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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天上雜夫] 아휴, 잡부는 바쁘다

by Khori(高麗)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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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선호하지 않는 직업은 사장이다. 성공하는 처세술을 보면 회사에 들어가면 사장을 꿈꾸라고 하는데, 나는 "온갖 일을 다하고 어디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은 별로인 직업'이란 생각이 많다. 차라리 책사가 낫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보면 둘 다 별로다. 3D가 아니라 둘 다 4D 직업이다. ㅎㅎ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스스로 현명한 생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 남들이 보면 덜떨어진 놈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직업을 통해서 주업인 해외 영업 말고도 제품 기획, 마케팅, 개발 기획, 사업기획, 품질관리, 제조, 물류, 구매, 재무, 인사 이런 일에 의도적으로 또는 본의 아니게 발을 많이 걸쳐왔다. 팔자가 쎄진 이유다. 

 

 어제도 업체 대표가 '너 참 요상한 놈이다, 회사 다니는 놈들 치고 이런 놈이 없는데'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 내가 봐도  독특한가? 이것이 좋은 의미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이런 류의 사람들이 많은 편인 것 같다. 의견이  불확실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주변 이야기를 하면 주위에서 그런 말을  때가 많다. 희한한 일이다.

 

 가끔 내가 가장 바라지 않는 직업이 하는 일을 열심히  온 것은 아닐까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 직장 경영자가 부모님께 고마워하라는 소리를 듣었을 때, 부러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재능인지 저주인지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 것을 보면 멍청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대답할  솔직하고 확신을 갖고 이야기했다는  또한 그렇다. 가끔 하나만 잘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문제라면 작은 일을 할 때 스스로 '그럴싸한데'라고 자기만족을 할 때가 많다.(미친 건가??) 그러다 나중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스스로 참 멍청하고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한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쉬지 않고 뭔가 대책을 찾아서 바쁘다. 내 신세를 누가 볶나, 내가 볶지.

 

 요즘도 새로운 일을 만들다 보니, 계약, 구매, 물류, 영업, 협상, 사업기획, 제품과 솔루션 기획, 판매망 구축, 원가관리, PM(Products Manager & Project Manager ㅡㅡ;;;), 마케팅을 다 해보겠다고 하는 중이다. 이러다 너덜너덜 해지겠다고 생각하는데 옆에 있는 녀석까지 발 벗고 너덜너덜해지고 있다. 건강 챙기라고 잔소리를  했다. (사실 너도 늙는 현상이 나오는 거니 건강  챙기라고 했다. 거품을 물고 열변을 토함) 이번 주에는 업체 사장님이 갑자기 찾아오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다. 3시간 동안 자기 회사 일에 대한 질문과 답변, 의견을 말하다 보니 밥도 못 먹었다.  일의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이런 시간이 즐겁다. 가끔 바쁜데 너무 한가로워서 문제인가?  현상을 보면 뭔가 멍청하고 덜떨어져 보이나 보다. 나는 꽤 그럴싸한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바람에 늦은 컵라면을 퇴근길에 먹게 됐다. 그다음 날엔 업체 전무님이 연락 와서 사람을 구해달라고 해서,  시간 여기저기 흥신소도 아니고 열심히 알아봐 드렸다. 알아서  되길 기원할 뿐이다.

 

  내가 한다고 하는 이런저런 일들은 사실 작은 가게 주인도 혼자서 한다. 일정 시간 조용히 살겠다고 생각했는데 일을 너무 벌렸나 하는 생각도 있다. 어떻게 또 연락이 와서 연봉을 2배 주겠다는 곳도 연락이 오고, 종사하던 업종에서도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다. "너 뭐하냐"라고 꼬치꼬치 묻는 연락도 잦다. 지난번에도 썼지만, 봉급 많이 받고 골병들 생각이 없다. 엔간히 들 해야지. 우리 마누라에게도 이야기를 했더니 "딱 보니 안 할 건데 뭐하러 이야기를 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나 보다. 자본주의적으로 보면 이 또한 멍청한 것 같고, 자유 지향적 개인의지 또는 취향으로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멍청하냐, 그럴싸하냐로 보면 잘 분간이 안 된다. 머리만 아프다. 현명한 처신인지 멍청한 짓인지는 내가 만들어 낸 결과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심각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깨 위에 달린 물건의 용량이 썩 좋지 못하다는 생각과 나이가 들며 생기는 '깜박증'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만 정확하다. 그나마 무엇을 시간 순서에 맞게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된다. 현재 하는 일에 사건 사고 없이  굴리고 있는 것이 이런 머릿속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분들에게도 감사한 일이다. 어찌 되었던 6개월 정도 소요될 일을 3개 월에 얼추 대강 철저히 맞추고 있다. 잘 되느냐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후회가 적기 때문이다.

 

 오늘도 진행 프로젝트가   잘돼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진행 중인 여러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보면 맘에 안 든다. 조울증 환자가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나마 옆에서 보는 녀석이 '어휴, 예전보다 음청 좋아졌어요 하하하하'하며 놀려댄다. 내가 예전에 그렇게 또라이였나?라는 의구심이 생겼다. 그리고 멍청하게 후회를 했다. 물어볼 녀석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잘못 물어봤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라는 소리가 돌아온다. 말을 말아야지. 그래서 살면서 제대로 질문을 해야, 듣고 싶은 답을 들을 확률이 높다. 그래도  일째 코딩과 대전쟁을 하는 녀석의 멘붕을 보면 나도 위안이  때가 있다. 하는 일이 다를 뿐이지 문제는 도처에 있다.

 

 하루 종일 멍청한가, 그럴싸한가를 생각하며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해 나갔다. 기다리던 업체 회신이 안 와서 전화를 했더니 어제 보냈단다. 다시 이메일을 받아서 확인하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업체에 가다가 뭐라도  사가려고 들른 가게 할머니가 투표했냐고 계속 물으신다. '어르신 우리 번호가 다를 거 같은데요?' 했더니 "에휴 아니구먼'하시며 눈을 살짝 흘기신다. 포장을 하시며 '그런데  다른 거야?'라고 꼬치꼬치 물으신다. '나온 사람이 뭐가 중요해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이익보다 자식들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투표하려고 해요'라고 했다. 뒷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시던 할아버지가 빙긋 웃으신다. 미팅  끝나고 돌아가다가 다시  할머니한테 "많이 파세요~"라고 했더니 환하게 웃으신다. 그럼 됐지 뭐. 어차피 지나가면 좀 조용해지겠지.

 

 하루 종일 혼심을 다해 쓸데없는 일과 쓸데 있는 일에 시간을 사용했더니 혼이 나간 것 같다. 주말엔 아이와 투표도 하고 쉬어야겠다. 젊었을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자기가 관심 있고 해보고 싶던 분야를 생각만 하지 말고 이것저것 체험하고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시점에  떠올랐다. 산만하기 그지없다. 이런 말은  나이 들고 한다. 그게 당연하다. 늙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후회의 총량은 나이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축적에 후회의 총량을 줄이는 것은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뭔가 해보는 것이다. 세상 일이   맘대로 될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요즘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멍청하게 계획과 달리 이런저런 일을 해오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처리하는 것인가? 그래서 바쁜 거 같은데. 하여튼 머리 그만 굴리고 영화를   보던, 책을 보던 해야겠다. 

 

 아휴 오밤중에  또 전화냐..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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