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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잊혀지지 않는 사실 그러나 가려진 진실 - 남산의 부장들 (★★★★★)

by Khori(高麗)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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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루에 누워서 보는 영화만큼 편한 것이 있을까? 주인님은 보다 잠들었다. 식상한 주제라는 생각을 했다. 암울한 포스터에 유난히 얼굴이 도드라진 포스터가 기분 나쁘다. 나도 10월 27일 새벽 아침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침잠이 많은 꼬마가 할머니 덕에 새벽부터 일찍 일어났기 때문이다.

 

 박정희, 이후락, 차지철, 김재규에 관한 이야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누군가는 그리워하는 대상으로, 누군가는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시대를 넘어 이렇든 저렇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에 틀림없다. 박정희, 그 어두운 면의 사실에 시선이 쏠린다. 그가 대통령인지 왕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이후락도 죽음에 여러 가지 의문이 존재하지만 사람 그 자체로 부각되어 알려진 바를 잘 모른다. 차지철은 더욱 그렇다. 김재규는 마지막 진술과 미국과의 연계에 대한 세간의 카더라 통신이 많다. 더 많은 문서가 공개될 시점이 된다면 한국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의 민낯을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부분도 역사고, 자랑스러운 부분도 역사다. 두 가지 사실이 모여 진실이 된다. 하나의 사실로 하나의 사실을 지우는 행위는 역사의 모습이지만, 반쪽의 역사가 모든 것을 대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생각의 조각이 소리로 표출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왜 혁명을 했는가?", "나는 너한테는 죽고 싶지 않다", "내가 있으니 임자 마음대로 해봐"를 통해서 자신의 영달, 역할을 위해서 상대방에게 자락을 깐다. 박용각이 제기한 "왜 혁명을 했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엔 회의감이 있다. 본질이 퇴색됨에 따라 처음의 방향에서 이탈되고 서로 아부와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시종여일(始終如一)이란 말을 이번 출장에서 몇 번 써봤는데, 참 어렵다. 사람의 마음은 다양한 이유로 변하기 때문이다. 

 

 "내가 있으니 임자 마음대로 해봐"를 들을 때 참 기분이 나빴다. '내게 내 곁에 있어준다고 했지, 책임진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병풍 앞 잔치상과 영정 사진은 큰 의미 차이가 있다. 병풍을 친다고 항상 좋은 일이 아닌데 내 마음대로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다. 그래서 사람은 질문을 잘해야, 내가 알지 못하는 생각의 조각을 말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그런 관계와 대화를 듣고 있으면 서로 참 비열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들은 "왜 혁명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조차 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변화를 너무 빨리 간파한 박용각은 그 이유로 죽는다. 변화를 즐기기 바쁜 곽상천도 그 이유로 죽는다. 변화를 만들고 변화하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박통은 또 이유로 죽는다. 김규평은 변화를 늦게 알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다 그 이유로 죽는다. 그런 아이러니의 반복이 한심하고 또 어렵다. 태풍의 눈은 태풍이 어떤 한지 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는 뜻을 이루고, 유턴한 김규평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용각이 "너는 칼보단 펜이 어울린단 말이야"라는 박용각의 말은 여러 면에서 복선을 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대부분의 대사가 그렇다.

 

 차분한 70년대 분위기와 조명이 실내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묻어난다. 이 분위기가 사건 중심의 스토리가 아니라 배우를 통해서 반영된 사람들의 생각을 상상해보는 기회를 준다. 여러 번 반복된 식상한 주제의 이야기를 새롭게 썼다는 생각이 든다. 

 

#남산의부장들 #김재규 #이후락 #차지철 #박정희 #1026 #영화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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