 역할의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 나이에 비해서 아직은 혈기방장한듯 하다.  책의 대부분은 논어에서 차용되었고, 채근담, 맹자, 사기, 한비자, 노자등이 인용되고 해석되었다. 88개의 구절과 문구를 다 쓰고 읽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이 의미하는 것들은 잘 기억하려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점들은 '군자가 미워하는 것(君子亦有惡乎)' 첫장부터 있다. 하류(下流)를 무조건 나이어린 사람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보다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책의 제목과 같이 격이란 인격, 품격을 의미한다고 전제하면, 하류란 나이의 많고 적음이라기 보다는 품격의 높고 낮음이라고 생각한다. 품격이 낮은 사람이 품격이 높은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비방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해석되어야 한다면 예의이 문제가 선행된다고 느낀다.  반면 합리성, 정의로움, 옳바름과 같은 문제가 후순위가 될 수 있다. 사적인 부분이라면 그런 해석이 타당할 수 있지만, 유학이 치세의 학문으로 공적인 일의 진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발현을 도모한다. 그렇다면 나이 어린사람, 직위가 낮은 사람만으로 보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원숙함이 옳을 확률이 높지만 원숙함이 옳다는 것을 무조건 전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책의 다른 한자인 治는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모든 세상 일이 장유유서 시스템이라면 인류의 발전은 입증하기 어렵고, 하던데로만 해야하는 답보의 길이 된다면 학습의 필요성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돌아보고, 일일삼성을 해야하는 이유를 되짚어보면 나의 생각은 그렇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한가지는 좋은 리더는 잘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내 성정과 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불의한 것을 불의하다 말하지 못하고 하찮은 자리를 유지하며 먹고사는 것이 인간적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먹고사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굴욕을 참으면 이익이 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모두들 굴욕과 비굴함으로 무장하고 자리를 보전해서 훗날 더 큰 바른 세상을 도모하자는 것이 평범한 스토리이다. 


 그것이 대체로 신상이 이롭다는 전제가 깔린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한 둘만이라도 절개와 기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명입니다. 누군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의 발전과 암혹한 시대의 기간이 길어지는 사태를 방관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인내를 통해서 실력과 품격을 쌓아가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참는 것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는 걱정만 하고 되는 것이 없는 결과와 같다. 결과란 도전과 실행의 반복, 반복을 통한 작은 차이의 깨달음이 축적됨으로 나온다고 믿는다. 이런 지혜와 지식의 축적이 사회에 환원되지 못하고, 남을 위해서 씌여지지 않는다면 공부의 이유란 백해무익하기 때문입니다. 치학의 도도 개인의 성취과 성취를 위한 투자가 사회적 자원화하되어 또 다른 성취의 원동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돌아오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같은 구성으로 되어있다. 저가가 논어와 유학에 대한 깊고 해박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날마다 성장하는 삶'이란 1부를 통해서 논어 학이편과 같이 스스로 지식을 넘어 마음 공부를 통한 지혜를 갈구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듯 하다. 


 뜻을 세워 세상에 나아감에 홀로 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하기 위한 이후의 과정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란 2부를 통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나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인문학, 인간학이란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비자의 술과 세처럼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감복하게 하는 것은 논리적 분석만이 아니라 사람의 성정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하는 그것에 있기 때문이다. 왼쪽 가슴에 하루종일 뜀박질을 하는 그것에 찌릿한 느낌을 전달하는 전율은 기술이 아닌 그 사람을 마주한 사람의 마음이 통했을 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끌어 가는 힘'이란 3부는 뜻을 이루고 리더로써 사람들의 앞에 서야할 때를 말한다고 믿는다. 그 위치에 가는 고난의 대가를 찾는 시간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해야할 책임과 영향력을 더 많이 돌아봐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내 한 몸이 아니라 나를 믿는 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2가지 질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조직에 아직도 당신은 큰 도움이 되는가? 이 조직에서의 일이 당신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나와 마주한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이다. 이 둘을 균형있게 연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각자의 손에 달려있다. 현재에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그것은 모두 나의 몫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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