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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명절이네요

by Khori(高麗) 2015.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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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가위 명절이라고, 항상 고향가는 길을 재촉하는 것은 아니다. 


명절 전날 사업계획서 초안과 4/4분기 실적 관리 자료를 만드느라 야근을 하다보니 명절 분위기가 전혀 없다. 늦은 시간 경비반장님이 명절에 뭐하는 짓이냐는 잔소리를 듣고 퇴근했는데, 왠걸 12시 넘어서 미국에서 전화오고, 새벽6시에는 어찌나 급한지 미국 아저씨들 메일은 잔뜩 보내놨다. 아침부터 사장, 부사장, 본부장님들이 돌림노래로 전화돌리기를 하시는데 ㅡㅡ;;, 전날 새벽2시까지 업체들 상대하느라 짜증이 오른 내 입장에서는 "함 해 보시던가요"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전화기나 돌려볼까 직장인의 비애겠죠. 가끔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을 듣다보면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우선되지만, 다들 하고 싶은 것만 말씀하신다는 것이다. 우리집 달봉이 별봉이가 "나 이거"랑 같은데, 요청이 아니라 지시할 자리에 계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명절이 끝나자마자 아침 비행기로 일본출장도 가야해서, 몇일 쉬면서 시체놀이를 해야하는 것에 만족해야한다. 게다가 이번 명절은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바쁘기도 해서 연락도 잘 못했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았다. 


8월말정도에 일부 구조조정을 하고, 일부 동료들이 먼저 떠나기도 하고, 일부는 떠날 준비도 하고 그렇다. 조직의 효율이란 측면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고 조직의 효율을 올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결속한다. 필요한 부분에 일정 보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떠나는 사람들이 조직의 효율적 측면에서 평가하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매일 수익과 비용을 계산하는 실체는 회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의 실체는 곧 사람이고 이것이 평가이기도 하다. 이런 이성적 평가만으로 해결하면 쉬울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이 남의 일일때는 냉정하지만, 내가 그 대상일때는 쉽지 않기에 이런 일들의 처리에는 신속함, 배려, 예의가 복잡하게 움직여야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가 않다. 또한 우리는 또 그들과 어디서 만나고 또 다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발생하고 그런 일에 관여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큰 심리적 압박이 아닐 수 없다.


꼭 우리 본부, 우리팀이 아니더라도 수년간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맞대고 살아온 사람들이 떠남은 상처가 남기 나름이다. 환자의 상처를 신속하게 봉합하듯 해야하는데, 사람의 일은 한땀한땀 수놓듯 상처를 봉합하게 되기도 한다. 술한자도 하며, 떠나는 사람들 모두가 더 좋은 덕담과 바램을 말해주는 것이 참으로 힘들게 한다. 


이럴 때 들어나는 한가지는 모두들 육두품이라고 폄하하듯 말하지만, 실제로는 육두품도 아닌 평민 또는 그 이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모두들 싸잡아 진골, 성골이라고 하지만 진골과 성골의 차이는 천양지차이기도 하다. 


사실 난 이런것에 관심이 별로 없다. 나의 관심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과 약간의 관심이 시급에 있다. 시급은 내 개인적인 노동생산성이자 자존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회사 이사님들의 골치덩어리이기도 하다.ㅋㅋ 노인네들은 못됬다고 하기도 한다. 일은 해결하는 것에 촛점을 두고, 포기할 줄도 알고 해야한다. 억지는 논리고 재설계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렇게 가끔 배짱좋게 배째라도 하면서 뻣뻣하니 벼랑위를 타는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공통된 올바른 신념(다른 생각들도 많이 존재)이 있다면 잠시 줄을 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이 누군가에 해악을 갖고 오기 위함이 아니고 사사롭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보내준 선물은 금년 가족잃은 직원 명절 제사에 쓰라고 보내주고, 사고친 고객에게 작은 배 한박스 보내주고...할당된 선물이 모잘라서 회사에서 온 추석 선물은 다른 고객에게 보내고...책사고 선물로 온 텀블러는 이번에 육아휴직낸 후배녀석 손에 들려주고... 어째던 마음이 허전하다. 


항상 집에 어두울때 오다보니 달님을 자주 보게 된다. 방긋 웃는 달이 가끔은 위로를 또 가끔은 얄밉기도 하다. 이렇게 명절이 시작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아래와 같은 책을 샀는데..문제아를 보시는 듯한 상무님이 제 자리를 지나닥.."야 이건 내가 봐야겠구나"하시길래 "사서 보세요"하고 퇴근을 했구만요..쩝..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와다 이치로 저/김현화 역
한빛비즈 | 2015년 09월

 


사진출처 : daum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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