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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冊)

21세기에 바라 본 20세기 현대사를 통해 현재를 본다 - 쟁점 한국사, 현대편

by Khori(高麗) 202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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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두꺼운 책은 읽고 한 번에 읽은 의견을 남기기 어렵다. 그래서 리뷰라는 이름으로 두 번 정도로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이 책에 8개의 글이 실려 있으나 3개밖에 읽지 못했다. 읽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현재의 맥락을 스스로 더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20세기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현실을 바라보면 21세기를 현재에 맞게 살아가자는 역동적 변화의 힘과 21세기도 20세기의 정신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힘의 강력한 대립이 존재한다. 동시에 상생의 화합도 존재한다. 소란스럽지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고, 나의 존재가 아니라 나의 기반이 이루어진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 역사의 틀, 개인의 역사에 남아 있다. 기반의 맥락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힘이 모여 균형을 찾아야 갈팡질팡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불암의 대사 중에 "바다는 물을 가려서 받지 않는다"라는 꽤 울림 있는 대사가 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 다투더라도 모든 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한명기 교수의 서문에서도 취지가 명확하지만 시대의 흐름에서 수면 아래 묻어둔 진실이 알려주는 내용은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 준다. 대부분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가르치지 않은 내용, 그 의도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20세기의 맥락이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생각이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전쟁의 기원', 글항아리에서 나온 '한국전쟁(중국의 입장에서 본 기록)', 진보적인 학자들의 기록과 영상에서 본 내용도 있다. (진보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긴 진실이 수면 위에 올라왔을 뿐이며, 그것이 불편한 사람도 존재한다. 교과서 논쟁도 마찬가지며 견강부회도 있지만 아전인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1. 끝나지 않은 한일 과거사 문제

 얼마나 내 블로그에 어떤 분이 와서 샌프란시스코 조약과 이승만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글을 쓰던 사람이 있었다. 글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도 '인자 댓글, 지자 답글'의 정신을 갖고 대거리를 하다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러나 "밥때인데 식사는 하고 하시는 거냐?"라고 시작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사람들은 다 계획을 갖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2020년 2월에 한일 외교 비밀문서를 확보하며 일본이 한국의 대일청구권에 대한 합의 전 전황을 알 수 있는 귀중한 문서가 나왔다. 이 편에서는 왜 일본이 21세기에도 저 모양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가 많다. 일본은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주영사"같은 것은 정리하지만 "일본은 무엇을 잘못하였는가?, 이웃들이 일본에 대해서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관한 공식적 성찰은 없다. 그렇다고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작 우리는 '행방은 도둑처럼 왔다'는 말은 하지만 일본처럼 "대한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전후 대한민국의 독립은 왜 지체되었는가?'에 대한 그 시대의 정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아직도 소란스러운 것이다. 괴벨스처럼 우기고 버티면 내 뜻만이 진실이 된다는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후 천황제의 유지와 일본이 아닌 '일본군의 무조건 항복', 미국이 바라본 일본 군국주의의 온상이 '재벌과 기생지주'로 본 관점, 45~48년 사이 미국의 대 일본 점령정책의 변화이 핵심이 '일본의 부흥'과 '반공'이라는 점(역코스라 지칭됨), 부흥을 위해서 퇴출된 군국주의자들이 다시 행정관료로 회귀한 점, 반공 정책이 한국 내 건국준비위원회를 부인하는 정책과의 연관성을 볼 수 있다. 그런 일본에 대한 미국의 정책기조와 현재의 한국 사회를 보면 말하기 힘든 공통점과 연계점이 연상된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대일 강화조약)을 통해서 일본은 독립하고,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연합군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대일 강화조약의 서명국이 되지 못했다. 장개석도 한국의 독립을 보장하자고 했지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명백하게 약소국이 갖고 있는 한계다. 독립적 지위 보장이 안된 사실이 다시 대일 배상권의 문제가 된다. 일본도 한반도를 포함하고 나머지를 포기하는 협상을 했었기 때문에 만약 그랬다면 대한민국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라를 지켜온 셈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다시 20세기의 망령들을 대면하는 것이 불편한 시대다. 봉건시대처럼 솥에 물을 끓여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는 것이 필요하고, 흐르는 시간에 무엇을 역사로 남길 것인가는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의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2. 해방과 분단의 현대사 다시 읽기

 독립운동은 임시정부만 한 것이 아니다. 교과서에 몇 글자 나오는 서로 군정서, 북로 군정서 외에도 다양한 이념과 사상을 갖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에 맞는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해왔다. 동일한 목표는 독립이지만 이후 평가는 이념에 따라서 잘라내기가 많았다. 어쩌면 나는 왜곡된 역사를 배웠다는 생각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왜곡되어간다는 생각도 한다. 그것은  타인의 관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관점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그렇지 않을까? 

 이 편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거이 노예 수준의 식민지 정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무 통치를 위한 편의성과 승자의 논리일 뿐이다. 미국이 라이베이아라는 나라를 만들어서 발생된 문제를 보면, 유치원 노래처럼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가 가장 중요하다. 포츠담 선언에서 '일본군'의 무조건 항복, 샌프란시스콘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전쟁 책임이 언급되지 않은 결과는 현재도 체감할 수 있다. 어영부영 면죄부를 받은 히로히토가 전범들의 야스쿠니 합사를 반대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전편의 맥락을 이어가는 글은 이런 연속성에서 찬탁과 반탁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글의 저자가 몽양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건준이 해방 전부터 여운형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재미있다. 특히 해방 후 가장 큰 가짜 뉴스인 '동아일보'의 기사다. 28일 발표의 기사가 27일에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할 시점에 이념과 사상, 이익과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분열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그렇게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제헌헌법부터 87년 헌법까지의 전문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제기된 논쟁의 흐름을 추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말은 생각의 정리이며, 시대의 정신도 글에 남는다. 법률의 제정은 이런 시대의 요구를 담고, 다시 사회의 기준으로 문화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시대의 철학과 사상은 법률,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김기협의 '뉴라이트 비판'보다 훨씬 간략하고 명확하게 왜 말도 안 되는 '건국절'을 물고 늘어지는지, 쿠테타로 부인한 이승만을 다시 박정희 옆에 세우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둘은 전혀 친하다고 볼 수가 없지 않은가?

 

 "21세기의 한국인은 20세기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분단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 , 당신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지 물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세대는 지금 성장하는 미래 세대와 후대의 질문에 진솔한 대답과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한국 전쟁과 폭격의 트라우마

 '폭격'이란 단어로 설명한다는 것, 그 단어를 통해서 한국전쟁의 역사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전쟁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폭격과 사건,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나는 '배달의 기수'를 보면서 국군의 어벤저스급 활약을 상상하도록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글항아리에서 출판된 '한국전쟁'에 나오는 허접한 빌런의 수준의 국군 활약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매일 싸우며, 매일 이기기만 하는 전쟁은 없다. 자부심의 고취와 왜곡은 다른 일이다. 

 

 폭격이란 사실의 존재, 재건할 때의 사회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조금 들어본 것은 있지만 그 사진과 여파, 실제로 발생된 다양한 폭격의 의도와 계획을 접해 본 적은 없었다. 일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조금 충격적이다. 또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시대를 상상하는 오류가 존재한다. 영화 '국제시장'의 첫 장면, 최근 '미드웨이'에서 보았던 장면들과 겹쳐서 잘 이해가 된다. 이런 참화의 트라우마가 현재 북한이 땅굴, 폭격기에 대한 극렬한 반응이 나온다는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이 간다.

 

 더 읽어야 하는데 자꾸 현재의 모습에서 책에서 언급된 그림자가 많이 보인다.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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