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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직책과 시간 - 때와 장소에 필요한 사람

by Khori(高麗)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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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회사도 거래소 시장 업체지만 사람을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두들 한 집안의 귀한 자식이고, 훌륭한 연인이자 배우자들이겠지만 특정한 필요에 따라 사람을 얻는 일은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능력과 연공서열이 외형적으로 줄어들며 효과성과 능률성이 중요시되는 계량화 표본의 대상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조직에서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면을 고려한다. 나는 인사에 있어서 그 두 가지가 고루 고려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감정이란 부분은 이성을 앞도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과 사의 명확한 구분보다는 균형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과 관련된 일은 자로 선을 긋는 기준으로 재단하기도 어렵다.


 7월부터 오랜 기간 함께 일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당장 필요에 의해서 인턴이나 청춘들을 뽑고 싶어도 제조업과 해외영업이란 조합이 최근의 시류에 높은 인기가 있지는 않다. 2-30년 전만 해도 이 조합이면 특급은 아니어도 꽤 매력적인 업종과 직종이었는데 그만큼 시대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체감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업종도 일본과 같이 업종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시쳇말로 과장급은 씨가 말랐다는 업계 지인들의 말과 청춘들의 높은 실업률을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가까이 가서 보면 나름 그들의 고민도 이해가 된다. 어째던 그런 사람과 꽤 많은 시간을 이야기해왔다.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팀장급 인력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지만, 그간 함께 하며 이 업종에서 걸어온 시간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이렇게 불러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에 내가 더 고맙다는 답을 해줬다. 그리고 이제 함께 시작할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고, 조직의 구성원들도 반겨주니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목표와 도전, 서로 함께 어울리며 쌓아갈 미래의 추억은 다시 노력해야 하지만 잠시간의 즐거움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마침 내일은 유럽 고객과 하루 종일 미팅을 해야 하는데 잘 될 것 같은 기분이다.


 나이가 있지만 나도 금년까지는 매년 inquiry를 받기도 한다. 지인들의 요청도 있지만 종종 뜬금 없이 훅 들어오는 것이 나름 즐거움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필요의 대상으로 생각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회사에 몸담고 일하는 것이 생활을 위해서 돈을 버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나와 함께 하기 위해서 우리 회사에 온 사람도 있고, 또 내가 어린 친구들에게 함께 이루고자 하는 바를 약속한 것도 있다. 그것이 더 좋은 조건이나 기업의 제안보다도 삶의 가치관에서 중요할 때가 있다. 이 나이에 재벌 될 일도 없는데 돈돈돈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최근 행복의 80%는 돈과 관련되지 않은 일이고, 불행의 80%는 돈과 관련된 것이라는 말을 보면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 더 집중한다. 돈은 적절하게 있으면 된다. 분수에 넘는 부는 사람을 타락하게 하고, 나태함은 부의 부족으로 예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리 사업본부의 사람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소중한 삶이고 그들이 결국에는 해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함께 하면 그들이 좀 더 좋은 결과와 행복함을 안고 살아가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함께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외영업과 관련된 경력, 직급에 따른 채용이나 이직을 보면 생각이 많다. 임원들이야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영을 수행하기 때문에 인재양성, 사업기회의 확보, 투자유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개발과 관련된 임원이라면 잘 만드는 일이 추가될 것이다. 그들은 지혜의 사용으로 조직과 사람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 그들의 지혜와 기술적인 구현 능력을 보유한 실무가 혼연일체가 되어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부장/팀장급 인력은 하나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사업을 보는 안목과 추진력,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 더 크게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끌어안는 일이다. 이런 종합적인 면이 기업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가가 중요하다. 동시에 기업에게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그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의 질과 크기를 가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역량과 품성을 알 수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의 충실함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인력은 업계에 노출되어 있는 인력일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보면 지원하는 사람들의 가치는 낮고, 모셔오는 사람들의 가치는 높다. 그리고 대개 한 분야에 집중해온 결과이기에 모셔오는 분들은 뭐든 한가닥씩 기술이 있다. 문제는 낙하산들도 날아와서 바로 이 정도 지위를 빠르게 포진하는 것이 큰 문제일 때가 있다. 동시에 싹수가 없어도 능력으로 올라왔다면 여기가 거의 종착역에 가까울 수가 있다. 대부분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못돼 먹은 능력자는 조직의 수장이 되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투에서 못돼 먹은 장수의 목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일은 사전에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아쉬움이 결국 조직의 피해로 남는 경우가 많다.


 과장과 차장은 실무적인 베테랑이다. 그래서 평균적인 몸값과 선호도는 과장급이 가장 높다. 가장 역동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실무를 넘어설 것인가, 실무의 한계에서 숙련공의 숙련도만 올리는 한계의 늪에 빠져들 것인가를 가늠해야 한다. 실무의 숙련도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의 법칙처럼 조금 더 올리기는 것이 임계점에 다다르는 시점이다. 여기에서 안주하는 것이 삶을 망치는 길이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짧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해외영업에서는 맡아서 관리하는 능력과 만들어 내는 능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새로움을 조금씩 삶과 자신의 분야에 받아들이는 사람과 자신이 얻은 실무능력에 자만심을 품고 가는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분야의 공부와 사람의 공부를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그 위에 올라가서도 역량을 꽃피운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시절이 지나고 만년 마이너리거가 되거나 엔트리가 확장되는 시점에 가끔 메이저리거에 얼굴을 기웃거리는 그만그만한 선수가 되기 쉽다.


 과장의 직책 연한이 길지만 초반은 대리 시절의 역량으로 잘 보낼 수 있지만 후반부터는 대학 나온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는 시기이기에 어떤 방법을 택해서라도 세상의 변화, 지식의 변화를 학습해야 한다.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하고 삶에 있어서 결정적이다. 그 성과를 맛보면 스스로 지속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삶에 중요한 일이라면 한 업종의 변화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문제는 이때쯤이면 결혼도 하고 애도 생기도 삶은 정신이 없다. 개인적으로 결혼은 하려면 빨리하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현실적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꼰대의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삶의 시간을 펼쳐보면 나는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 시기에 맞춰 오는 비를 보면 호우시절이라 하듯 인생의 때는 항상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걷둬들이는 일이 있다. 세상이 좋아져서 새로운 과학적 농경법이 가을에 뿌리고 봅에 거둬들이게 한다지만 계절에 따른 방법보다는 비용이 많이 든다. 가격을 더 받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대리급은 실무의 숙련도를 올리고, 기초 응용을 하는 과정이다. 본격적으로 업을 배우기 시작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한 업종에서 다른 업종을 기웃거리는 시기일 수도 있고,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다. 직종을 바꾸는 것은 큰 결정이다. 직종을 바꾸는 일은 본인의 선택을 번복하는 일이고, 그것을 과장이 돼서 하려는 것은 인생의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보통 남성들의 경우 30대 초, 중반이기 때문에 전격적인 전환을 할 수도 있는 시기다. 하지만 좋은 선택을 미리 했다면 집중적인 업의 체험과 경험의 축적을 통한 insight를 체험하는 시기다. 이런 체험이 과장급이 되어서 지식의 축적이 실질적인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안목을 구축하는 기초가 된다. 


 사실 사고도 많이 치고 배우는 시기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고등학교 3년을 잘 보내고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듯 한참 좋은 시절이 또 과장의 시기다. 대리 시기에 나는 이것저것 많이 저질러도 보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나이 먹어서 사고 치면 손가락질을 받기 쉽다. 업종에서의 비숙련공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것은 이때다. 사원은 쫄아서 사고도 치기 쉽지 않다. 베테랑급이 되어가는 과장급에서 사고를 자주 치면 능력을 의심받기 쉽다.


 사원은 이 또한 대학시절에 결정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급여와 복지라는 수준 있는 생활에 집중한 사람, 일단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선택한 사람의 차이다. 그 개인과 기업의 선택을 주도하는 권력은 각 개인이 만들어온 삶이 결정한다. 인생이 걸어온 길의 책임과 후회, 동시에 세상이 움직이는 구조에 대한 삶이 조금이 열리는 시기다. 좋은 시작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사원급은 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를 선택한 사람이 가장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고 있다면 이런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력서, 자기소개서로 다 표현되지 않는다. 그들이 기록한 것과 말과 행동의 일치성 그리고 그 사람이 뿜어내는 기세, 적극성, 기초 지식 등이 한 번에 어우러져서 나타난다.  


 다시금 돌아보면 내가 오래전 30대 초반에 한 생각이 크게 그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10대의 삶이 20대의 수준을 결정하고, 20대의 삶이 30대의 삶을 결정한다. 지금 내 삶은 내가 살아온 30대의 충실도가 결정한다. 동시에 지금 시기의 삶이 내 50대의 삶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삶은 미래를 향해서 움직이고, 과거는 변경할 수 없다. 과거와 단절될 수 없는 시간과 삶이지만 과거라는 걸어온 발자국이 결국 내가 미래를 위해서 선택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 선택의 폭은 내가 걸어온 발자국의 선명성과 힘에 따라 다시 한번 영향을 준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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