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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음악 가운데 어떤 곡을 좋아하십니까? 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바흐’를 입력해 봤더니 동시에 뜨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G선상의 아리아’입니다. G선은 바이올린의 현(絃) 중에서 가장 낮은 소리를 냅니다. 바이올린의 현은 모두 4개로 이뤄져 있지요. 음역이 높은 순으로 E현, A현, D현, G현입니다. 따라서 ‘G선상의 아리아’는 음역이 가장 낮은 G현으로 연주하는 아리아(노래)라는 뜻입니다. 아리아(aria)는 이탈리아식 표기입니다. 프랑스어로는 에르(air), 영어로는 에어(air), 독일어로는 아리어(Arie)로 발음합니다.
이 ‘G선상의 아리아’는 원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의 두번째 곡 ‘에어’(air)입니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르미(August Wihelmi, 1845~1908)가 애초에 현악 합주로 연주하는 그 곡을 독주용으로 편곡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거의 20세기에 가까왔을 시기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바흐’만 입력하면 곧바로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자, 이 지점에서 제가 며칠 전 어느 단체에 보냈던 강의 원고 가운데 일부를 잠시 옮겨 보겠습니다. 저는 클래식을 ‘어려운 음악’ 혹은 ‘사회적 상류층이나 즐기는 고급음악’이라는 선입견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논지를 펼치면서 강의 후반부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좀 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을 듣기 전에 잠시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는 5분을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포함하고 있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은 20분이 좀 넘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관현악 모음곡>을 1번부터 4번까지 다 들으려면 1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지휘자와 연주단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긴 합니다만, 연주시간이 대략 100분 남짓입니다. 그러다보니 ‘G선상의 아리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도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차분히 감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있지요. ‘G선상의 아리아’가 많은 이들을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으로 안내하는 단초가 돼준다는 것입니다. 이 5분 남짓한 소품을 이미 여러 번 들어 익숙해진 당신이 내친 김에 <관현악 모음곡> 3번까지 들어보는 것. 더 나아가 <관현악 모음곡> 전곡을 들어보는 것. 그것이 이 칼럼의 목적입니다.
바흐가 남긴 <관현악 모음곡> 네 곡은 작곡 연대가 불분명하지요.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1번과 2번은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으로 있던 1721년 무렵에 작곡됐고 3번과 4번은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교회의 칸토르(요즘으로 치자면 음악감독)로 일하던 1729년부터 1736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2번도 라이프치히 시절에 작곡됐다고 주장하는 음악학자도 있습니다. 뭐 어쨌든 좋습니다. 음악을 듣는 이의 입장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다만, <관현악 모음곡>이 어려운 음악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미리 걷어내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걸 상상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절에 학생들로 이뤄진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는데요, 그들을 이끌고 매주 한두 번씩 공개연주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때 즐겨 연주했던 곡 중의 하나가 바로 <관현악 모음곡>입니다. 이 곡을 어디에서 연주했을까요? ‘침머만 커피하우스’라는 곳입니다. 바흐 시대에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커피숍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침머만 커피하우스는 바흐 선생과 콜레기움 무지쿰이 매주 출연하는 덕택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지요. 이 커피숍에서의 연주회는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연주회였습니다. 이런 연주회에서는 ‘다 함께 즐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211번 <커피 칸타타>도 바로 이곳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현악 모음곡>은 가장 먼저 긴 ‘서곡’이 등장하고 이어서 몇 개의 짤막한 춤곡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흐 시대에는 그냥 ‘서곡’(overture)이라고 불렀을 만큼 가장 앞에 등장하는 서곡의 비중이 큽니다. 오늘 들을 3번 D장조도 물론 그렇습니다. 연주시간 10여분 가량의 제1곡 ‘서곡’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네 곡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 바로 이 3번의 서곡이 규모면에서 가장 웅장합니다. 시작은 장중하고 엄숙한 그라베(grave), 이어서 현악 합주가 활기 있는 리듬을 연주하는 비바체(vivace),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그라베로 돌아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곡은 바로 ‘G선상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어’(아리아)입니다. 제1바이올린이 그 유명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르미는 이 곡을 G현으로 편곡했지만 원래는 A현으로 연주하는 선율입니다. 이어지는 3곡 ‘가보트’(gavotte)는 프랑스풍의 춤곡인데 템포가 빠르고 활기가 넘칩니다. 4곡 ‘부레’(bourree)도 역시 프랑스에서 기원한 춤곡이지요. 이 곡도 템포가 빠르고 활달합니다. 5곡 ‘지그’(gigue)는 영국에서 발원한 춤곡입니다. 바흐는 이렇듯이 유럽 여러 지역의 음악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의 음악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곡’과 ‘에어’에 이어지는 세 곡은 춤곡답게 모두 흥겹습니다. 현악합주가 흥겨운 리듬을 이끌고 트렘펫이 시원하게 울려퍼집니다.
[YES24] ‘G선상의 아리아’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은? -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아우구스트 빌헬르미(August Wihelmi) [출처: 위키피디아] |
이 ‘G선상의 아리아’는 원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의 두번째 곡 ‘에어’(air)입니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르미(August Wihelmi, 1845~1908)가 애초에 현악 합주로 연주하는 그 곡을 독주용으로 편곡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거의 20세기에 가까왔을 시기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바흐’만 입력하면 곧바로 따라붙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자, 이 지점에서 제가 며칠 전 어느 단체에 보냈던 강의 원고 가운데 일부를 잠시 옮겨 보겠습니다. 저는 클래식을 ‘어려운 음악’ 혹은 ‘사회적 상류층이나 즐기는 고급음악’이라는 선입견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논지를 펼치면서 강의 후반부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좀 길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을 듣기 전에 잠시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왕궁과 귀족의 성에서 벗어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입니다. 음악사적으로 보자면 하이든 후기와 모차르트의 시대였지요. 그때부터 클래식은 부르주아의 음악, 다시 말해 시민계급의 여흥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합니다. 시민들이 콘서트홀 객석의 다수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악보 출판과 악기의 개량ㆍ보급이 속속 이어지면서 보통사람들이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클래식은 사회 체제의 변동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변화합니다. 다시 말해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들만 즐기는 고급한 음악도 아닙니다. 18세기 후반부터 따지자면 세월이 20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뭔가 좀 찜찜하지요. 뭔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클래식은 ‘나’와는 왠지 거리가 먼 음악처럼 자꾸만 느껴지지요? 그렇습니다. 클래식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입니다. 왜 그럴까요? 클래식이 자꾸 멀게 느껴지는 이유! 그것을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깁니다. 그렇게 바쁘게 일해도 생계가 그리 풍족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일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술도 먹어야 하구요, 스마트폰으로 SNS도 해야 하고, 주말에는 등산을 가거나 골프도 쳐야 합니다. 그밖에도 할 것들이 주변에 가득 널렸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조용히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는데다가, 심지어 현대인들은 그 ‘혼자 있음’을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사정이 그러니 언제 음악을 듣겠습니까? 이제 눈치 채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음악을 들으려면 시간(여유)이 있어야 합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가장 큰 차이? 그것은 바로 ‘음악의 길이’입니다. 대중음악은 5분을 넘는 곡을 찾기 어렵지만 클래식은 적으면 30분, 길게는 3시간에 달하는 음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클래식을 즐기려면 시간을 투자하는 게 기본입니다. 한데 실제 현실 속에서 그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멀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 ||
바흐가 남긴 <관현악 모음곡> 네 곡은 작곡 연대가 불분명하지요. 자필 악보가 남아 있지 않은 까닭입니다. 1번과 2번은 바흐가 괴텐 궁정의 악장으로 있던 1721년 무렵에 작곡됐고 3번과 4번은 라이프치히 성토마스 교회의 칸토르(요즘으로 치자면 음악감독)로 일하던 1729년부터 1736년 사이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물론 2번도 라이프치히 시절에 작곡됐다고 주장하는 음악학자도 있습니다. 뭐 어쨌든 좋습니다. 음악을 듣는 이의 입장에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다만, <관현악 모음곡>이 어려운 음악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미리 걷어내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걸 상상하면 도움이 되겠네요.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절에 학생들로 이뤄진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는데요, 그들을 이끌고 매주 한두 번씩 공개연주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때 즐겨 연주했던 곡 중의 하나가 바로 <관현악 모음곡>입니다. 이 곡을 어디에서 연주했을까요? ‘침머만 커피하우스’라는 곳입니다. 바흐 시대에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커피숍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침머만 커피하우스는 바흐 선생과 콜레기움 무지쿰이 매주 출연하는 덕택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지요. 이 커피숍에서의 연주회는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연주회였습니다. 이런 연주회에서는 ‘다 함께 즐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211번 <커피 칸타타>도 바로 이곳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현악 모음곡>은 가장 먼저 긴 ‘서곡’이 등장하고 이어서 몇 개의 짤막한 춤곡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바흐 시대에는 그냥 ‘서곡’(overture)이라고 불렀을 만큼 가장 앞에 등장하는 서곡의 비중이 큽니다. 오늘 들을 3번 D장조도 물론 그렇습니다. 연주시간 10여분 가량의 제1곡 ‘서곡’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네 곡의 <관현악 모음곡> 중에서 바로 이 3번의 서곡이 규모면에서 가장 웅장합니다. 시작은 장중하고 엄숙한 그라베(grave), 이어서 현악 합주가 활기 있는 리듬을 연주하는 비바체(vivace),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그라베로 돌아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곡은 바로 ‘G선상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어’(아리아)입니다. 제1바이올린이 그 유명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르미는 이 곡을 G현으로 편곡했지만 원래는 A현으로 연주하는 선율입니다. 이어지는 3곡 ‘가보트’(gavotte)는 프랑스풍의 춤곡인데 템포가 빠르고 활기가 넘칩니다. 4곡 ‘부레’(bourree)도 역시 프랑스에서 기원한 춤곡이지요. 이 곡도 템포가 빠르고 활달합니다. 5곡 ‘지그’(gigue)는 영국에서 발원한 춤곡입니다. 바흐는 이렇듯이 유럽 여러 지역의 음악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의 음악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곡’과 ‘에어’에 이어지는 세 곡은 춤곡답게 모두 흥겹습니다. 현악합주가 흥겨운 리듬을 이끌고 트렘펫이 시원하게 울려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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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G선상의 아리아’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은? -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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