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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방심금물, 서울 대전 대구 김해 사람이야기

by Khori(高麗)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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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찬 아침부터 눈이 날렸다. 일 때문에 노래 가사처럼 서울, 대전, 대구, 부산(김해)을 다녀오기로 한 바쁜 한 주다. 대학시절 기차 타고 주말에 집에 오가던 기억이 난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동시간은 훨씬 빨라졌고, 시내 교통은 글쎄. 총 소요시간은 더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출장도 어찌 보면 여행과 유사하다.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들이 내 삶에 차곡차곡 쌓여 누군가의 삶에 보탬이 되고, 내 삶에 활력과 경험이 된다. 출장이란 이런 일이 특정한 분야에 국한된다는 제약이 있지만 더 깊이 있게 같은 분야의 이야기를 쌓아간다는 점이 다르다. 

 

 기차역은 예전 건물이 아니라 한참 옆 구석에 자리 잡았다. 커피 많이 먹지 말라고 했는데 한 잔 마시면 다이어리에 일자별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KTX 산천을 탔는데 안락하다. 빠르고 비싼 만큼 충천 USB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다. 

 

 기차가 출발하고 전화벨이 울린다. 왠지 좀 그렇다. 이런저런 일을 짚어보니 한숨이 나온다. 믿고 맡겨둔 일에서 실수가 있다는 말이다. 출발부터 불편한 일이 생겼다고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예전엔 자주 그랬지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에너지 낭비에 가깝다. 큰 일의 실수가 아쉽지만 내가 더 꼼꼼하게 보지 못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필요한 곳에 이야기를 해서 협조를 구하고, 담당자에겐 한 번 간결하고 심각하게 주의를 주었다. 

 

 실수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실수를 했다면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이 번 일은 실수와 반복이란 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따끔하게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점이다. 그렇다고 계속 그 이야기만 해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만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실수인지 모르고, 코밑에서 불꽃이 튀고 코피가 나면 정신없이 산만해진다. 이런 것이 문제다. 최선을 다해 대구 가는 기차 속에서 정리했다. 그 이후의 일은 결과를 좋든 싫든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다행스럽게 결과는 바라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한숨과 한 고비를 넘기는 과정이 되었다. 

 

 먼저 준비하고, 한 번 더 확인하고, 그 내용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를 분간해서 조정하고, 내가 주고 싶을 때가 아니라 상대방과 약속하거나 원하는 시간에 전달해야 효과가 높다. 보통 성격이 급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자기 마음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을 전달하고 혼자 널뛰기를 한다. 인생의 방향이 속도보다 중요하듯,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제대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다. 

 

 대구에서 업체 미팅을 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많은 질문에 답변을 하고, 함께 시작하는 부분을 잘 조율했다. 함께 간 사람에게 일을 하는데 성장하고 필요한 잔소리를 하는 업체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영업쟁이들은 사실 자신의 노하우를 잘 알려주지 않는다.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동료와 파트너에겐 숨김없이 알려준다. 그들이 잘해야 내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노력과 별개로 대부분의 대답은 '너무 어렵다'라는 비중이 가장 많다. 나는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익숙하다. 이것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부족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A는 코끼리와 같은 정확하고 간단한 답을 원한다. 그런데 사람을 쳐다보면 A는 코끼리가 될 수도 있고, 호랑이가 될 수도 있고 멍멍이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바뀐 것이 없지만 리눅스, 윈도, 맥과 같이 생각이 그때그때 바뀐다. 나도 그들의 희망처럼 세상이 단순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어쩌다 생기는 운에 가깝다.  

 

 대구까지 왔다고 식사 대접을 하겠단다. 어린이 입맛을 농담처럼 듣던 사람과 진짜 어린이 입맛이란 주장을 하는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서 식당에 갔다. 문 닫았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시장이 움츠러드는 것은 아쉽다. 그 사이에서 기회를 만들어 찾아가는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세상을 보면 전쟁, 질병, 생존에 직결된 문제는 문명과 사회를 피폐하게 한다. 그 옆 식당에서 간편하게 닭갈비를 먹었다. 푸짐하고 맛도 좋다. 서울의 각박함이 없어서 한결 푸근하다. 처음 가본 대구에 남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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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과 김해는 해안선을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가깝다. 부산인 줄 알고 작년에 갔더니 여긴 김해라고 한다. 본관이 김해인데 처음 김해에 가봤다. 대략 50여 개 나라를 가봤는데 돌아보니 우리나라 가본 곳이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김해에 있는 업체는 1차 미팅 후 벌써 2개 도시에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믿음직스러운 것은 본인이 미팅 때 한 이야기를 벌써 진행하고 협의 중이다. 이런 분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때에 겸손하고 잘 돌아봐야 한다. 흥이 나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쏟아지는 말들이 기대치를 점점 키우고 뻥 터져서 곤란한 일을 겪는 것을 자주 보았다. 나도 보이는 대로 현장을 파악하고, 업체 대표도 그러길 바란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좋아하던 시종여일(始終如一)의 자세를 스스로에게 새기면 고향으로 길을 나섰다.

 

 빠른 시간의 기차표를 끊었더니 밀양에서 갈아타란다. 한 시간이 늦게 출발하는 KTX와 비교하면 도착 시간이 큰 차이도 없다. 아담한 역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역은 여기저기에 많다. 우리나라 역도 특색이 좀 있으면 좋으련만. 대전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친구와 오랜만에 식사를 했다. 서로 잘 지내는지, 건강한지 안부를 묻고 가볍게 소주도 한 잔 했다. 대학 가고 떠나온 고향이지만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향이란 생각을 다시 심어준다. 

 

 

  대전하면 고향이지만 특별하게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어려서 은행동 골목길에서 먹던 떡볶이(어린 입맛 인증 인 셈), 지금은 사라진 백금녀의 집(죄다 두루치기 메뉴였음), 버거킹이 50m 반경에 가게를 냈다가 장사가 안돼서 망해나간 성심당 정도다. 성심당은 창업자 부부가 워낙 좋은 일을 많이 하신 것으로 부모님한테도 들었고 우여곡절도 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명한가 보다. 어려서 야채빵이 150원인가 했었는데 ㅎㅎ 

 

 호텔 근방에 보니 청주해장국이 보인다.  약속시간과 밥때를 놓쳐 애매한데 일단 먹기로 했다. 중학교 때 새벽에 운동하자는 친구 때문에 갔다가 친구 아버님이 운동 끝나고 밥을 사주셨다. 해장국집이었는데 소고기 해장국이 아마 1500원 정도로 기억한다. 그 후로 종종 대전에 들르면 체인점이 생겨서 먹었는데, 우연히 찾은 집이 본점이란다. 예전 구시가지의 본점은 벌써 없어졌나 보네. 주인아주머니가 '아니 천오백 원 때 먹었으면 언제야? 오래된 손님이 왔네'하시면 속을 듬뿍 담아주셨다. 한결같은 맛이다. 

 

 업체를 만나서 현재 상황과 필요한 것, 향후 계획들을 같이 점검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랑 띠동갑이다. 걱정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했다. 나보다 젊다는 것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지만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더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대전에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삼겹살을 주문했는데 고향 인심이 참 푸짐하다. 술도 한 잔 하면서 친구 녀석에서 부탁을 좀 했다. 띠 동갑이고 같은 분야니까 조카라고 생각하고 애하나 좀 키워보라고 했다. 업체 젊은 대표 보고는 여기 삼촌 쫒았다니며 수발 좀 들고, 일도 배우고, 사업도 좀 키우라고 했다. 대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했다. 

 

 다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멘붕이 오는 쇼타임을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변화, 환경의 변화를 경시했기 때문이다. 문득 느껴진 변화를 보면 조급해지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초조해한다. 술자리에서 나온 말처럼 하루 1-2시간 공부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매일 1-2시간을 수년간 한다는 것은 보통의 노력과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두들 잘 의기투합하고 헤어졌다. 집이 먼 젊은 대표에겐 차비를 줬다. 오래전에 타지에서 대전으로 사업 때문에 온 모양인데 고생이 많았나 보다. 1년간 내가 고향 오면 항상 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함께 식사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그 사람이 성장하도록 나도 열심히 도와볼 생각이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 나도 제대로 사업을 만들고, 준비하고, 점검하고, 분석하고 해야 할 일이다. 대충 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 같다. 

 

 

 

 방역 규제에 맞춰 유성 근방에서 자리를 마쳤다. 예전에 온천 간다면 2번 버스를 한참 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여기는 태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간다. 기업도 적고 소비도시에 가깝고, 유성은 관광특구라지만 마치 마사지 타운 같은 유성을 보면 이게 발전인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런 곳을 떠나 밤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택시도 바로 잡히고 편하게 한 주를 마무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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