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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새로운 가격 시스템

by Khori(高麗)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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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장님,  업종에 새로운 가격 구조가 나왔습니다"

 "심심하냐?  소리냐?"

 "회집에서나 보던 시가로 제가 요즘 물건을 팔고 있다니까요!"

 "에라이!!!!"

 

그렇다고 내가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종은 아니다. Market Price, 市價라고 불리는 가격체계는 전지전능한 수요, 공급의 원칙을 주인장 맘대로 또는 경매가격 이것도 아니면 그 일대 주인장들의 눈치에 결정될 수도 있다. 

 

 요즘 운영체제를 담고 있는 SoC(컴퓨터 아닌데 메뉴가 나오는 온갖 제품안에 들었음) 가격은 주식시장 가격변동을 어퍼컷으로 날릴 기세다. 코인도 비교가 안될듯 하다. 메모리는  하다. 얼마전 수급이 되지 않아서 중국 지인에게 문의를 했더니 $3달러 하던 부품이 $50달러라고 한다.  두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심하다.   고민하다 그거라도  삽시다 그랬더니 "오늘은 $55달러라고 합디다"라는 소식이 와서 떼려치라고 했다. 주식시장 호가와 체결은 경매처럼  수나 있지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 사재기뿐만 아니라 물품은 없지만 일단 가격을 높게 부르고 본인들이 구하러 다닌다. 가지가지다. 용산 부품도 비슷하다. 30%는 족히 오르고, 알루미늄은 40%가 올랐다. 어째 봉급만  오르냐? 스트레스도 오르는데. 고객님들도 뚜껑이 열렸다 닺혔다를 횡보중이다.

 

 문제는 이런 부품을 모아서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사, 유통, 수출입회사는 환장할 노릇이다. MSRP (Manufacturer suggested retail price)를 바꾸면 시장 반응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수요가 감소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가보다. 문제는 그것이 신뢰의 문제를 보호할  있느가의 문제다. 냅두면 제조사, 유통회사, 수출입회사가 서로 상부상조를 하던가 피말리는 협상과 진상, 계약서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보기, 조르기  다양한 일이 생길  밖에 없다. 특히 Brand 사업은 자신의 수준을   있는 좋은 기회가  수도 있다.

 

 2014년  르블화 폭락때 해외기업이 즉시 68%, 50%, 국내기업 30% 가격인상을 즉시 적용하는 것을 봤다. 생존이 걸리면 다들 인정사정 없다.(물고기 아님, 전자제품임) 최근 반도체 수급이 완전히 뒤틀리고, 수급만 뒤틀린 것이 아니라 호환성에 따른 개발 변경, 교체로  기업들은 난리다. 문제는  현상을 고객들도 알기 때문에 panic buying이 발생한다. 부품구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오더가 넘쳐난다. 무슨 영화 타짜에나 나올법한 엎어쓰기도 아니고 오더를 엎어서 내!! 분명  문제는 경기가 정상화되고 수급이 안정화되면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난장판이란 소리다.

 

 여기저기 시장을 관측하니 중국 업체들이 30% 수출가를 작년말부터 인상하기 시작했다. 역시 중국은 돈이 종교이자 행동의 바로미터로 운영되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나라다. 일단  부품 인상분을 판가에 적용했다. 문제는 이거하고 아니 다른게 오른다.  올려야하나? 에혀. 반도체가 불이 붙는 것도 아닌데 지진, 화재등이  이렇게 많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불나면 당분간 공급이  된다는 친절한 메시지가 오기 때문이다. 악재는 항상 형제들이 어께동무를 하고 온다는데 오더는 호재인데 얘가 악재의 목마를 타고 오니 가관이다. 대처방법은 별의별 일이  생긴다. 신기방기한 대책과 시장 대응 방식을 보며 내가  실력이 부족하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회사 저가 제품을 사서 뜯자는 말이 그리 농담처럼  들린다니까요. 그렇다고 이런 일을 하지는 않지만 ㅎㅎ)

 

 그래도 양반의 나라라고 주장하는 국내업체들은 눈치보며 뒤늦게 반응을 한다. Global MSRP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더 곤역인것 같다. 통상의 경우 제조사 공급가가 결정되면 일정 기간 유지된다. 그러나 요즘은 정말 수주가 와도 시가를 적용해야 하는 판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지만 각종 원자재 가격인상 요구를 보면 금년엔 Offer Price = Market Price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사들도 별 차이가 없어져가고 있어서 걱정이다. 시장 안정화가 빠르게 진척되었으면 좋겠지만 미국이 골로보낸 중국 산업 부분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협상(negotiation)이 중요한 시대가 되어 간다는 느낌이 온다. 

 

 우리 SCM팀장이 업체 사장님과 친하다. "어르신 우리 nego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언제 오실래요"라고 전화를 했다. 다음날 오신다고 하셨단다. 분명 오셨다가 가신 것으로 아는데 소식이 없다. 찾아서 물어보니, "아니 물량 늘고 깍아달라고 연락을 드렸더니 글쎄 견적서를 3% 올려서 오셨더라구요. 얼른 가시라고 했어요, 에휴 아버님 보통이 아니시라니께요"란 푸념이 나온다. "좋은 협상 기술이네,   기술 사업팀에 전파좀 해라"라고 했더니 눈만 멀뚱멀뚱 껌벅거리더니 나한테  짜증을 낸다. 크게 화낼 일도 아니고, 좋은 일이구만  이래. 사업팀이 시가로 파는데  푼이라도  벌면 좋지 않나? 희한하네.

 

 그래도 영업하며 오더가 없어서 고민은 해봤어도 요즘처럼 오더가 넘쳐서 하는 걱정은 앞으로도 하기 힘들지 않을까한다. 돈받고 하는 일이 해도 지랄,  해도 지랄, 하면  지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신경험은 당췌 적응이  안된다. 이래서 늙는  같애. 차라리 주식 떡상 떡락은 껌이다. 단기적이니까...난 벌써 중기를 넘어서고 있다. 수출이  되고, 영업이  되도 겁나네. 잡부인생은  다양하게 파란만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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