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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管子, 한 번 보고 싶은 사람 - 관자

by Khori(高麗)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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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고 있다. 보통 책이면 한 권의 분량 가까이 읽었는데 아직 두 배만큼 남아 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이 책장만 넘기며 남은 것을 탓한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에 관한 책이다. 포숙아란 친구를 등치고, 적이 되어 포숙아의 군주에게 화살을 날리고, 포숙아를 통해서 재상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생존을 위해서 또 굴욕을 참고 구차한 생존을 얻었지만 그 많은 경험과 노력을 쌓아서 재상이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읽었던  사기의 관안열전, 화식열전을 살짝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스스로 해외영업이란 직을 통해서 생존하다 보니 관자에 관심이 있다. 관자를 읽으며 이것을 어떻게 정리한다는 것은 무리다. 책에서는 질서와 부강이라고 함축적인 의미로 설명하고 있지만 두 가지 단어로 요약하긴에 부족하다. 중문의 번역이 이해하기 아주 쉽게 쓰여있어서 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읽은 정도에서 내가 이해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마저 다 읽고 한 번 더 정리를 할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밀린 노자타설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문을 통해서 관자는 유교, 도교(노자), 음양가등 다양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하나라는 편협한 사고에 갇히지 않고 서로 다름을 통합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통합의 시대다. 통합이란 물리적으로 붙이는 일차원적인 일이 아니라 본질의 지식을 어떻게 조화롭게 하는가에 달린다. 그 수단으로 현대시대에는 데이터에 목을 매고 데이터는 함수와 수식, 통계를 통해서 서로 이어진다. 자주 나오는 세입과 세출, 측정에 관한 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이 양반은 기원전에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유교의 공자를 생각하면 잔소리가 많은 성품 좋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 든다. 맹자는 회초리든 엄격한 아저씨 같다. 순자도 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노자는 조용한 듯 하지만 잘 벼려놓은 칼처럼 무섭다. 한비자는 꼬장꼬장하고 가차 없는 원칙주의자 같다. 장자는 산속에서 허세쩌는 천재적 예술가와 같이 느껴지고, 묵자는 세상을 위해서 개고생을 자처하는 뛰어난 엔지니어지만 그 뜻에 타협 없는 쇠 심지 같은 뜻이 있다. 귀곡자를 보면 어차피 세상 그런 것이니 조금 격 떨어져도 살고 보자는 생각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공자, 맹자, 노자, 한비자는 통치의 수단이다. 전자의 둘은 사람의 특성과 감성을 배려하고, 후자는 보다 원칙과 이성에 기운다는 생각을 한다. 유학이 관자를 배격한 이유가 조금 나오는데 나는 불문율을 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돌아가는 본질이 알려지면 계층의 벽이 무너진다. 계층도 암묵적 카르텔에 가깝기 때문이다. 책의 곳곳에 '이런 식으로 하면 망합니다'라는 군주에 대한 말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는 것으로 봐도 그렇다. 그래서 더 읽을 필요가 있는 책이다. 

 

 최근 레이 달리오의 '원칙', 권오현의 '초격차', 워런 버핏에 관한 책을 읽으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관자도 더해져야 한다. 관자를 동양의 아담 스미스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조롱에 가깝다.  격이 다르다. 관자는 세상의 본질과 세상의 변화가 만들어 내는 기술적 현상을 꿰뚫는다. 인간의 특성에 대해서도 그가 겪어온 체험을 통해서 아주 잘 관찰하고, 검증하고, 측정해서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설명을 읽다 보면 그 말의 뜻을 명확히 하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A를 하기 위한 생각'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A가 안 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함께 반복적으로 기술하며 마무리하는 세밀함이 아주 맘에 든다. 집합 A를 안다는 것이 A의 여집합을 다 안다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사실은 진실의 조각이고, 진실은 다양한 사실을 품는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런 본질의 이해가 질서라는 원칙을 이룬다. 이런 원칙은 노자를 보면서 순리처럼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 순서와 시간의 배분이 사람의 맘과 다르지만 세상과 자연은 항상 순리에 가깝다. 사람의 마음이 배를 띄우고 배를 엎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통계를 배우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통계로 처리한 것과 다름이 있을까? 

 

 레이 달리오, 권오현, 워런 버핏은 분야가 다르지만 세상을 통해서 습득한 지식을 통해서 원칙을 세운다. 그리고 그 원칙을 양보 없이 지켜낸다. 그렇게 분야의 대가가 되었다. 관자도 이렇게 원칙을 세우고 대신 더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을 읽다 보면 현대적 조직론, 전략, 정치와 통치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제도와 법, 제도와 법을 통해서 이끌어 내는 사회문화와 현상에 대해서 깊이 있는 말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책으로 밖에 할 수 없지만 꽤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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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
국내도서
저자 : 관중 / 김필수,고대혁,장승구,신창호역
출판 : 소나무출판사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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