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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冊)

스스로 인재의 성품과 실력이 필요하다 - 인물지(人物志)

by Khori(高麗) 2020.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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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나온지 10년이 지났고, 내가 책을 산 기억을 더듬어 보면 5-6년은 됐다. 읽으며 미리 읽어 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책과의 인연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마음이 가는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유소라는 사람이 쓴 인물지에 더불어 저자들이 중국 역사의 시대순으로 인물지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다채롭게 이어간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인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역사책이라도 불러도 손색없다. 그러나 핵심은 인재라 불리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동양의 문화에서 다양성이 존재한다. 유교에서는 인의를 그리도 많은 사람들은 도를 이야기하고, 덕을 이야기 한다. 인물지에서도 법가의 치 술 세처럼 덕 법 술을 이야기 한다. 꼭 세가지로 이야기하는 특징이 익숙하다. 그 이유가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체득한 지식, 경험, 성품적 특성과 기질이 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부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누군가는 덕을 펼치고, 누군가는 법을 펼치며 또 다른 사람은 술을 펼친다. 이런 능력자들이 한가지 능력을 갖은 편재고, 세가지가 조화롭게 뭉쳐진 실력자를 국체라고 하고 태공망과 같은 사람을 예로 들었다. 내가 좋아하던 관자도 편재로 치부된다. 덕, 법, 술이란 측면에서 성인으로 추앙받는 공자도 편재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 사기 상군열전에 나오는 글을 따서 '聰 明 强'이라고 만든 내 블로그 이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글귀와 나의 현재의 차이를 절감한다. 난 스스로 내가 S급은 언감생심이고, B급 인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법가들의 사상을 좋아하지만, 법가들의 말로가 좋지 않음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성정이란 것은 내가 의식적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를 더 이해하고, 지식을 넓히고, 경험이 쌓이면 조금이나마 작은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 있을 뿐이다. 

 

 인물을 쓰기 위한 핵심은 사람을 아는 것이 첫째요(知人).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것이 둘째다. 그래야 용인(用人)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주. 관상, 명리, 궁합, 타로 같은 것을 재미삼아 또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보는 것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바라보는 사람은 겉과 속이 항상 같은 것도 아닌데 또 시시각각 변하는 요물이기 때문이다.

 

 때, 상황, 장소에 따라서 사람은 변하고, 지위에 따라서도 변한다. 이것이 용인을 결정하는 사람도 용인을 기다리는 사람도 환장할 노릇이다. 사람이 갑자기 변한 것인지, 상황이 변해서 사람이 변한 것인지, 상황이 숨겨져 있던 사람의 성정을 자극해 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상황의 변화를 인지했기에 대처했다고 변명할 뿐이다. 결과가 좋으면 지혜로운 용인이고, 결과가 나쁘면 바보같은 만남인가? 인물지는 어떤 면에서 이런 오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책은 더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사람을 알아가는 것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정답은 없다. 단지 최악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다. 그 부족함속에 가능성도 존재한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부족한 부분이 많고, 부족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면이 있다.  또 스스로의 장점도 조금은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스스로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지피지기가 되어야 하는데 지기가 안되니 스스로가 크게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 쯤 누군가를 품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 꼭 읽어 볼만한 책이다. 

 

  효난이란 장을 읽다보면 그 뛰어난 영재들은 사회속에서 사라져가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영재와 천재는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시기의 대상이다. 학창시절 전국 차석한 친구를 시기하던 다른 녀석의 에피소드도 생각난다. 책에서도 뛰어난 인물들이 죄다 소인들의 중상모략에 의해서 명을 재촉한다는 말을 보면 옛 사람들이 은둔의 길을 걸은 이유도 이해가 된다. 타고난 재능으로 쓰임에 지쳐 명을 재촉하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제갈량은 부려먹는 맛이지, 제갈량 밑이면 즉시 퇴사해야 한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하는 다른 소리는 '세상의 절반은 호구'라는 생각이다. 호구를 사랑의 마음으로 대하는가? 호구를 정말 호구로 보고 달려드는가에 따라서 시대의 풍운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전자가 태평성대고 인재가 때를 만난 시절이라 생각하고, 후자가 조금 지식을 쌓은 싸가지 없는 소인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석쟁이란 마지막 장도 인상적이다. 유소란 사람이 인물에 대한 평가, 지식, 지혜를 알아보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지만 스스로 국체가 되었던, 편재가 되었던 겸양하고 사랑(愛)과 공경(敬 위계, 질서라고도 이해된다)의 균형을 갖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 세상에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위계와 질서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조직을 통해서 성취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도 뚜껑 열리는 일이 있으면 이게 잘 안된다. 이게 잘 되면 성인이고... 잘 안되는 걸 보면 인간적인것 같기도 하다며 위안을..

 

힘 있는 자는 작게 쓰고, 지혜 있는 자는 크게 쓰며, 덕 있는 자는 귀하게 쓴다

 

  책에 나와 있는 구절이다. 항상 확인하고 경계해야할 것은 사이비 인재다. 원본이 사이비였는지, 사이비로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르고 책임에 대한 생각이 없는 부류다. 사이비를 어떻게 분별할 것인가? 청소를 하면 쓰레기가 나온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청소를 하면 쓰레기가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폐기된 전자기판에서 금을 추출하듯 기대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예상대로 부패가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 스스로 인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인물을 보고 판정할 능력과 주변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면에서 스스로 인물의 수준에 다다라야 한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듯 기연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총명함이 없어 통달하지 못하게 되면 명성을 좋아해도 내실이 없고, 변론을 잘하지만 이치에 이르지 못하면 번잡하게 되며, 법을 좋아하지만 생각이 깊지 못하면 각박하게 되고, 술수를 좋아하지만 책략이 부족하면 거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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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지

박찬철,공원국 공저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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