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이 생기면 힘들다. 딱 봐도 힘들 일이 생길 것이 확실할 때 걱정이 생기고, 기절초풍할 일이 다가오는 것을 볼 때 멘붕이 온다.
영국의 Bar에 한가롭게 쓰여 있는 "서비스는 나의 기분과 당신의 태도에 다렸다" 문구처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고객의 논리적이고 까다로운 요청을 대응하는 것은 힘들다. 그 요청에 사업의 기초인 약속과 신뢰가 대외적으로 합의되었다면, 그것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조직이란 역할과 책임이 나뉜 조직에서 일은 항상 더디다. 항상 앞, 뒤로 포진된 부서들의 더딤과 내 문제의 해결 속에서 기업 구성원은 갈등한다.
인간이 창조적으로 개발한 조직이란 발명품이 곧 시스템이다. 책에서는 분업이 효과를 통한 전문성과 효율을 강조한다. Value Chain과 같이 각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어떻게 생산해가는지를 설명하지만 시작과 끝이 교과서처럼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또 사람이 일을 하고, 항상 시스템과 프로세스라는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시킨다. 이를 통해 효과성(Effectiveness)과 능률성(Efficiency)을 계산하고 확보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모두는 이것을 신봉한다. 모든 기업과 조직이 pick-up 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 이성, 논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된다. 그런데 참이라 믿고 행동하지만 왜 잘 안될까?
나는 논리와 이론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론이 맞지 않는 것은 변화의 예측이 아니라 사람의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는 HCI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용해야 한다. 인문학이 떠오르는 이유는 아직도 사람을 잘 알지 못하고, 사람은 마음대로 막 할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논리적으로만 행동하며 시간만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이해한다면 왜 필요한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계를 만드는 이유가 '힘들다', '어렵다', '쉬고 싶다', '밥 먹고 하자', '너는 기분이 나쁘다'와 같은 다양한 요구를 하는 사람보다 하루 종일 말대꾸 없이 일하는 것이 시키는 입장에서는 수훨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 기계와 사람이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난다.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하기 위해서 기계를 만들었다. 다시 그것과 경쟁을 해보는 것이 기계의 성능 만족도를 계산하는 목적일 수 있다. 그 수준을 넘어서 인간을 배제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하면 세상의 혼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을 위한 시스템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커지다 보면 인간 시스템이 지향하는 효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래야만 시스템이 운영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모두는 조직에서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효과과 능률을 위해서 타 부서와 조율을 한다. 이 부분이 나는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러한가? (누가 그렇다고 하던가?라고 말하면 더욱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세상의 인구를 분야별로 쭉 등수를 매기면 정규분포가 되고, 중간점에 사람이 많다. 그렇게 보면 세상은 절반이 평균 이하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나도 어떤 분야에서는 중간, 중간 이상일 수 있지만 더 많은 분야에서 중간 이하임을 인정해야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이런 의미라고 생각하고, 사람이 장점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칸트라는 대 철학자도 천재는 알아서 하고, 바보는 어찌할 바가 없고, 중간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님도 중간에 힘써야 한다는 비슷한 말씀을 한다. 이 말을 섞어보면 생활 속에서 우리는 최고를 지향하지만, 대 철학자들은 중간에 힘쓰자는 이상한 견해 차이를 보게 된다. 내가 그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말이다. Why?
내가 20년 가까이 다양한 기업 조직에서, 우수한 대학이나 실력 있는 인재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대 철학자들의 말처럼 운영된다. 스스로 뛰어나다는 인재가 나대면 시스템으로 돌리며 적응하게 한다. 너의 실력과 상관없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재도 시스템에 돌려 숨이 벅찰 정도로 노오오력을 하게 한다. 뛰어난 자는 나를 알아보지 못함을 탓하고, 부족한 인재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엄청나게 말도 안 되는 일만 시킨다고 탓한다. 다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듯 시스템도 시스템의 관점에서 사람을 본다는 것이다. 회사란 기업 실체는 없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란 약속 이행을 순서에 맞게 하는 것이다. 만들 때부터 계속 수정되어 오고 있으며, 나의 의견과 상관이 없기도 하지만 내가 그 시스템을 선택하고 입장한 순간부터 동의한 것이라고 간주한다.
그럼에도 성공하는 방법은 미리 예측하고 알 수 없다. 다만 망하는 법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은 항상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패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은 최고가 아니라 어쩌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명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즉 기업이란 조직을 쭉 펴보면 결국 중간에 집중한다. 이 보다 부족한 사람은 시스템 속의 프로세스 속에서 힘들게 자신을 수련하게 만든다고 본다. 기업에서 사람이 힘든 것이 아니라 일 자체가 힘들다면 이런 관점에서 한 번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잘 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는다. 시스템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이해하며, 개별적인 성취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결과는 프로세스가 받아들인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 시스템의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스템을 이해하고도 자신의 꿈과 역량이 더 뛰어나다면 시스템을 떠나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창업이다.
시스템이란 지향하는 중간점에 미달한 사람들이 중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 효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도움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자와 끊임없이 못살게 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이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째던 기분이 나쁘다. 논리와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보고 중간 이하라고 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런 이유로, 인간의 뛰어난 두뇌는 '중간쯤 돼요'라는 가장 많은 대답을 양산하는 것이다. 말이 지나칠까요? 세상은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이 사람이 많지만, 더 많이 의심하고(왜 Why를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는가?) 확인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믿으라는 사람들이 '왜'라는 질문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좌절을 주지 않기 위해서 하는 립서비스와 현실을 구분해야 더 경쟁력이 있다. 사람은 욕망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욕망은 현실적인 결핍의 정도에 따라서 결정된다. 빈 곳을 채우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다 채우고 나면 다른 빈 것을 채우기 위해서 움직인다. 이런 것이 자세히 보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은 것은 인간 때문이다. 가르마도 아닌데 우린 2:8이라는 파레토 법칙을 자주 이야기한다. 개미는 이렇게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2:6:2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그래프 한쪽의 20%가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면 그래프 다른 한쪽의 20%는 나머지를 사지로 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둑 하나를 열 사람이 막지 못하듯, 20%가 아무리 잘 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20%가 조직을 망치기 시작하면 조직은 운영되지 않는다. 조직을 망치는 것은 그들이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잘 이해하고 지식이 있기에 가능하다. 마치 무협지의 정파 고수와 사파 고수처럼 말이다. 그 차이는 인간의 성정에 따른 것이지 무술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이 항상 exciting 한 이유가 별개 아니다.
시스템이란 조직구조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고, 통제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매우 불편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느낀다. 문제는 그걸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갖은 조직일수록 성과가 뛰어나다. 추가하여 사람의 감성까지 잘 보살펴줄 수 있다면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잘 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한다. 중간에 힘써야 한다. 그리고 도통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기회는 주돼, 엄격하게 시스템이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문제의 20%는 지식이 부족하다는 문제보다 마음의 문제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 앞의 Pick-up / Drop off라는 길 바닥 인쇄 속에서 문득 간단한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원이 효율이란 것을 위해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말과 업무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주말 마음의 멘붕을 벗어나 새롭게 의욕을 찾았다는 말이 참 기쁜 주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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