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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2)

by Khori(高麗) 2021.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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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페이지가 넘는 책을 한 번 읽고 간략하게 정리할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내겐 그런 능력이 없다. 둘째 예전처럼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책에 몰입하는 능력은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 같다. 주변과 내 경험을 보면 45세를 기점으로 집중력은 떨어지고 깜빡증은 증가한다. 공부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하는 것이 옛 어르신들의 경험에 의한 인사이트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게 된 점은 안타깝다. 그러나 알기는 했으니 그리 나쁜 것도 아니다.

 

 나이와 학습능력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20대처럼 무엇을 재빠르게 대응하고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대신 갈수록 어린아이처럼 "왜에~"라는 질문이 늘어난다. 내게도 작지만 경험과 지식이 합쳐서 나름의 인사이트라는 것이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향에 대한 시각으로 대응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이 부분의 보강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한다.

 

 집에 증권서적이 쌓이며 스스로 "내가 전업 투자자인가?"라고 생각하면 거리가 멀다. 한 달가량 회사를 해고하고 놀았다. 지난달 투자 수익이 꽤 괜찮게 실현됐지만 이것이 내 본업은 아니다. 꾸준하게 일정한 소득은 일을 해서 버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확률적으로도 내 생활에 기복이 없도록 하는 것은 변동폭이 큰 수익이나 손실보다는 근로소득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도 오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ideation draft(기획 스케치)를 열심히 한 이유다. 동시에 Banshee라는 미국 드라마도 보고, 다음 주에 큰 폭의 상승이 확실이 예상되는 보유주식을 보며 기분이 들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기본소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어째던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100페이지를 넘어서면 증권분석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재무상태표(재무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회계적으로 이야기하면 대단히 복잡해 보인다. 나도 배운 것은 있으나 깊이가 있다고 하긴 어렵다. 내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돈을 100원 빌려달라고 할 때, 누군 빌려주고, 누군 빌려주지 않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것도 사실 간단한 이유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회사를 보면 다른가? 100원은 줄 수도 있는 금액이지만 100억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 상상하며 이해하니 이해가 훨씬 쉽다. 100억을 빌려달라면 이자를 얼마 주는가도 중요하지만 금액이 커지면 "돈을 떼이지 않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 이 녀석이 갚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아주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주식은 기업의 분할된 소유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코인을 이야기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법정화폐와의 환금성과 이 환금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법적 장치가 존재하는가라고 생각한다. 집문서를 100개로 분할해서 주식처럼 유가증권으로 판다면 집의 가격도 매일 오르락내리락한다. 왼쪽 팔을 흔들며 이렇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유가증권의 가격이 다시 증권시장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말하며 오른팔을 흔들어댔다. 그럼 어떤 조건에서 사야 가장 좋을까? 결론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단순한 일이다. 궁극적으로 집의 가격이 저렴할 때 사야 하고, 집에 대한 소유 권리를 파는 주식이 이 집의 가격보다 저렴하다고 판단될 때 사야 한다. 그래야 안전마진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이에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인의 가격은 오른팔이지만 왼팔이 나풀거리고 있는지 물어봤다. 자기가 볼 때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왼팔이 나풀거리며 유혹하지만 오른팔이 오십견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없다면 투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내가 처음 주식투자를 하면 5년간 10% 매출 상승, 10% 이상 영업이익률 유지, 부채비율 50% 미만/100% 미만 이렇게 기준을 갖고 분류해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분류 기준을 통과한 기업을 중심으로 주식투자를 한다. 대략 150개 기업이 그렇고, 지금은 왜 시가총액의 규모도 고려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이 조건을 추가했다. 조금씩 왜 그래야 하는지를 투자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투기의 측면도 이해하지만 조금은 거리를 두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계속 변동되는 일정 기간의 가격과 평균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대체적으로 고등학교까지는 정규분포에 가까운 표본을 기준으로 말한다. 10과목에 한 과목만 100점이고 나머지가 0점이면 평균 10점이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10점이 나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없는 것 아닐까? 0이 나올 확률이 거의 9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계산은 틀릴지도 모르지만.. ㅎㅎ) 

 

 이런 말을 했던 이유는 장기간의 기업 성과를 볼 때, 한 때 좋았던 왜곡된 편차, 한 때 나빴던 왜곡된 편차에 대해서 그것을 기회로 볼 가능성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과 중간값이 왜 다른지 안다면 주가의 변동폭을 보며 수익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상황의 차이를 노려 수익을 바라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투기나 도박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물론 나도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작년에 도박적 투자로 손실이 난 경험이 있다. 이익이 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투기적 행태의 결과를 총합으로 보면 손실이다.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건전한 투자자세와 태도를 잃는다. 원칙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박장에 가지 않는 것이 도박장에 가서 구경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 주식과 채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귀에 달콤한 속삭임을 날릴 때 그것이 상식적으로 과하다면 내가 호구인 것이다. 왜 할인을 크게 하겠나? 안 팔리니까 그렇다. 아니면 빨리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자는 다른가? 문득 공자님은 주식을 아예 안 하고, 노자는 했다면 버핏 정도는 우스울 것 같고, 묵자는 완전 유니콘 스타트업이고, 장자는 글쎄. 하면 대박인데 안 할 것 같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가 책에 나온다. 내 생각을 더하면 채권, 주식을 매입함으로 시장에 참여한 참여자가 투자가 아니라 투기, 도박의 형태로 간다면 스스로가 시장 건전성을 떨어뜨리는 이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채권, 주식은 인간의 예측 연산 능력을 벗어나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수익은 반드시 0으로 수렴한다. 30년 가는 기업 확률이 1.9%(중앙일보 2017 기사)이면, 98.1%의 기업이 수익이 아니라 원금이 0으로 수렴된 대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아무거나 살 수 없다. 사실 그레이엄의 0으로 수렴한다는 말 뒤에 이후 다시 + 또는 -로 이동하며 +는 다시 0으로 수렴하고, -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망삘 트랙을 타던가?, 돈을 빌려 죽기 살기로 망삘 트랙이 아닌 성장 트랙을 타려고 노력해야 한다. 빌려서 들고 튀는 일이 문제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업분석은 사실적 계량 데이터를 사용하고, 계량적 데이터가 의미하는 상황, 사실을 또 유추해야 한다. 이 부분은 대단히 인문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100페이지 이후 일부 채권 부분은 스킵하며 30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다. 확실한 것은 소유권이란 권리증서를 내가 산다면, 이 녀석이 돈을 잘 갚을 녀석인지, 돈도 잘 갚고 이자도 잘 줄 녀석인지 확인해야 한다. 채권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며 이자, 주식전환과 같은 권리를 약속한 증서다. 그 말은 이자는 항상 주식이란 소유권보단 우선한다. 주인의 책무라고 할까? 돈을 안 갚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낫다. 담보를 설정해도 쪼가리 난 많은 권리자가 있으면 악몽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경매에 넘어가 가격이 50%로 떨어지면 1/n으로 나누더라도 50%는 일단 손실 처리된다. 기업과 기업의 주식거래에서는 이런 상식이 다른가? 재산이 많아도 현찰이 없으면 곤란하다. 기업은 재산도 많아야 하지만, 월 생활비(분기/연간 비용, 이자) 보다 훨씬 현금 유동성도 좋고, 무엇보다 수익이 좋아야 재산이 축적된다. 수익도 많은데 녀석이 매일 도박을 한다면 불안할 것이다. 저축을 잘하고 재산을 불리는 사람이 좋은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일 사업한다며 빚을 끌어다가 집을 거덜 내듯, 매일 전환사채,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좋다고 할 수 없다. 

 

 400페이지 정도 가야 보통주 투자, 이후로 재무상태표의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갈길이 멀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 본 것과, 실행하고 고쳐가는 것들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돼서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4분기 현재 투자는 꽤 괜찮을 것으로 예상하며 김칫국을 벌컥 마셔봐야겠다. 알리바바에서 필요한 것도 주문하고.. 다들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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