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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비밀은 세상을 더욱 힘들고 삶을 서럽게 할지도 - 대외비(★★★★)

by Khori(高麗)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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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젠 새벽 6시에 걸려온 연락에 눈을 떴다. 독일에 사는 지인이 급하게 무엇을 찾는데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 나에게 여섯 시면 거기도 늦은 밤일 텐데. 졸린 눈을 비비며 아는 범위에서 답변을 드렸는데 고맙다고 한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미국 출장 중에  번번 분이 연락이 왔다. 갑자기 한국에 들어왔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탁이 있나 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아침부터  이럴까? 저녁에 만나서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돌아가기 전에    연락을 하겠단다.

 

 보아하니 미국에 사는 동생들 통해서 알아보고 연락을 한 것 같다. 이 녀석들 잘 지내나 보니 매일 SNS으로 보는 녀석의 변화가 있다. 짧은 메시지를 남겨 안부를 물었더니 몇 마디 연락이 왔다. 마음 아픈 이야기를 듣고 해 줄 수 있는 말이 참 어렵다. 지나간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보라고는 말을 남겼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착한 녀석이 다시 평온한 삶으로 돌아오길 바라게 된다. 그나마 내가 갔을 때는 수리를 안 해준다던 안경점 주인아저씨가 마나님이 가니 깔끔하게 수리해 줬다. 나한테는 못 고치니 새 걸 사라고 하던 주인이 생각나 나쁜 자식이 아니냐고 했다. 마나님이 미모가 다른 걸 탓하지 말라 신다. 왠지 납득이 되냐. 

 

 이런 쓸데없는 일상사를 돌아보며 오늘은 어떤 일로 즐겁고,  어떤 일로 머리가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비밀을 품고  비밀이 세상에 나가면 안 된다는  없이 사는 것이 편하다. 비밀을 많이 품고, 좀 더 풍요로운 삶이 좋은 것일까? 내가 겪어본 다양한 일에서 비밀에 접근한다는 것은 책임과 권한이 증가한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보답도 좋아지는  같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외롭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인이  때도 많다. 무협영화에서 전설의 무기와 비급 같은 비밀스럽고 강력한 무기는 명을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 세상은 영화처럼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할 확률이 높을 때가 많다. 그러나 주인공이 된다는 희망을 버리는 것처럼  개떡 같은 삶도 없다.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대외비란 영화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다. 주인공인 정치지망생 정해웅과 사채와 폭력을 일삼는 김필도가 노을이 멋지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보며 고민한다. 서로가 저지른 일을 품고 사건의 판을 뒤집겠다는 모험을 하는 장면이다. 하나는 몸을 쓰고, 하나는 머리를 쓰기로 했지만 결국 몸을 쓰기로 하고 머리를 쓰거나, 머리를 쓰기로 하고 몸을 쓰는 순간 그들의 약속과 비밀을 지켜지기 어려웠던 것일까?

 

 예전 같으면 정치과 비리,  장벽을 기어오르는 과정에 가히 정의롭지도 악을 무찌르는 카타르시스도 없는 덤덤한 영화가  쾌락적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이런 즐거움이 주는 영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즐겁고 동경하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처럼. 하지만 영화의 사건과 스토리 속에 흔하게 나오는 배신의 콤보를 보면 현실에서 그럴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산의 실세 권순태와 버림받고 다시 기어오르는 정해웅이 만나는 장면들이 아주 인상적이다. 부당한 일을 마주하면 대부분은 분노하고 감정이 끌어 오른다. 이런 감정은 숫적 우위를 갖아야 유리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냉정을 잃으면 사고 치기 쉽다. 어려운 상황에서 올바르다고   없지만 권순태는 확실한 행동을 선택한다. 그렇게 판을 장악한다. 기어오르는 자는  가지 패를 잡을 때마다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달려들지만 자신이  말을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판을 장악한 자는 냉정하고 솔직하게 말하고 실행한다. 그럴  있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이  말을 구현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무협지의 정파 인물이 사파 고수를 보며 쫓아가는 그런 기분이랄까? 무술의 경지는 정파고수나 사파고수가 막상막하다.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는  사람에게 달린 일이다. 둘이 서로의 목숨을 끊어낼 서로의 비밀을 파헤치지만 일정한 경계를 두고 마주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렇게 정해웅은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권순태와 정해웅은 다시  단계  높은 계단에 발을 딛는다.  세상도 멀리서 보면 화려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들이 불나방이 되어 소멸될지 아니면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며 생존할지   없다. 그들의 방식이 영화로 과장되고 옳은 방식이라고는   없지만 어쩌면 세상의 단면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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