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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마음을 열어야 사업도 잘 된다 - 어차피 종합예술

by Khori(高麗) 201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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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고 출장 첫날이면 창문을 자주 보는 것 같다. 아침부터 젊은 처자한테 한번, 키르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청년한테 한번 "Would you please~~?!"를 들었다. 담배 하나를 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지만, 최근에 고객에게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었나? 친해지기도 하고 자주 듣기 어려운 말이다. 담배를 두 번에 걸쳐서 베풀고, 혼자 말을 하게 된다. '오늘은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모든 사업은 최소한의 기준인 계약 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계약은 잘 해야 하고, 모르는 일에 도장을 찍으면 문제가 된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프로세스가 아주 꼼꼼하다. 근대화 시기에 독일에서 다양한 시스템을 수입한 일본이라 유사하고, 서류, 제품에 대한 승인서 관리, 품질 관리가 비슷하다. 일본이 장인 정신을 얹어서 더 잘된 경우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가끔 이런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현실적인 사업 진행에 장애가 된다. 고객은 프로세스를 위해서 일하게 되고, 나는 프로세스 때문에 정체된다. 이 이면에 책임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런 정체가 나타나고 고객들이 계약서 몇 조, 몇 항을 따지기라도 하면 '아휴, 전범국 녀석들은 어쩜 이리 똑같니!"라고 혼자 한 마디 한다.

 

 쫀쫀한 녀석들에게 가끔 대한민국 백성들도 얼마나 꼼꼼한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유효한 모든 계약서를 A부터 Z까지 털어서 갱신 기간에 맞춰 조정, 변경을 진행했다. 업체 사장님이 "너 왜 자꾸 계약서 갖고 우릴 못살게 구냐?"는 질의가 접수됐다. 미팅 내내 별도로 이건으로 닦달을 하지만 누군가 나서서 이렇게 정리를 하고 업무 기준을 협의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믿고 있는 각 단위 사업팀의 업무가 탄력을 받는다. 이럴 때엔 무역, 계약 관련 전공을 한 것이 현업에 도움이 되어 기분이 좋다. 또 머리 아픈 논리 문서를 보는 피곤함도 있다. 결국에는 서로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서로에게 인식시키고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고객도 우리도 충분히 발전된 협의에 도달했다.

 

 사내들끼리 티격태격 과격한 미팅이 이번엔 아주 부드러워졌다. 성과도 내고, 자신이 안 하던 분야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유럽팀장도 여성이다. 고객 쪽도 남자들이 모여서 서열다툼이 있었는데, 엄마처럼 차분하고 유연하고 동시에 이성적이고 융통성 있는 분이 오셔서 훨씬 좋아졌다. 아이들이 다투면, "애들아 담배라도 피우면서 쉬었다 하자"라는 말에 나도 함께 환하게 웃어줬다. 

 

 가끔 영업은 자신의 꿈을 펼쳐가기 좋은 점이 있다. 그리고 영업은 특정 분야의 요구사항 때문에 남자들이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지만, 여성들에게 더 유리한 점이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전자제품 해외영업에서는 남자에 대한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실수를 하면 논리적으로 꼼꼼하게 닦달을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넓은 기사도 정신이 난무한다. 이것도 성차별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상은 기준과 기준을 엷게 둘러싼 인간적인 면이 함께 한다.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보다 서로의 사정에 좀 더 귀 기울이고, 조금 꺼리던 이야기도 더 하게 된다. 이것을 통해서 나는 우리가 좀 더 고려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챙기지 못한 미안함을 갖게 된다. 고객도 너무 심하게 자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몰아붙이기만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차이가 새로운 대책을 만들게 된다. 창의성이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향해 전진하는 방법을 변형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오랜만에 은퇴한 고객사 개발자분이 특별히 방문을 하셨다. 오랜 전 개발한 제품의 변형건으로 특별히 시간을 내셨다. "Golden age 시대의 분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드렸더니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받아주신다. "그렇지 내가 이 시장의 golden time을 보낸 건 맞지. 잘 지내고?" 하시며 여러분들의 안부들 묻는다. 미팅과 정리를 잘하고 나서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숙련되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 꼭 실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력이 우위다. 은퇴를 하고도 후배들을 돕기 위해서 자리한 분도 고맙고, 그분을 잊지 않고 다시 모셔서 지도와 혜택을 받는 문화도 배울만 하다. 담당자에게도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그 사람이 베풀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 의미를 잘 이해한 것 같고 또 어떻게 해외 영업인의 삶을 걸어가며 쌓아갈까 궁금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처음 미팅에 참여한 유럽팀장은 조금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담당자와 나는 작년보다는 훨씬 좋은 진보와 회의였다고 자평했다. 저녁에 식사를 하러 가는데 사장님이 사모님 차라며 2인승 컨버터블을 끌고 나오셨다. 내가 농담으로 욜로 선생이라고 부르는 사장님은 아빠처럼 직원들과 협력사 사람들을 챙긴다. 이번에는 "오늘 잘 끝났지? 앞으로 형님 말씀 잘 듣고!"라는 정감 있는 잔소리를 하신다. '내가 바이어고 갑이다'라는 말보다 '내가 형이다'라는 말이 정감 있다. 일장일단의 계산보다 고객사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대해주는 열린 마음이다. 저녁을 마치고 "애들아 나는 내일 아침 약속이 있어서 일찍 들어갈테니, 여기 온 녀석들 4시까지는 먹여서 보내라"하고 가셨다. 

 

 비가 조금씩 오는데 맥주를 마셨다. 진짜로 이 녀석들 집에 보낼 생각을 안 한다. 3시가 넘어서 끝났지만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 왜 일을 조금 심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 자신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속 깊게 이야기하게 됐다. 서로를 파트너이자 협력자로 더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과 사람의 열림은 신뢰를 낳는다. 이런 신뢰는 사업이 올바른 방향에서 이탈하지 않는 끈끈한 버팀목이 될 뿐만 아니라, 속도를 올리는 상호 협력과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담당자 건강이 걱정이라는 안 하던 메시지까지 오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결과를 위한 한 발이 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고객 사무실 마당에 있던 녀석인데 색깔이 달라도 둘 다 같은 양이다. 한 업종에서 서로 협력하는 우리와 고객의 모습이 또 그렇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종종 지겹다. 이번에 고객이 "너 여기 30번은 넘게 오지 않았냐?"라고 묻는다. 개구쟁이답게 다음에 "어떻게 밀수 전문가가 됐는가?"를 정리해 보라고 한다. 러시아는 아직도 제품 발송이 쉽지 않다. 대부분 물류기지가 러시아 주변 국가에 존재한다. 지금은 분쟁 중이라 우크라이나 쪽은 안 쓰지만 핀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해상운송과 trucking이 빈번하다. 따라서 고객들이 견본, 전시품에 대해서는 handy-carry요청이 아직도 많다. 밥 먹으면서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곳도 사장님이 저녁에 미팅이 잡혀서 졸지에 늦게까지 영업이사에게 잡혀서 노래방에서 고군분투를 했다. "야 힘든 척 좀 해라, 그래야 집에 가지. 남은 술은 내가 좀 대신 마셔줄 테니 알았지!" 했더니, 우리 착한 유럽팀장 방긋방긋 웃는 바람에 두 배로 고군분투했다. 오히려 "아유, 그런 건 왜 날 시켜요!"라고 타박이다. 졸지에 다음날 아침에 셋다가 비몽사몽이 됐다. 나는 고군분투 전사, 둘은 피곤해서 반쯤 전사..

 

 그러나 미팅은 이렇게 다정다감한 것만은 아니다. 이 나라 대졸 초봉이 월 백만 원이 안된다. 뛰어난 사람도 명목소득은 낮고, 따로 현금을 준다. 1인당 GNP가 1만 1천 달러 수준이지만 러시아를 보면 이런 소득으로 살기 힘들다. 대량생산 시스템이 부족해서 그렇지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자리에 않으면 조금 허름한 차림의 박사님이 나타나곤 한다. 기술영업이라고 해도 엔지니어를 이길 수는 없다. 우리는 말로 하는데 영어도 안되시는 분이 수식으로 입증을 하시면 참 곤란하다. "Nononono~~, again"이라면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기도 한다. 거래처 영업이사가 제품 결정도 한다. 처음 보면 영어를 너무 빠르게 잘해서 언어 전공 같지만 물리학, 엔지니어링 전공이다. 못 사는 것과 실력 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깊이로 따지면 러시아도 쉬운 나라가 아니다. 이 부분을 완전히 유럽팀에 이관하기 위해서 같이 온 것이다. 스스로 해결할 부분은 지원을 하지만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신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서로의 이슈를 정리하고, 나아갈 이야기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로드맵부터 시작하기로 했는데 민감한 각자의 이슈가 두 시간 정도 길어졌다. 고객사 사장님 "야! 조용히 하고, 이제 이 이슈는 그만. 사업해야 하니까 로드맵 열고 시작해!"라고 하신다. 그러나 그 길던 2시간의 쟁점이 오분 안에 타결 되는 이유가 됐다. 가끔 어르신들이 보면 현명하다. 

 

 의외로 보수적인 고객이지만 자신들이 진행하는 사업정보를 더 자세하게 오픈했다. 우리도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일정을 좀 더 세분하게 구분하고 대응했다. 현장에서 파악한 것은 즉시 확인해서 한국으로 실시간 지원을 구했다. 이런 자세가 경기가 조금 침체된 여건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 

 

 실무에서 조금씩 멀어지지만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유럽팀 녀석들이 좀 더 좋은 여건에서 좋은 성과를 도출하며 Art의 맛을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道의 깊이를 함께 하길 바랄 뿐이다. 그 맛을 조금씩 알게 되면 무한한 장이 또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영업 #종합예술 #아트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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