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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한국전쟁의 기원> 저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

by Khori(高麗) 201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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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브루스 커밍스

"오바마와 MB가 좋은 친구라고? 서울과 워싱턴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헛소리(Bullshit!)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왜 진보적 미국 대통령이 우익 남한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가 되겠나,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4년간 대외정책의 최대 성과 중 하나로 한미동맹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눈길을 끈다. 커밍스 교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나 한국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미국 펜타곤의 '가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2010년 (일본) 유키오 하토야마 내각은 미국이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실각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커밍스 교수는 특히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와 관련 "타이완을 두고 중미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제주 해군기지를 그 전쟁에 동원할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은 한국을 다시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또 다른 핵실험을 할 것이고, 핵탄두를 만들 수 있도록 핵폭탄을 소형화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남북한의 보수층을 '싸우는 형제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다음은 커밍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 일부이다.

"MB의 대북강경책은 북한의 적대심만 얻었다"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긴장 상승 외에는 결과가 없지 않나. 북한으로부터 적대심만 얻어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해 이러저러한 설명을 읽었으나, 자세한 진실은 모르겠다. 정보보고서 없이 진상파악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북한이 이명박에게 한 방 먹이려고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믿는다. 연평도 포격도 마찬가지다.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북한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시선을 끌려고 쓰는 상투적 수법이다. 이번 경우 북한이 싫어했던 것은 이명박의 대북정책이다.

나는 2010년 12월의 한 기고문에서 북한이 이명박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명박은 레임덕이기 때문이다. 2년 후, 새로운 변화는 김정일의 급서이지만, 남한 대선 이후까지 남북관계의 진전은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은 긍정적 효과를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다. 이러한 정책은 분단을 심화시키고, 양극화시켰다. 어떻게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브루스 커밍스

-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믿었는데.

"나도 그가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현대 출신이지 않나. 정주영은 북한을 위해 많은 일을 하지 않았나. 나는 적어도 MB가 사업적으로 북한을 포용할 것이라고 믿었다."

-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는 남한 국내적 차원의 압력도 있지 않을까?

"반공우익 세력들이 대북 포용책이 지나치다고 믿었을 것이다. 이들은 남한 사람들이 지나치게 북에 동조한다고 느꼈을 것이고, 클린턴 정책이 친북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MB가 이들의 말을 경청할 줄은 몰랐다. '만약 북한이 답례로 이러저러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식량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MB가 말하더라도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그런 식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북한과 사업거래를 한다고 해서 북한을 좋아할 필요도, 정상회담을 할 필요도 없지 않나.

(2007년) '10·4 선언'에서 노무현과 김정일은 매우 진일보한 경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해주와 남포에 경제 지구를 건설하고, 서해안 일대에 일종의 자유무역지구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경제학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서해안 일대를 개성경제지구의 모델로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정말 좋은 합의였다. MB도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다. 삼성이나 현대도 많은 돈을 벌을 수 있을 것 아닌가?"

- 남북 간에 거울이미지가 있는 것 아닌가? 남한의 보수층이 분단 지속을 원하고, 북한의 보수층도 분단지속을 원하고.

"맞는 말이다. 분단 체제의 본질은 양쪽이 서로의 거울이미지로 비친다는 것이다. 남한의 강경주의자들은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사용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했고, 북한의 강경주의자도 마찬가지이다."

"남북 보수층은 '싸우는 형제(동료)'"

- 그렇다면 이들 보수 계급은 싸우는 형제(hostile brothers)들이지 않나?

"싸우는 형제들이다. 말하자면, 싸우는 동료들이다. 남한 보수층의 근본적 문제는 그들이 독일식 통일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남한의 정치경제 제도가 북한으로 확대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1945년에서 오늘에 이르는 북한 역사를 완전히 말살하기를 원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차우체스쿠의 루마니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을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한 것 같은 사건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 가족들까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은 한국 역사에서 종종 일어났다. 당파 싸움이나, 씨족 사회에서 부관참시 해버리는 일이 있었다. 내 조상은 스코틀랜드에서 왔는데, 그곳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은 심각한 일이다. 한국은 가족의 뿌리에도 관심이 많고, 조상을 중히 여기는데, 이런 탓에 북한 역사는 수용되어야 한다.

김대중의 대북 포용책이나 노무현의 화해진실위원회가 이런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만약 북한의 지난 60여 년 역사에 대해 자존감을 지킬 수 있고, 남한 역시 그들의 역사에 대해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역사의 공간이 있다면, 세월이 흐르면 남북의 모든 증오는 잊힐 것이다. 남한 보수층은 북한의 어떤 것도 수용하려 하지 않고 있고, 북한의 보수층도 마찬가지이다.

"미 펜타곤, 한국·일본과 결속 깊숙이 다졌다"

- 향후 한미 관계에 대한 전망은?

"개인적으로는, 오바마와 MB가 좋은 친구라고 얘기들 하는 게 웃기게 느껴진다. 서울과 워싱턴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헛소리(Bullshit!)다. 오바마는 그다지 한반도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북한에 말이다. 그러나 왜 진보적 미국 대통령이 우익 남한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가 되겠나? 말도 안 된다.

이런 식의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노무현과 부시가 친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대화도 잘 안 했다. 이런 면에서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것이고, 그런 탓에 오바마와 MB가 친하다는 식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얘기는 MB가 취임하자마자 나오기 시작했다. '한미 관계는 최상이다'라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한미 관계는 노무현 때보다는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MB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요점은 펜타곤이 한국과 일본과의 결속을 깊숙이 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빈번하게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2010년 유키오 하토야마 내각은 미국이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실각했다. 현재 노다 내각도 같은 압박에 직면해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이 완전 철군하기를 원한다. 물론 미일 관계가 좋지만, 결국은 모든 것이 중국과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향후 있을 수 있는 중국과의 분쟁을 염두에 두고, 오키나와에 해병을 계속 배치하려고 하고, 카데나 공군기지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물론 2만8000명의 주한미군과 남한의 미군기지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바마의 정책이라기보다 펜타곤의 정책이다. 매우 위험한 양상인데, 양안 문제가 지역전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도 개입할 것이고, 핵무기도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안이 군사력 증가가 아니다. 미국의 군사력은 중국의 1만 배이다. 군사적으로 중국을 절멸시킬 수 있다. 기존의 열강에 대한 신흥 열강의 등장이 중국이다. 해결책은 군사적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미국이 한국, 일본,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대가 브루스 커밍스(68) 미국 시카고대 교수
ⓒ 최경준
브루스 커밍스

- 제주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가 결국 미군 기지라는 지적이 있는데.

"미국의 현 정책은 위험한 것이고, 제주도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한다. 펜타곤은 소련이 붕괴된 뒤 중국을 포위하려 하고 있다. 호주에 새로운 해병기지가 생겼고, 오바마도 다녀왔다. 한국인들에게는 무척 걱정되는 상황일 것이다. 왜 한국에 있는 어떠한 군사기지가 중국과의 분쟁과 연결되어야 하겠는가? 한국은 중국과 교역도 많고, 관계도 좋은 편이다.

타이완을 두고 중미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제주 해군기지를 그 전쟁에 동원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한국을 다시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우 위험한 지경이다. 오바마가 이라크에서 철군시켰지만, 태평양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은 중국 때문에 그렇다."

- 올해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까?

"뭔가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여태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않나. 그의 인내정책(policy of patience)을 제외하곤 말이다. 북한은 여러 가지 소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처럼 말이다. 가장 커다란 소란은 핵폭탄을 소형화하여 핵탄두로 장착하는 것이다. 그 후에 상황은 매우 위험해질 것이다. 오바마가 북한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북한은 또 다른 핵실험을 할 것이고, 핵탄두를 만들 수 있도록 핵폭탄을 소형화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북한을 설득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오바마가 재선이 되면 북한에 대한 정책을 실행하기를 기대해보지만, 문제는 거의 핵보유국에 근접하고 있는 이란 때문에 북한의 문제가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주변국 중에서는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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