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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_인문_사회_정치 (冊)

나를 바라보고 새롭게 내가 되는 여행 - 김민식 PD

by Khori(高麗) 2019.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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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년에 나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도를 보며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기억보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차이를 비교를 조금씩 하게 됐다. 관광명소만 목표로 돌아다녔다면 생각의 변화보다는 가물가물해지는 한 장의 스틸컷과 같은 회상만 갖고 있을것 같다. 책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대학가고 시간날 때 배낭여행을 갈까?"라고 물어봤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욜로족 기질이 다분한 아이가 "관광을 가서 힐링을 해야지 힘들게 걸어다녀요?"라는 쌈박한 질문을 한다. 

 

 나는 직업상 비행기를 자주 탄다. 50개 정도의 나라를 가봤다. 공항, 호텔, 사무실의 단조로운 동선이 지겹고, 관광가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지겹다. 지금은 간략하게 설명하는 답이 생겼다. 지금은 짬이 나면 주변을 돌아다닌다.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옆 마을 벼룩시장 구경도 가고, 지하철을 타고 2-3시간을 보내기 좋은 미술관도 가고, 연주를 들어보기도 하고, 그냥 걷기도 한다. 가장 많이 둘러보려는 곳 중 하나가 재래식 시장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시장의 생동감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활력을 준다. 그곳의 현재를 보기에 좋다. 쇼핑이 목적은 아니지만 남들 다 모으는 자석 또는 그 나라를 생각나게 하는 열쇠고리 정도는 사게 된다. 그 형태가 그 곳의 문화를 반영한다.

 

 배낭여행을 하며 유럽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깨졌지만, 분리 독립한 프라하의 밤거리에서 가냘픈 가로등 밑에서 색소폰으로 재즈를 연주, 생각지도 못했던 아즈텍 인디오 음악연주와 같은 꽤 괜찮은 추억도 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같이 걸으면 발생하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꽤 쏠쏠한 에피소드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흐릿해진다. 혼자 걸으면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 천천히 걷는 과정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 볼수 없는 작은 것들을 발견하는 기회다. 길모퉁이에서 만난 평범한 가게, 그 곳의 물 한잔이 참 꿀맛일 때도 있다. 이 작은 것들이 삶에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내 마음과 머리속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 준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어간다는 것이 흐릿해지는 기억대신 받을 수 있는 보상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사는 나에게 김민식이란 사람의 글은 아주 담백하고 진솔하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일상의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며 기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사람의 환경에 따라서 동경, 시기와 같은 겉모습에 대한 평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하고 걸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난은 누구나 어렵다. 그 고난을 넘어서기 위한 여행이란 선택, 그 과정에서 사람, 직장, 가족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남이 있어서 좋다. 거창한 히말라야, 뉴욕, 몽골, 대만과 같은 곳도 있고, 우리 주변의 작은 둘레길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남긴 정보도 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볼까?

 

 홀연히 떠나는 여행이 일상의 회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이 선택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다면 폐관수련을 하는 무인처럼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일상의 나태함에 대한 반성을 갖고 있다면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워지는 기회도 된다. 삶의 방향을 다시 선택할 수도 있다. 여행은 그래서 좋다. 견소왈명(見小曰明)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여행은 젊어서 해야한다는 생각이 옳다.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도 다 나이든 사람들의 아쉬움이다. 나도 다녀보니 그렇다. 관광은 여유가 있을 때 하면 된다. '새로운 눈'은 세상에 길들여지기 전에 만들어야 한다. 

 

 여행을 통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것은 하나의 용기다. 세상이 힘들고 하고 싶은 것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삶에 있어서 자신이 가는 길을 묵묵히 가기 위한 휴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머리와 마음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여행을 통해서 펼쳐진 낯선 것들이 내 오감과 천천히 연결되고 흩어지며 새롭게 된다. 새로워지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더해야 한다. 이 새로움이 삶의 방향에 걸맞는 선택과 어울려 삶에 축적되고 나의 삶이 된다. 

 

 그도 역마살이 다분하다. 목적은 조금 다르지만 나도 길을 걷는다.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싫다면 사람들의 생각을 여행하는 독서도 좋고, 세상 사람들의 상상력을 볼 수 있는 영화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자신이 살아가는 일에 대한 실력이 있어야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그가 너무도 가기 싫어하던 송출실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송출실에서 매일매일 일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도 좋은 몸과 마음의 여행이 있는 이야기가 있고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님 멘트 확실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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