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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축적의 길

by Khori(高麗) 2017.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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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축적의 시간"이 성장의 과정 속에서 경험이 지식으로 다시 지혜로 축적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성장에 따른 질적 경쟁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전체를 조망하는 설계개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멋진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나온 '축적의 길'에 대해서 기대감을 갖는 이유다.


 하지만 전작의 답습에 가깝거나 급히 써내려간 책이란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 축적의 길은 책상에 앉아서 정리와 분석을 하는 교수님의 몫이 아니라 기업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실과 현상을 분석하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은 다르다. 책에서 말한 스케일업의 과정은 기업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코치가 아무리 잘 가르켜도, 결과는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해야하는 것이다. 


 학문의 본질과 어떤 분야의 깨달음에 다다르는 본질은 유사하다. 기업이 경험을 축적해서 이루어 가는 것은, 행위의 일정한 반복을 통해서다. 그 반복속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증명하여 이론화 하는 부분에서 동일하다. 


 이 과정은 행위와 반복적 행위속에서 잘 될때와 안 될때의 차이를 알아가는 뇌의 활동과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The Difference"란 완전이 다른 것이 아니다. 본질을 유지하며 새롭게 출현하는 기술로 그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바로 설계개념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본질이란 하나의 분야이자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서 내려오던 업종과 분야가 있다면, 새롭게 출현하는 기술적 변화를 접목하여 그 업종과 분야를 재정의 할 수 있는가?가 첫 질문이다. 유지되는 본질과 새로운 기술적 접목을 통해서 구현하는 것이 과거의 것과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복을 통해서 그 성과와 효율성이 개선되는 이유와 원인(또 다른 차이)을 더 많이 알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의 오감이 확장된다는 전제로 생각해야 받아 들이는 인간이 쉽게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조합형 개념과 누적형 개념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설계라는 것도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개념은 더 다양한다. 어찌 두 가지 방법이 인간이 지식을 축적하는 개념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하고, 조합하고, 제거하고, 분리하고, 수정하고, 부정하는 과정과 같이 다양한 인간사고체계의 접근을 통해서 가능하다. 조직은 합쳐져서 만들어 졌지만, 분류하여 나눔으로 분업이란 발전된 형태가 되었다. 다른 예를 들어 야구선수가 배트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자세를 간결하게 하고, 타인을 모방하고 수정하고, 배트를 바꾸는 것은 궁극적으로 잘 치기 위한 것이다. 잘 친다는 것은 본인만 알 수 있다. 내가 휘두른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을 오감이 기억하고, 그 잘 맞았을 때와 안 됬을때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차이의 패턴을 이해하고 다시 재현할 수 있다면 한 단계가 진보했다고 볼 수있다. 그것이 기업과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축적된 지식은 사람에게 남고, 사람은 그 지식을 다양한 형태로 남기기게 된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함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입장에서 나는 다른 생각이 존재한다. 한국산업계가 실행역량이 강하다는 것에 대한 의문과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한 이유다. 저자도 동의하듯 요즘은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시대는 아니다. 제대로 해야 잘 된다.


 한국 기업의 실행역량을 보자면 조금식 변해가고는 있지만, 쥐어짜는 식이 대부분이다. 남들도 저렇게 하니, 그렇게 하라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야되는 이유를 알지 못하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 실행역량이 강하다는 것도 인력을 투입하면 이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오던 분야와 그런 시대의 일이다. 아직도 그런 분야가 많지만, 수학올림피아드에 사람만 많이 보낸다고 금메달을 딸 수 있는가? 아직 우리 사회의 조직은 컴퓨터에 단군 할아버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변화의 지점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저가가 말한 Know-Why가 필요하다. 왜 하는 지를 모르는 실행자와 왜 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깨달음이 부족한 리더가 양산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저 남들 흉내내는 me-too전략으로 열심히만 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앞 세대는 사회보다 대학의 지식이 높던 시대다. 그 때의 방식을 지금도 사용한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대학보다 지식의 수준이 낮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앞선 세대의 성과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지식이 축적되어 결국 자본이 축적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지식을 축적한 경험이 적다. 그래서 우리는 일정기간 존버정신을 갖고 축적될 시간까지 버텨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년간 반복을 하고 경력을 쌓아 왔다면 이젠 실행이 아니라 설계의 과정을 통해서 전체를 아우를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산업에 종사하는 개개인들에게 쌓이지 않는 지식의 미축적은 빠르게 답을 내는 계산과 암기식 교육이 갖고온 폐해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많은 기업의 꽃인 임원이 직원들을 불러놓고 답을 갖고 오라고 닥달을 하는 것이 한국기업에서 보는 익숙한 모습이다. 본인도 모르는 걸 아랫 사람이 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개인이 모여 다시 기업과 사회, 국가를 이루어왔다. 하드웨어적인 발전의 한계에 다달아, 소프트웨어적인 의식, 철학 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이다.


 일본의 임원들을 보면, 그 자리의 높이 많큼,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다. 앞도할 지식이 양이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프로페셔널의 수준이 아니라 장인과 명인의 수준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차이가 밑에 직원들을 앞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인력이 더 많이 양산되어야 한다.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은, 반복이란 시간적 소비의 대가다. 시간은 소비했는데,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것은 값싸게 남의 것을 빌려온 것이지 본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찾아본 정보가 일년뒤면 기억나지 않는 것과 같다. 베끼는 데도 시간은 든다. 베끼다보면 왜 베끼는지를 알게 된다. 그러나 왜를 베끼는지를 알때면, 남들은 다른 베낄것을 내 앞에 놓는다. 베끼기를 중단해야 할 때를 지나쳤고, 지금은 더 잘 베끼는 놈들이 나왔다. 이런 새로움이 우리에게 머리를 써야 한다는 자각을 주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이란 책이 나온 셈이다. 우리가 게을렀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본인의 것이 되어야 그 수준을 올려 분야의 본질을 보고, 본질을 볼 수 있어야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무조건 시간을 쓴다고 설개개념이 생기지 않는다. 본질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쌓이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needs)는 특정 분야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욕망(wants)은 존재의 이유가 아니라 그 존재가 다양해지고, 그 다양성이 다른 새로운 것을 존재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식당이 있다고 모두가 김밥만을 먹지 않는 이유와 같다. 간단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만 기업의 업종분야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를 갖고, 내가 종사하는 기업의 수준과 위치를 세밀하게 보며, 나아갈 바를 찾는 안목이란 쉽지가 않다. 체계화해서 남기기 힘드니, 일정부분 도제제도처럼 남겨지기도 한다.


 어째든 나는 우리 산업의 실행역량이 대단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껀 해오던 실행역량이 유효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 변화의 수용이 늦어서 사람을 마구잡이로 쓰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감성과 이성이 교차하는 사람의 성과가 천차만별이다. 그런 악순화의 과정이 현재다.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그것을 준비할 안목없이 남의 것을 사다가 한 고도성장의 후폭풍속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다. 성취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위기에 다가선 것이다. 한 업종에 종사한다면 기업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내가 종사하는 업종의 세계 시장의 경쟁, 경쟁기업과의 차이, 시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과 요구되는 것들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생길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통찰력은 창의력이 타고난 몇 사람들의 것이라도 생각한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이는 업에 대한 이해와 업철학을 갖는 사람이 시간을 축적해서 쌓아가는 것이지, 아무에게나 쌓이는 것이 아니다. 학교간다고 공부잘 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출근한다고 해서 매일 지식이 축적될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없다.


 업철학과 열정을 갖은 관심이 세밀하게 보는 이유가 되고, 한 발 다가서고 또는 한 발 물러서서 조망하며 업의 근본을 알아가는 것이다. 이런 반복 작업속에서 실행의 차이를 통해서 깨달은 부분이 본질에 대한 시각을 갖게하고, 기술적으로 어떻게 보강함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목을 갖게 한다. 그것이 창의성이 시작되는 기본이다. 지금 부족한 것은 우리가 한 20년 쯤을 방만하게 운영해 왔다는 반증이다. 온고이지신이란 옛것(분야의 본질, 존재이유과 역할)을 알아야 하고, 새로움(기술적 변화)을 받아 들임으로써 창의적으로 새롭게 구현되는 것이다. 우선 내 수준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어디를 반복할지를 아는 것과 같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럼 얼마 만큼의 시간이 축적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분야마다 다른다. 어째던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것이 가동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얼마 뒤, 미래의 일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답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노력하며, 시간을 한참 보낸 뒤에야 필요한 것이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10대는 이 개념을 잘 기억하고 노력해서 사회에 나가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지만, 당장 기업에서 일하는 30~50대는 어떻게 해야할까? 당장 50대는 지식이 축적되는 것과 정년퇴임이 경쟁을 하고, 40대는 격무와 지식축적속에서 생사경을 넘어야 한다. 그 나마 일을 배우기도 바쁜 30대가 열심히 축적해서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답인가? 그럼 버티던가 쓰러지던가의 기로에서 시간이 가기만을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마스터급의 인재가 외계에서 오기라도 기대해야 하는가?


 나는 사람간, 기업간 연대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가 갖다주는 효용은 모두들 알고 있다. 사람이 함께 함으로써 성과가 더 커지는 시너지 효과는 소수의 협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collaboration을 하는 기업철학을 갖는 경영자를 만나기 대단히 힘들다. 부의 축적만 하던 세대는 지식은 교류를 통해서 증대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돈 버는 법은 나만 아는 비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연대를 통해서 바둑에서 사람을 이기는데, 사람과 기업은 연대를 통해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서 제거하는 것으로 이익을 뺏는데 익숙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계를 설계하는 좋은 개념과 사람의 협력을 설계하는 개념이 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가지더 이 책에서 실행을 효율을 제 1덕목으로, 개념설계에서 차별성을 제 1덕목으로 이야기 한다. 개념설계에서 차별성과 더불어 효율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업의 관점에서는 절대 채택되지 않는 원인이 된다. 개념설계에서 차별성을 찾는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효과적이거나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별성이 그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을 넘어 타 분야까지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면 확장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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