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전 Clouding system project를 수주했다. 각 영업팀에 기존 사업이 clouding business model로 확장되는 사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내부 숙련도와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서 되도록 진행 승인을 하고 있다. 대부분 데이터 센터로 대량의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하는 형식이고, 분산 처리하는 형태는 보기 드물다.
이런 작은 도전들이 쌓여야 내가 종사하는 업종에서 clouding을 통해서 어떤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어떤 서비스를 구축함으로 내가 종사하는 업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역량을 통해서 어떤 산업과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경험과 지식이 쌓여서 업종의 Insight를 천천히 축적한다고 생각한다. 축적된 지식은 다시 후생가외(後生可畏)할만한 후배들에게 다시 전해 주어야 할 의무도 있다. 그 외에도 신규 시장에서 거래체결과 첫 수주까지 겹쳐서 갑자기 차출된 출장이라도 한결 마음이 즐거웠다.
평균 연령 30대, 남/여 성비가 1:6~7,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불리는 선전, 심전, shenzhen은 역동적이다. 2년 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빠르게 물질적인 성장을 도시에 채워가고 있다. 역주행도 드물고, 다양한 서비스도 서구를 많이 따라가고 있다. 아직은 서로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2년 전의 모습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게다가 시진핑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도시 곳곳에 쓰여있는 문구들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부강한 나라와 인민들의 아름다운 삶을 도모하기 위한 표어들이 시내 도로를 채우고 있다. 은행에도 같은 문구들이 쓰여있는 것을 보면, 새마을 운동 표어 같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정신과 의식의 발전을 강조하는 문구를 보면서 중국은 어마어마하게 큰 듯하기도 하고, 많은 인구수만큼 또 세밀한 부분이 있다.
홍콩으로 향하는 로우 역은 역시 사람이 많다. 잠시 둘러본 소감은 지난번과 다름없는 짝퉁시장이다. 하지만 과거 동대문 시장도 그러했다. 그러다 젊은 세대를 위한 쇼핑공간, 문화공간으로 발전해 가듯 그들도 그러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업체를 만나서 남산으로 이동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중국 하면 떠오르는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나씨성 주인은 가게에 없지만 젊은 친구들이 정말 성심성의껏 일을 한다. 되려 미안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그에 보답을 한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2년 전에 본 그 사람을 기억하는 나도 신기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고맙기도 하다.
이렇게 등판 전에 몸을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위안 삼아 호텔로 돌아왔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말처럼 늘어나는 체중이 무섭다. 아침부터 전시부스를 들어가는 과정이 쉽지가 않다.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서 모여있다. 그 속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차로 밀어붙이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다. 중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위에서 볼 때마다 옛날 을지문덕, 양만춘은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적은 수로 우리만큼 승리를 거둔 민족도 없다. 물량에서는 밀려도 중국에 머리로 질 수는 없다. 풍류를 아는 최치원처럼 말이다.
티켓에 이름이 없고, 바코드와 사람 얼굴 사진을 연동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등록을 하고 나서, 얼굴이 입장권으로 인식되는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의 화두와 조직위원회의 도전은 재미있다. 그 덕택에 등록이 잘 안되는지 사람 줄이 엄청 많다. 그러고 보니 공항에서도 중국산 지문인식기에 힘을 엄청 주어야 인식이 되긴 했는데 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빨간 트레이를 끌고 다닌다. 특정 업체에서 카탈로그와 업체들의 광고 용지를 넣을 수 있게 종이 박스로 만들어서 제공했다 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국가평태", 인공지능을 국가 플랫폼으로 하자는 구호가 보인다. 스마트 인터넷 플러스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2년 전과 비교해서 아직도 원천기술보다는 원천기술이 내장된 부품을 통한 응용기술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한국기업의 안목, 규모가 아쉽다. 이런 부분은 중국의 소득 수준, 역동성, 산업 주력 세대를 돌아볼 때 점진적으로 중국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산업이 이동하였고 또 일부는 소득 수준에 적합한 산업과 산업 단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상용화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중국 기업들의 발전은 괄목상대하다. 특히 사람의 골격구조와 움직임의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건 정말 개나 소나 다 갖고 나왔다. 얼굴을 인식하는 제품을 볼 때마다 전화기로 눈을 가리고 잘 하나 안하나 확인을 해본다. 대부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내 몸을 전체로 잡아내는 방식도 적용됐다. 다른 지역 출장 중에 다른 업종의 중국인들에게 듣던 한 두 마디 속에서 그들의 역동성과 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시회에 올 때마다 그런 모습을 느끼게 된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한 DJI도 출품을 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종산업이 우리의 산업분야에 진입을 하고, 내가 종사하는 업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한 분야에서 IT와 접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에 대해서 전시회에 오신 기업 대표님들은 정신이 없다고 한다. 과거 5년 동안의 변화가 지금은 5일이면 변한다고 하시는 것을 보면 충격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과거 내 업종의 작은 분야의 변화만 보던 시야에서 봐야 할 분야가 기술적으로 산업적으로 접목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내가 하는 업에서 새로운 분야와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목표가 정해진다면 그 혼란함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분히 차오른 과거의 것 중 지금 유효한지 않은 부분을 조금씩 덜어내고 이런 새로움을 조금씩 담아내지 않으면 시장에서 소멸당할 수밖에 없다. 지족불욕이란 마음가짐이 중요하지만, 족할 때 비우고 새로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머리에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부어야 한다. 대개 하던 것만 후벼 파다가 끝을 보기 마련이다.
소형 로봇부터 소프트뱅크의 안내로봇과 같은 휴머노이드형도 조금씩 있다. 산업에서 로봇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거창한 형태가 아닌 것도 많다. 그리고 국내가 로봇을 산업에 사용하는 양과 빈도가 대단히 높다. 로봇이라면 태권브이, 에반게리온과 같은 거대한 것만 생각해서 그렇다.
전시 3일 내내 약속된 고객, 찾아오는 손님들, 국내 업체, 업계 관련사들과 끊임없이 떠들고 이야기하고 사업 가능성을 또 이야기한다. 하루 종일 서 있는 전시회가 고단하기도 하고, 처음 나온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옛날 첫 전시회 생각도 난다. 기존 거래처들과의 상담 성과도 좋고, 잊혀졌던 옛 고객이 다시 찾아와 서로의 안부와 다시 사업을 논의하자는 기회도 생겼다. 새로운 고객들이 다시 찾아와 협력을 이야기하다 보면 2018년은 2017년보다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아니 2017년이 변화의 시작이고 2018년은 변화에 좀 더 부응하기 해가 될 것 같다.
전시회를 하루 남기로 먼저 귀국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 중국 업체와 미팅을 했다. 식사를 하면서 전략기획팀장을 제갈량, 참모장이라고 해서 우리는 제갈량은 삼국지 말고 술 이름만 기억한다고 했다. 서로 활짝 웃음을 띄면서 삼국지 이야기도 하고, 협력에 대해서 논의도 했다. 아직은 거래 협력의 신의와 기업가 정신은 떨어진다고 얕잡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솔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선진기업들이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고 또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내년 3월까지는 서로 잘해보는 기틀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始終如一이란 글자를 써주며 말보다 이걸 약속으로 넣어 두라고 했다. 갑자기 중국 업체 연구소장이 자신의 서예와 사자성어를 보여줘서 또 한참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가끔 읽는 동양 인문고전의 한 구절이 중국, 아시아의 사업에서는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귀한 음식이라고 대접받은 비둘기 요리와 전시장 주변을 걷다가 만난 고객이 한잔 하자는 말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한꺼번에 종료시간에 나오니 주변이 난리통이다. 영어는 아예 무시하는 택시운전사를 겨우 잡아서 호텔에 돌아왔다.
호텔 주변의 마천루를 보면서 여기도 또 변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전시장 장소도 옮긴다고 한다. 다시 이곳에 올 때 나는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하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 스스로가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일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나를 대변하고, 발이 허공에 오래 떠 있을수록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그 격차를 줄이는 끊임없는 시간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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