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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못된 상사(上司)를 갈구는 발칙한 상상 11 - 가로채기

by Khori(高麗) 2019.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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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10편 쓰고  쓰는 걸로 했는데,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 혹시 현재의 이야기냐? 누구에 대한 이야기냐? 나는 누구를 특정해서 글을 쓰지는 않는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체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쓰고 있을 뿐이다. 조금의 MSG나 의도를 위한 변경도 존재한다.  이야기를 지금 쓴다고 현재 시점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 이렇게 대처해보았더니 결과가 좋다 나쁘다를 기록하는 것이며, 요렇게 했을  효과적이었다고 기록하는 것이다. 해석하는 사람들이  사례를 보고 보다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생각은 있다. 세상은 주어진 환경과 나의 상태에 따라서 차별적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소중한 존재 의미를 갖고 있지만 상황의 적합성은 불가피하다.  정도에 따라서 좁게는 법률과 규칙, 조금 넓게는 도덕, 예의, 인간관계에 따른 신뢰에 기반한 묵시적 약속이 있다.

 따라서 '불편한 것을 감내해야 할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당하고 부정한 것을 동의하도록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못된 행위를 방관하고, 허용하기 시작하면 그 행위자는 그것을 자신의 능력이나 권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못된 행위는 조금 갈궈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멈추게 하려고 해도 그런 못된 행동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빈도를 낮추고, 피해의 범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을 보면 젊은 신입부터 사장까지의 사이에는 결제와 결재가 있다. 이것은 공식적인 절차에 따른 업무다. 그렇지만 사람으로 보면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꼴통부터 성인군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이 있다. 사실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꼴통은 나이에 상관없이 꼴통이고, 엘리트는 나이에 상관없이 엘리트다.  다양한 스펙트럼 사이에 관계가 존재한다. 오늘은 지위를 이용해서 남의 공을 빼앗는 못된 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재미있을까?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학시절 친구들의 과제 리포트의 겉장을 바꿔서 제출하거나, 여러 과제 리포트를 기획자의 관점에서 복붙을 이용한 기획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던 때가 있었다. 잘되면 무사통과요, 잘못되면 죄다 끌려가 '손으로 보고서를 써와라', '이번에는 여기 있는 놈들 모두 빵점이다!' 이런 통보를 받던 시절도 있었다. 합의를 해서 저작물을 넘겨줘도 문제가 된다.

 학교를 마치고 기업에 종사하면 직급이 꼭 학년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풀내음과 야생의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얼마  된다며 맡기고 퇴근한 과장시키는 아침 정시에 오고, 얼마 안 되는 일이 날밤 새는 작업량이라 아침부터 헤롱헤롱 거리며 커피 한 잔마시면 자리 비운다고 잔소리를 한다. 출근하는 부장에게 "요즘 애들은 조금만 일 시키면 빠져가지고..." 그러면서 "말씀하신 보고서는 제가 잘 정리해서 책상 위에 올려놨습니다."라는 립서비스를 날렸다. 이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게 주먹으로 속전속결?'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그땐 그 시키만 꼴통인 줄 알았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면담을 신청해서 전후와 과정에 대해서 서로 작은 테이블을 마주했다. 무릎을 맞대며 꼼꼼하게 팩트 중심으로 맞춰 본 적이 있다. 뼈를 맞춘 것도 아닌데 사내가 눈물을 찔끔거리는 것을 보면 떼린 것도 아닌데 엄살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며 이런 경우는 아주 천진난만한 수준이다. 다양한 사례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외국인 회사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어디나 있다. 정도의 차이며, 감내할 만한 정도에 따라 반응과 결과가 다를 뿐이다.

 말도 안 되는 지시(어벤저스 히어로가 해도 될동말동한)가 올 때가 있다. 잘 되면 시킨 사람은 자기 공이라며 대박을 부르짖고, 전사하면 부름 받은 자가 신내림도 없이 작두 타다 혼자 골로 가는 경우가 되겠다. 가끔 영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이 작두를 타겠다고 자원하는데 그 호승심은 높이 살만 하다. 사고 쳐서 난리가 났는데 뜬금없이 "제가 그랬습니다"는 신문에서나 보는 것인 줄 알았는데, 무슨 스폰서의 묘약인지 사람들은 참 재미있다. 그러나 윗사람이란 이유로 해서 안 되는 지시를 해서는 안되는데 그런데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공을 빼았기보다는 공을 얻으려는 도박을 타인을 통해서 하려는 것이다.  미사려구 중에 제일 웃긴 말이 이렇다. 

 

1. "대표이사가 그러시는데 너를 아주 잘 지켜보고 있다고 하시더라, 나도 말씀  드릴 테고, 특별히 믿고 시키는 거야"

2. "너니까 믿고 시키는데 이것만 되면 내가 승진이랑 인센티브랑 단단히 신경 쓸 테니까"

3. "나 믿지, 이번 건만  되면 내가 네 인생 책임져준다"

 

 Yes와 함께 개고생이 시작된다. 결과가  되어도 나에게 남는 것은 열심히 일한 경험, 경험을 통한 깨달음(엄마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었지)이 전부일 때가 많다. 대학원 때 고등학교 교과서 만들 때부터 빨리 깨달았어야 했다.

 No라는 대답과 함께 내가 들은 말은 "너어 이 시키, 내일부터 업무 이관하고 하지 마! 회사를 나가던가!!"라는 팀장의 고함(선택적 지시라고 해석함)이었다. 그러고도 남을 양반이라 2주 정도 업무는 옆 자리 형님 직원에게 이관하고 심취해 있던 취미 생활을 열심히 했다. 승인해줘서 노는 것이니 저야 완전 땡큐 아닙니까? 업무를 해야 하는 형님 직원이 고객 문의만 오면 짜증을 내서 매번 음료수 대접을 했다. 옆팀 직원들이 놀러 와도 방긋방긋한 나를 보면 한 마디씩 거든다. 그러면 바로 팀장의 고함이 천정을 뚫을 기세였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월말이 되어 팀장이 경영회의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형님 직원의 짜증이 만렙을 달린다. 팀 보고서 정리를 다 내가 하던 때라, 팀장은 "야, 보고서 차트를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해!", "저 자식이 하던 거잖아요, 이거밖에 못해요, 왜 싸워갖고 퇴근도 못하게...." 하는 불평불만이 나온다. 결국 퇴근하려는데 붙잡아서 보고서 정리를 하긴 했는데 맺힌 잔소리랑 타이핑 소리랑 장시간 막상막하였다. 가끔 부당한 일을 안 하기 위해서는 꼴통의 기술도 필요하다. '대군사사마의'에서 사마의가 관직을 피하기 위해서 마차에 다리는 부러트리는 일도 하는데 말이다. 중요한  '하지 말아야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다시 1번, 2번, 3번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1. 대표이사에게 직접 물어봤나? 그건 대표이사만 안다. 다들 그렇게 진실인지 속는 건지 확인하지 않는다. 마약, 모르핀을 맞는 것과 무엇이 달라? 평정심은 중요하다. 

2. 승진이는 누구지? 팀장 재량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말씀하신 결정권과 결재권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라. 문서 쓰고 도장 찍어 줬는가? 인간적 신뢰에 따라서 해줄 것이라면 바라지 않는 게 좋고, 부정한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방송에서 감방 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 다 그렇다.

3. 세상에 사람을 가장 많이 속인 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황은 사람을 끊임없이 변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특히 돈이 그렇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고 사는 것이다. 나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사람이 바로 큰 사기꾼이다. 

 

 나이듬의 지혜는 못된 놈들에게도 쌓인다. 딥러닝 기술을 해킹에도 적용하듯, 인생의 나쁜 기술 고도화도 무협지 사파 고수처럼 출현한다. 나는 특허를 2개 갖고 있다. 나의 생각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해 준 개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렇게 제품화 과정이 1년 정도 지났을 때다. 갑자기 매일 방 안에서 뭐하는지 궁금한 어르신이 "이 제품은 기능에 맞게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전체 회의에서 하신 적이 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어찌나 열성적으로 자기가 만든 이름을 홍보하고 말씀하시는지 국회의원 선거하는 줄 알았다. 별의별 일이  많이 가게 생긴다. 아랫것들을 불러보아 일장 훈계를 한다, 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나한테도 시험을 보겠다고 하셔서 그만  하시라고 했다. 문제라면 그 제품 어디에도 어르신이 말씀하던 이름, 글자 한 자 들어간 곳이 없다. 박스, 라벨, 제품, 프로그램 어디에도 없는 알 수 없는 가상 제품이 나왔다. 무엇보다 내가 영업팀장인데 그걸 그렇게 할리도 없고, 일 년간의 pre-sales와 다르니 적용할 수도 없다. 

 내가 가장 궁금한 사실은 행위의 본질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의 접근법은 직장 생활에서도 유효하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시장과 현재 하고 계신 일의 불일치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어르신의 막무가내는 이해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단지 하고자 하는 것만 이해할  있을 뿐이다. 가끔 문제를 해결하는데 예의가 문제 해결책보다 중요한 것을 보면 우선순위는 그냥 내가 기분이 좋으냐 나쁘냐가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행위가 실질적인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알 수가 없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내 입장에서는 납득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 사람에게 어떤 행위의 이익이 있는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특허에 그 어르신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특허권 보호 방식은 내/외부로 여러 가지 형식에 따라 조율할 수 있다. 사실을 바라보며 "바본가?"이런 생각을 했었다. 나쁘게 해석하면 끝이 없다. 옛 동양 고전의 사례가 바로 내 옆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를 해야 실력이 쌓이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준비라고 생각한다. 그 실력은 정리해서 이어갈 사람들에게 고루 나눠주어야 한다.

 줄게 없으면 허망하고  뺏으려는 욕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인간은 상대적 열위를 즐기지 않을뿐더러 게으르다. 실력 없이 자리에 오르면 타인을 억압하고 전형적인 taker가 되기 쉽다.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곱게 키워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살아갈 수 없다. 야생 아닌가?

 마지막의 경우는 대단히 교묘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깊은 빡침보다는 박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자신의 자식이 이런 일을 당하면 덩실덩실 좋아하려나? 실력이 없는 사람이 자리에 오르면 통합보다는 일대일로 사람을 나눠서 자칭 밀착관리를 한다. A에게 가서는 이걸 하라고 하면서 B를 험담하고, B에게 가서는 저것을 하라고 지시하고 A를 험담한다. 문제는 A와 B는 서로의 험담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웃지만 나를 험담하는 사람을 좋아할 일이 없다. 셋이 모여도 A와 B는 자기 이야기만 한다. 이것은 손자병법의 반간계다. 자신에게 해가 되면 A와 B를 동시에 제거해서 서로 연합하지 않는다. 들어보면 바보 같은데 실제로 보면 가관이다.

 내가 더 웃음이 난 것은 타인과 이야기할 때다.  될 때 "이건 다 내가 잘 관리하니까 이 정도도 되는 거야"라는 말을 하고, 잘 안 될 때는 "A랑 B랑 수준도 떨어지고 일도 못하고 기본이 안됐어"라는 말이 순식간에 교차한다. 나는 '아하 이런 게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구나'라는 상상을 해봤다. 나중에 알게 된 건 동네 방네 이런 일을 여러 건 벌려두었다. 빠지지 않고 "이 일은 내가 이 정도 하고 있으니까 굴러가는 거다"라면 여기저기 일대일로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건 괴벨스의 뜻을 이어받아 '거짓도 계속 짖다 보면 참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지성감천의 정신으로 무장한 개드립'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가지  언급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감과 '가오(폼이 옳은 말)'를 잡는다.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겐 십상시, 환관 내시만큼 허리가 굽어진다. 가끔 이런 사람에게 "아직도 허리가 아주 유연하시네요!"라고 말하지만  정도 제압할 실력과 기세가 있어야 한다. 상처 없는 분쟁은 없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보통은 지고, 잃은 것이 없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다. 실력이  가르는 기준이다.

 나는 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을 할 때라도 귀는 활짝 열고 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경청의 자세도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귀를 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품격만큼 주변에 사람이 존재한다. 저런 일을 하시는 분들은 외롭다. 대부분 혼자 남는다. 사람이 모여있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다. 조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무리, 떼에 가깝다. 목적은 자신의 실력이 없고 시기심이 많고 쓸데없는 욕망을 주체할  없으니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타인의 공을 뺏는 것이며 공격적이다. 열등자들이 지위에 올라 받는 유혹이다. 나보다 능력 있는 사람을 통해서  사람도 발전하고,  사람의 기여를 통해서 나도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떻게 보면 삼국지에서 유비와 제갈량이 가장 좋은 사례로 보는 이유 중에 이런 관점도 있을 것이다.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소통과 사실, 신뢰다. 야매(뒷거래가 표준어임) 괴벨스와 반간계를 시전 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진실 그리고 진실이 확산되는 것이다.

 나는   있는 것, 도전해야 할 것보다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   없는 것을 확실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일을 더하기 방식만으로 성공하는 확률보다, 건져내야 할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여준다. 직급에 쪼는 것이 직장생활을 무력하게 사는 법이다. 업무, 예의, 사실에 입각한 판단, 상황에 맞는 발언이 더 중요하다. 자신을 지키는 힘은 스스로 갖아야 한다. 그리고  힘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연대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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