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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잃을 것이 없던 세월을 넘어 추억을 찾다 - 삼국지 용의 부활 (★★★★)

by Khori(高麗)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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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는 동양 3국에서는 끝나지 않을 영원한 이야기다. 대략 600여 명의 이름값을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군주, 책사, 장수부터 온갖 능력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속에 인간의 욕망, 목표, 야심, 의리, 배신, 속임수, 신의,  사실 우리가 현재에 보고 있는 세상 속 사람들의 축약판과 같다.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손권, 제갈량, 주유, 사마의, 방통, 서서, 황충, 마초 헤아릴  없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세상이 혼란한 것인지 그런 혼란한 세상이라 영웅들이 나온 것인지 알 길이 없을 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삼국지 인물은 제갈량과 조운이다. 슈퍼 컴퓨터와 같은 제갈량은 뛰어난 관리력, 전략과 전술의 기획과 실행력, 통찰력과 예지력을 갖은 인물로 나온다. 마치 신선과 같은 능력을 갖췄다. 그리고 죽어서도 사마의를  번이나 이겨내는 준비 부분까지 흠잡을 곳이 없다. 완벽한 모습이다. 한편 그런 완벽함으로 인해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제갈량을  때마다 외롭다는 생각이 앞선다. '지음'이란 말은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런 사이다. 제갈량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품지만 정작 제갈량의 마음을 품어줄 사람이 있었을까? 그래서 제갈량을   측은한 마음이 든다. 내가 "대군사 사마의"를 재미있게  이유 중 하나가 인간적으로 그려진 제갈량의 모습 때문이다.

 

 오늘은 연차인데 아침부터 전화, 메일, 카톡까지 정신이 없다. 마나님이 논다더니  그렇게 바쁘냐고 물어본다. 나도  이유가 궁금하다. 결국 컴퓨터를 켜고 앉아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오후 네시다. 차라리 출근을   그랬다. 몸이   좋아서 쉬려고 했는데 이건  설상가상이다. 늦은 밤이 되니 전화까지 온다. 이렇게 놀면서 일하는 바쁜 하루가 지났다.

 

 며칠  유튜브에서 중국 영화를  편씩 소개해 주는 채널이 있다. 지난주에는 그 덕에 견자단이 나오는 영화를 하나 찾아봤다. '무협'이란 영화인데 나쁘지 않았다.  채널에서 나오는 조자룡에 대한 영화 소개가 있다. 이젠 더욱 후덕해진 홍금보도 나온다. 무엇보다  생긴 유덕화가 상산 조자룡으로 나온다. 

 

 삼국지 무패의 장수, 아두를 구하는 모습, 장판교 전투, 오호장군, 조가 창법, 어딘지 모르는 지명이나 상산이란 이름은 조운, 조자룡으로 통한다. 예전 오락의 캐릭터를 봐도 문무를 겸비한 삼국지 최고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한  과오도 없다. 무엇보다 신의를 지키고 자신을  지킨 사람으로 상징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그렇다. 나평안이란 가상의 상산 출신 인물이 나오는 영화는 그를 통해서 어쩌면 기구해 보이는 조자룡을 그리고 있다. 가끔 이런 상상력이 부럽다. 유비에 몸을 의탁하고, 공을 세워 장수가 되었다. 조자룡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유비와 제갈량이 그리는 전국 통일이란 꿈을 함께 좇으며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 나의 현실이 오버랩될 때가 있다.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 보면.. 가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지? 그런 생각이  때가 있다. 

 

 아두를 구하고 상산에 돌아와 맘에  드는 여인을 만난다. 삼국통일이란 태평성대를 기약하지만, 백발이 성성한 조운은 아직도 태평성대 진행형이다. 그가 떠나간 오호장군을 기리며 나평안에게 추억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그래서  착잡하다. 인간 조자룡에겐 사랑도 사치였나?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젊어서 잃을 것이  없다는 처절함과 자신의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패기,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도 괜찮던 시절이 돌아보면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마지막 북벌을 나선다. 제갈량은 노구를 이끌고 나가는 조운에게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야  나이라 말하고, 조운은  추억을 잊으려는지 찾으려는지 자신의 명확한 의지만을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북벌과 제갈량의 계획은 나평안에 의해서 적군에 알려진다.  스토리 구성은 조금 얼렁뚱땅 설정된다. 그러나  과정에서 봉명산의 마지막 전투는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조조의 혈통 조영은 존재했던 인물은 아닌  같다. 그런 상반된 입장을 갖고 오랜 시간 반목하던 관계는 시대를 넘어 계속된다.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조운이 추억을 찾았다고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조조도 사람을 장기판의 알로 보고, 제갈량도 사람을 장기판의 알로 본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도 장기를 두는 사람에겐 사석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책사의 장점이   있지만 아주  리더가 되기 힘든 이유다. 아무리 뛰어난 계산능력도 비합리적인 인간을 품는 계산은 되지 않는다. 제갈량에게 장기판의 알에 불과한 조운이 추억을 찾고, 나평안을 용서하면 마지막 투혼을 세우며 달리는 장면은 멋지기도 하고 한편으로 속상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나? 하다 보니 잘하게 되어 계속  용도로 쓰임과 필요를 받는 것이 행복한 일인가?  속에서 작은 사랑에 머물 시간도 없는 삶은 어떻게 말할  있을까? 그나마 영화 속 조운은 추억을 찾았다. 대체 나는 무엇을 찾았지? 영화를 보고 나니 나는 기분이 묘하다.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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