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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거긴 왜 갔니? 그러게 말입니다

by Khori(高麗)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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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금요일 논의하여 결정하고, 토요일 모여서 준비하고, 일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격지 간의 거래로 인해 번거로운 일이 있다. 

 

 출장 간다는 소식에 어머니께서 "어디로 가니"라고 여쭤보시길래 "일본이요~" 대답했다. 역시나 "아니 하필 이렇게 지랄 맞을  거길 가니"라고  말씀 거드셨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것을 보면 엄마의 걱정과 보살핌은 끝이 없다. 

 

 나도 담당자, 담당 팀장만 보내면 편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출장에서 고려하는 것들이 있다. 직원들의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번째로 업무적인 부분이다. 그들이 성과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준비 없이 방치되거나(교육적 목적은 제외하고) 그들의 출장과 계획이 회사나 상사의 모면을 위한 수단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목적의식은 대단히 중요한 신뢰관계를 형성한다. 

 

 모든 일은 결정할 때까지 고민한다. 결정이 이루어지면 어떻게 조치하고 처리할 것인가로 생각이 움직여야 한다. 단계적인  같지만 다양한 결정 대안 A, B, C가 만들어질  어떻게 전개할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정리해 본다. 그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보는 서로의 생각을 모아야 진행도 효과적이고 상황 변화에 따른 임기응변도 강해진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기술이 나오는 일은 없다. 어쩌단 운으로 효과가 나오면 타인은 기대를 하고,  중요한 일에 운이 없으면   치명상만 입게  뿐이다.

 

 정부  관공서에 납품하는 프로젝트다. 고객도 예민하다. 우리 팀장은 이번 기회에 이슈 리스트는 대응하고, 고객의 신뢰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주말에도 일본 고객과 협의해서 진행하는데, 서로 조금 과한 듯해 보인다. 고객은 예민해서 공급사를 관리할 생각으로 이슈를 뻥튀기하는 느낌도 있고, 우리 팀장은 팀장대로 show-up을 하겠다고 일을 키우는 부분도 조금 있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 아쉬운 일은 '모르는 일은 정할  없다'는 것이다. 양쪽의 목적의식은 명확하고, 불확실한 부분은 확인이 안 된다.  불확실성이 악재가 될지, 의기투합이 될지는 현장을 파악하면서 좀 더 구체화된다. 서로 모여서 칠판에 각각 예상되는 시나리오, 준비사항을 서로 점검하고 출발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다양한 제품을 보면서 '뽑기 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이 나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품 하나하나의 불량률이 0.000001%라고 해고,  천 가지의 부품이 결합되어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즉시 현상이 재현되는 경우가 있고, 시간이 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가장 어려운 일은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문제다. 두 번째로 어려운 문제는 발생은 했는데 다시 안 나타나는 문제다.  부분을 일상에서는 '괜찮네'라고 넘어갈  있지만 잠재적 문제에 대한 안일한 대응은 방심할  얻어맞는 어퍼컷과 같다. 그래서 이슈 리스트는 아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다행스럽게 고객이 제기한 일은 서로 합리적으로 해결이 된 것 같다.  가지는 우리도 부품 공급사에 확인할 일이 생겼다.

 

 일을 마무리하고 출장 간 김에 고객을   도와주기로 했다. 고객의 관급 조달사업에 대한 정보도 파악할  있고, 고객의 환경을 이해한다는 것은 앞으로 대응에서 고려할 사항을   이해하는 정보다. 현장 S/I 사업의 구조는 국내, 해외  차이가 없다. Procurement라고 불리는 조달체제에서 사전작업, 입찰, 승인, 납품의 과정으로 대부분 유사하다. 지역, 국가, 특별 case에 따라서 달라진다. 내가  알게 된 것은 고객사의 내부구조다. 전체적인 연공서열 구조에 대한  많은 정보,  프로젝트와 공급사들이 운영되는 관계, 프로젝트 관리자들이 해야 하는 프로세스의 범위를  세부적으로 알게 됐다. 예측대로 의기투합, 신뢰 증진의 관계도 형성된 것 같다. 추가 수주의 기회도 확보했으니 겸사겸사  좋아졌다. 내일은  일이 있지만 내일의 나에게 맡기는 걸로 하자.

 

 고객사도 4-50대 인력을 과거에 많이 정리하면서 중간이 빠지고 청춘과 60대 인력들의 비중이 높은 요상한 구조가 되었다. 은퇴자와 새롭게 사회에 나오는 청춘들의 비율이 사업이 형세에 따라서 조금씩 조정되어야 하는데 균형이 조금 깨진 감이 있다. 은퇴자를 다시 모셔오는 일본을 보면서, 인구절벽이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을 미리 체험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지하철을 타고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 10명이 지나갈 때, 청춘 1명 정도의 느낌이다.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그렇다. 동경의 도시는 작년보다 활기차다는 생각은 없다. 차분하지만  조용해진 느낌이다.

 

 사원, 주임, 계장(여기까지 10년), 과장, 부장으로 승진한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그렇다. 과장이면 한국 대기업의 그룹장(이런 표현 웃기다. 영어도 한자어도 한국어도 아닌 조합), 일반 기업의 팀장 수준이다. 부장이면 상무이사 정도에 가깝다. 부장을 다는데 20년이 정도 걸린다. 주임, 계장 그러면 만만하게   있지만, 대부분은 40-50대에  분야 경력이 짱짱하다. 과거 인사적체의 시기에 연공서열로 고생하고 지금은 사람이 없는 일본을 보면 10~15년 뒤에 펼쳐질 한국사회의 모습 같다. 내가 만나는 일본 기업에서  젊은 친구는 작년에 처음 본  같다. 

 

 삼일 동안 그들이 일하는 환경까지 보면서 맥주, 하이볼, 사케 등 술자리도 매일 하게 된다. 낮에는 고객지원으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막 부려먹는 우리 일본 팀장 덕분에 오래간만에 몸을 많이 썼다. 말 안 들으면 지하철에 버린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녀석이다. 이번 주 미팅을 취소하고 온 업체는 내일 다시 전화해서 일정을 잡아야 한다. 이번 주에 한국에 오신다는 대표님이 위챗으로 연락이 오셨다. 

 

 "어디냐?"

 "대표님 급하게 일본에  있습니다"

 "너 일본어 못하잖아. 거긴  가있냐?"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귀국합니다"

 "ㅎㅎㅎ, 내일 아침에 전화하자"

 

 녹초가 돼서 공항 오는 길은 택시로 결정했다. 일본 가면 택시 타는 일이 가뭄에 콩 나듯 하는데, 정신없이 졸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도쿄를 알리는 여러 가지 표지를 봤다. 길거리 2019 럭비 월드컵부터 일본도 생존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최근 불매운동, 정치적 극일 동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출장 중 소비도 줄였다. 내가 체류한 호텔도 한국인들이 많이 투숙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방이 텅텅 비어있다. 독립운동은 안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생각에 동참한다. 하지만 정치적 대립, 피아 구분을 통한 적대적인 행동에 대한 단호한 부분과 일반적인 사람에 대한 생각은 구분하려고 한다. 최근 원전 방사능에 대한 뉴스를 아주 심도 있게 (또는 집요하게) 전달하고 있다.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동시에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사실이다. 공항 나무 우편에 쓰여 있는 일본의 안전에 대한 기원이  눈에 띈다. 다들 먹고 사는 일이 빡빡해지면 마음의 여유가 없고, 싸움이 난다. 세계대전의 전후도 마찬가지다. 우경화가  빡빡해지는 과정을  자극한다. 일처럼 이런 세상의 변화에도 전체를 조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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