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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내가 본 M&A

by Khori(高麗) 202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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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한경

 

 기업을 만들어 성장하고 IPO를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벌기업들을 보면 알짜 기업은 비상장인 경우가 많다. 회사의 소유권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을 평가가치와 미래의 현금창출을 현재의 가격으로 할인해서 교환하는 일이다. 이렇게 조사하여 공모가가 되기도 하고, 지분 매각의 가격이 결정된다. 기업은 차입과 같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시장에 회사의 소유권을 작게 쪼개서 판매함으로 많은 자본을 차입함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얻는다.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에겐 자금의 유입을 통해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분을 준다는 것은 이해관계자가 늘어나고, 상장 요건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든다. 당장 회계법인의 분기, 반기, 연간 감사비용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투자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자금이 들어온 다는 측면의 장점은 크다. 내 생각에 큰 돈이 들어와도 사업투자와 사업전략이 부재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매년 일정한 매출과 상당한 이익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미래는 불확실하고, 인플레이션처럼 명목소득을 차감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벌어서 축적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모든 기업은 독점기업을 지향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 안될 뿐이지만.

 IPO의 과정도 어떻게 보면 얼마에 살것인가? 얼마에 팔것인가? 이 두 가지 입장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다. 금융회사가 거간군으로 나서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통해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수수료과 가외수익을 찾아가는 것이다.

 반면 M&A라는 인수 합병은 어떤가? 비상장 회사가 상장회사와 합병해서 주식시장을 통해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누가 사는가가 중요하다. 비상장 기업간에도 합병은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하던 후배가 자기 회사를 선배 회사에 매각하고, 운영하던 사업으로 사업부를 맡기도 했다고 한다. 상장기업간에도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회사를 살 수 있다. 삼성이 하만을 산것처럼.. 그 효과가 어떤지는 운영할 권리를 갖은 기업의 실력에 따른다. 

 내가 다니던 기업이 M&A의 과정에 들어섰다. 창업자가 은퇴를 앞두고 기업 매각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거래 상대방의 방문에서 입에 발린 상투적인 말을 들었다. 이런 저런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말이 좀 통한다 생각해서 궁금하던 것을 물어봤다. "재벌은 자식에게 세금 적게 내고 넘겨주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왜 M&A를 할까요?"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을 쳐다봐서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진행되는 M&A의 과정에서 여러 기업을 만나고 협상의 요지를 파악해보면 결국 얼마나 살것인가? 얼마에 팔것인가?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과정에서 이건 얼마다 아니다 내 생각에 깎아줘야 한다. 뭐 이런 일은 일상 다반사니까. 얼마에 살것인가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 회사의 재무제표와 이에 따른 모든 재무적 자료와 실사가 발생한다. M&A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일이 사기다. 시간이 지나고 사기로 고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말은 모든 내용을 녹취하고, 기록하고, 증빙을 만들고, 법률적으로 저촉되는 일을 점검하는 피곤한 일이 계속되며, 자금의 성격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절차의 과정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고, 인준과 승인을 위해서 이사회가 수시로 열리고, 주주총회도 해야하고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천차만별이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사기꾼이 있고, 사기꾼의 앞잡이도 있고, 사기꾼을 등쳐먹는 사기꾼도 있고, 내가 보면 그 쪽 회사가 M&A를 해야할 것 같은데 회사를 사겠다고 달려드는 무늬만 상장사도 있다. 불나방들이 엄청나게 있고, 기업이 지속경영을 위해 쌓아온 업을 이어가려는 회사를 분별하기 대단히 어렵다. 확실한 것은 엄청난 탐욕의 욕망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멀리서 보면 개판 오분전이기도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한 번의 경험이지만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실물을 확인하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확인하는 사람이 진정한 구매의사가 있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회계사, 변호사등 士자가 붙은 직업을 갖은 사람들은 자격증의 권위 때문에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나는 士자 붙은 사람들을 더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을 잘 안다는 것은 그 무엇이 잘 안되는 방법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숨기거나 합법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을 더 잘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진실하지 않다면 대단히 큰 위험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직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콜중독에 수전증이 심한 의사에게 수술받을 사람이 있을까? 자격증은 있는데 자격증을 운영할 실력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는 어떻게 분별이라도 해 볼 수 있지만 자격증은 있는데 자격 함량미달은 파악하기 어렵다. 나는 가끔 모든 자격증은 PPL로 일정기간 자격유지를 확인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의 어르신들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할 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특히 고액의 士자직업일수록 이런 제도적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A에서 가장 큰 이슈는 결국 장부의 투명성이다. 장부가 실물과 상당히 일치한다면 정확한 가격에 팔거나 살 확률이 올라간다. 결국 시장에서 작은 물건 하나 에누리를 받기 위해 협상하듯 기업의 M&A과정도 차이가 없다. 만약 분식회계(회계 사기)가 이루어지면 터무니없는 가격에 합법적으로 살 수도 있다. 터무니 없는 헐값에 팔면 판매하는 경영자는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고 자리에서 해야할 일을 안했기 때문에 배임이 될 수 있다. 이를 이유로 동전 몇개를 받으면 죄가 더 커진다. 금액이 커지면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법률 해석처럼 촘촘한 조치가 필요하다. 회계사, 법무사, 변호사, 공인중계사, 행정사등 온갖 士자 직업이 여기에 붙어서 먹고산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또 불쌍하기도 하고, 다른게 보면 이렇게 못된 것들도 없다. M&A가 법률적으로 합법이라면 불만이 있는 당사자가 사기로 고소를 하는 방법이 흔한가보다. 제품처럼 하자를 입증하거나 환불하기 어려운 큰 거래다. 핵심 인력이 M&A후에 모두 나가면 회사는 가루가 될 수 있다. 어째든 이런 복잡한 일이 생기는 것 자체가 나는 별로다. 운영하던 회사를 왜 파는가? 일부 후계자가 없어 잘 운영할 사람에게 매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잘 되는 기업을 파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화식열전에 정말 비싸고 귀한 물건은 없는 듯 숨겨 놓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회사의 장부와 실물을 대충 확인하는 사람들이 희한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호구인가? 이런 생각이 들지만 이런 사람들은 전형적인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회사를 확인하기에 앞서 큰 사업을 하겠다며 몇 천억이 찍힌 통장을 갖고 오기도 하고, 코로나로 마스크 대란 시점에 2조짜리 마스크 수주를 들고와서 우리한테 회사를 매각하라는 얼토당토 안은 놈들도 봤다. 뉴스에 나오던 것을 보면 정말 황당하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자기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뻔뻔하다고 하지만 실존을 확인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기업을 M&A하지 않는다. Private Equity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아서 하는 것도 흔한 방법이다. 

 만원은 초록색, 오만원은 노란색이다. 수표는 하얀색인가? 그런데 자금이라고 하면 어떤 색깔일까? 그 돈을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변한다. 혼란스러울 때 지인의 소개로 M&A쪽 일을 하시는 분을 소개받아 자문을 받았다. 그들의 세계에서 말하는 정상적이란 말은 일반인의 개념과 아주 많이 차이가 난다. 특히 질이 나쁜 색의 자금은 말은 같은데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성장은 회사의 주식 가격을 올리는 일이지 사업을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의 설명을 듣다보면 어떤 우수한 기업보다 사업, 재무, 법률을 강조하면 이야기한다. 그런데 설명속의 내용은 참 거리가 멀다. 사채(그들 말로는 단기 3개월, 그 이상은 없다나 뭐라나, 월 이자 10%)를 끌어서라도 회사를 매입하는 것은 그 보다 큰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인분이 데리고 나오신 분이 순진한 나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잘 설명해 주시는데 정말 요지경 세상이다. 인상적인 말은 좋은 실적을 내는 회사가 좋은 회사가 아니라 주가가 높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또 다른 시장의 관점이다. 기업활동과 주식시장은 synchronized되야 하나 사실 다르게 움직인다. 그걸 확인하는 교육 시간이 되었다. 주식시장을 조금은 삐닥하게 보기도 하고, 재무상태표가 안좋은 회사는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논리는 경제학,경영학과 다르다. 단지 산수와 수지타산의 문제일 뿐이다. 그 방법이 그들의 입장에서 틀렸다고 볼 수 없다. 단지 합법적이냐 아니냐가 행위를 결정하고 그들의 말을 통하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도 감내하는 용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시장 참여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장통에 사기꾼, 절도범, 도둑놈이 섞여 있어도 구분이 어렵다. 이것을 잘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제일 기분 나쁘고 못됐다고 보는 집단은 우리가 길에서 보는 금융회사다. 도둑놈이 도둑놈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금융회사를 보면 이들이 금융기업인지, 사채업자인지, 사기꾼의 조력자인지, 이들이 사기꾼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자세를 보면 더 못됐다는 생각이 들고, 책임을 안지려는 치열한 노력을 보면 염치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은행과 사채의 차이가 이자율 차이 아닌가? 둘다 겉만 번지르하고.

 업이란 관점에서 M&A는 여러가지 기로에 서게 한다. 이 업을 이어가고자하는 상대방은 상당히 집요하게 여러가지 정보와 법률적 관계를 파악하며 미래를 그린다. 만약 누군가 M&A를 하며 하고 있는 사업에 관심이 없다면 높은 확률로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이 필요하지 않은데 그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을 매입한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상장가치(농담반 진담반으로 코스닥 50억, 코스피 100억)를 이용해 무엇을 해보려는 사람도 있지만 사고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어째든 모시던 경영자가 잘 은퇴하도록 정리하고 내가 회사를 해고했다. 지금 생각해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본 복마전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도 않다. 갑자기 나타난 외부인, 그리고 그 풍파에 따라 구성원들의 욕망이 제각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기억하면 역겹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욕망에 튀어나오는 내부총질을 하는 동료, 갑자기 외부인에게 붙어서 물욕을 부리는 파렴치한 사람, 사욕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 눈치없이 열심히 일만하며 점차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가는 사람까지 희노애락이 단기간에 집중되는 하나의 쇼처럼 보일 때가 있다. 

 누군가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start up을 M&A한다면 적극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누군가 상장사 M&A과정에 들어갈 일이 있다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회사를 해고한지 오래되어서도 간간히 동료들의 이직도 도와주다보면 이런 파란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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