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음청 걸었네. - 바르셀로나
예전엔 누가 출장을 관광처럼 이야기하면 어이가 없기도 했다. 파리 가서 업체 사무실 가고, 로마 가서 업체 사무실과 호텔만 가보면 안다. 한국에 자주 가는데 매일 여의도나 구로공단만 가면 재미가 있겠어? 그러다 장타로 출장을 가게 되면 처음엔 술도 마시고 잠이나 실컷 자고 그랬는데 언제부터인지 바뀌기 시작했다.
어디나 박물관은 만원 내외다. 우연히 시간을 보내기 좋아서 가다 보니 그 동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자주가게 된다. 가끔 맥주 한 잔에 라이브 재즈를 들을 수 있는 바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세기때 배낭여행을 와보고, 그 후로 프로젝트와 고객 미팅 때문에 왔지만 정말 오랜만에 바르셀로나에 왔다. 유럽출장을 다니면서 하나 아쉬운 건 축구경기를 한 번 못 본 것이다. 왜 항상 오프시즌이나 막판 티켓값이 천정부지일 때거나 시간이 없거나.
오늘도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 경기가 있어서 길거리 곳곳에서 함성과 탄성이 크게 들린다. 카탈루냐에서 리얼마드리드 외치면 매장당하기 십상이지. 어쩐지 저지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신도 쉬는 날이라고 했으니 베이비들 데리고 읍내에 가기로 했다. 운 좋게 내일도 별일이 없다. 구글신을 믿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표를 끊고 플랫폼에 들으서면서 생각이 났다. 이쪽이 읍내 가는 방향인가? 앉아 있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저짝이란다. 이런 예감은 착착 맞는다니까!
가족성당을 목표로 읍내행 기차를 탔다. 갑자기 노부부가 타시고 할머니를 먼저 앉히는 할아버지를 보게 된다. 얼른 일어나 양보를 하니 괜찮다고 손사례를 치신다. 그렇게 밖을 보고 있는데 누가 엉덩이를 자꾸 만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나이가 아닌데.. 유모차에 딴 눈이 부리부리한 아이다. 애 엄마한테 애가 참 이쁘다고 말을 해주고 아기랑 악수를 했다.
종착지에 도착해서 이동 루트는 카사밀라, 카탈루냐 광장, 개선문, 사그리다 파밀리에를 걸어보기로 했다. 한 때 세상을 주름잡던 나라고, 내전도 있고 했지만 유럽식 건물이 잘 남아있는 시내가 참 보기 좋다.

가우디의 건물을 보니 특색 있다. 지금이야 현대 기술로 만들기 어렵지 않겠지만 옛날에 이런 디자인을 상상하는 것도 대단하다. 직선을 벗어나 곡선의 건물을 그린 대로 만드는 놈은 어쨌든 경을 치는 거지. ㅎㅎ

지나가며 보니 성당이 보인다. 그 앞에 또 공연을 연주하는 연주가, 넓은 광장이 있어서 참 보기 좋다. 아이폰에 여러 필터가 있긴 한데 완전한 흑백이 없어서 아쉽다. 가끔 컬러 사진보다 명암이 확실하고 강렬한 흑백이 더 좋은데 조금 아쉽다. 아이폰 16으로 바꾸고 처음 흑백모드는 찾는데 메뉴가 많이 바뀌었네.

카탈루냐 광장은 특별히 볼 게 없고, 개선문을 가는 중간에 피카소 박물관이 있다. 우연히 러시아에서 램브란트, 피카소, 칸딘스키, 크림트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언제 또 피카소를 보나? 베이들과 일단 입장을 했다.


소감이라면... 흠.. 천재인지 모르겠지만 난 할 말이 없다. 접시에 얼굴을 그린 작품과 함께 전시된 사진인데 내 느낌은 저 사진 속 아가씨 느낌이라고 할까? 마치 3차원 공감이 2차원적으로 압축된 것 같기도 하고, 그 속에 공간의 각도가 변한 것도 같긴 한데 감흥이 없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고, 난 그림을 이해할 만큼 이 분야의 재능도 감각도 부족하다. 그냥 보이는 대로 볼뿐이다. 그렇다고 없던 감흥이 생겼다면 구라지.

드워프 여자인데.. 흠.. 무섭다.

이렇게 그림이 그려진 프레임이 내겐 편하다. ㅎㅎ

소녀들 또는 여자들이라고 된 그림이 많은데.... I don't have a word

온 동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많이도 왔다. 다들 음성 큐레이터를 들으며 작품의 설명을 듣고, 또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사람들도 많다. 그냥 내 기분에 어떤 그림들은 좋아하는 이중섭 그림과 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8 천보 정도를 걸으며 이것저것 보고 나니 배가 고프다. 베이비들이 anchor라는 해산물 가게를 찾아서 이동했다. 애들은 쌀이 들어간 해산물 리조또 같은 것을 주문하고, 난 깔라마리와 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바짝 튀긴 것을 예상했는데 생물을 잘 데쳐서 요리했다.

표지 사진으로 쓴 개선문을 가기 전에 쭉쭉 뻗은 도로와 한쪽은 전형적인 유럽풍의 건물, 다른 쪽은 현대식 건물이 있어 신기하다. 이런 거리처럼 세상도 옛것과 새건이 조화를 이루면 흘러가면 좋을 텐데.

발바닥이 뜨끈 뜨근한 것을 보니 12 천보를 넘은 것 같다. 이젠 몸의 반응이 기계처럼 정확하네. ㅎㅎ 예전 2번 본 기억에 회색이었는데 색칠도 좀 되고, 앞쪽에 공원도 새로 생긴 듯하다. 과거엔 엄청 높아 보였는데 지금 보니 또 다르다. 밀라노 대성당보다 높다고 생각되었는데 지금 보니 또 그렇지도 않다. 얼른 완공이 되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일단 택시 타고 호텔로 부리나케 회군했다. 깔끔하게 치워진 방을 보니 물이 없다. 로비에 가서 물을 왜 안주냐고 하니 원래 안 준단다. 헐... 별이 네 개인데 물을 안 주다니. 젊은 처자가 사 먹으라니 물을 두 개 샀다. 영수증을 달라고 하니 A4에 인쇄해 준다. 젊은 아가씨들은 위험해... 역시나.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는데, 아침에 본 한국 아주머니 군단은 모여서 담소 중이시다. 택시를 내려서 오던 외국인이 라이터를 흘려서 떨어졌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텍사스에서 왔다는 andy라고 하는데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게 되었다. 오늘 본 거리 속 사람들은 모두 오늘은 열심히 즐겁게 살려고 한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깨댕이를 벗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어쩌면 바보 멍청이가 누군지 알 수 있다. 해외에서 보는 한국 뉴스는 정말 가관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지도자라고 불리는 영감님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웃다가 헤어졌다. 인종이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살아온 경험과 문화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사를 읽어봐도 사람 그렇지 뭐. 빌런은 언제나 어디에서 있고 자주 가까이에 있지 뭐. ㅎㅎ
이렇게 쉬는 날 무슨 천리마 행군도 아니도 음청 걸었네. 화요일 미팅 준비고 다 해놨겠다 이젠 내일부터 베이비들이 또 쉬지 않고 메일 더 보내고, 메시지 더 보내고 할 테니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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