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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따지지 말고 그냥 봐, 시간 잘 간다 - 히트맨(★★★+1/2)

by Khori(高麗) 2020.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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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 영화만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동 있고, 여운이 진한 영화도 좋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런 심각한 상태만 유지하고 살 수 있는가? 그런 일은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도 학원에 간다 안 간다, 와라, 오지 마라 요란하다. 나는 애들은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적당히 놀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세상에 특정한 지식만 가득 찬 또라이가 많다. 애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 어른들이 훨씬 많다. 그런 애와 어른들이 만났으니 세상이 요란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막 갖다 붙이면 공자님이 즐기라고 했는데, 즐기라는 해석이 개판인 것이다. 마나님이 권상우는 망작을 피하는 카드라며 보채시길래 텔레비전 앞에 일단 모여서 보기 시작했다. 시간을 즐기는 것은 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웹툰을 영화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쭌"이라고 불리는 국정원 암살요원은 신분을 어떻게 세탁했는지 모르지만 평범한 시민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것도 망작 웹툰 만화가로 나온다. "김 작가 댓글이 2만 개야, 전부 욕이지만"이란 편집장의 대사가 찰지다. 상처 받는 작가, 사람들의 익명(사실 network에 접속되면 익명은 없다. 익명처럼 착각하게 만들 뿐)의 ID뒤에 숨은 실랄함을 알 수 있다. 설정에서 보면 사라진 요원의 행방도 확인하지 못하는 국정원 또 다른 개판의 연속이다. 현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혼인 신고는 어떻게 한 거지? 국가 시스템이 엉망인셈이다. ㅎㅎ

 

 그렇게 망작 연속 콤보를 하며 마나님의 잔소리를 듣던 김수혁에게 딸 가영이 한 마디를 한다. "본인 이야기를 그려봐" 그 말은 울림이 크다. 세상을 사는데 진실만큼 울림이 큰 것이 있는가? 문제라면 술 먹고 또라기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온 수혁은 국정원의 훈련과정, 요인 암살이라는 자극적 주제의 현장을 그린다. 술 쳐 먹고 잠든 작품이 맘에 들어서 업로드까지 해준 마나님이 정성으로 대박이 난다. 조회수 대박과 기밀 공개에 대한 마이너스 대박. 왜냐하면 실명의 언급이 주는 파괴력이고, 시각적 효과는 글이나 오디오보다 파괴적이다.

 

 초딩이 만난 국정원 훈련 교관인 천국장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러시아에서 온 테러리스트도 자신이 왜 겪은 일과 형제에게 일어난 일을 알게 되면 일은 한 차원 다른 규모로 점점 커진다. 영화지만 만화처럼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한 장면들이 많다. 희화한 부분도 많지만 영화라기보다는 격한 일상 용어의 남발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결론은 역시나 해피엔딩이지만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다.

 

 B급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고깃집에서 항상 A++, A+만 먹는 건 사는 게 아니지. 가끔 냉동 대패 삼겹살도 먹고, 특수부위도 먹고 그러며 산다. B급 영화란 적은 예산 또는 A급 영화보다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를 말한다. 그런데 영화면 영화지 A급, B급이 중요한가? A급 영화라고 불린 망작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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