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터넷에서 이 매트릭스를 본 것이 5~6년 전이다. 처음에 보면 재미있었다. 똑부보다 똑게가 좋다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혼자라면 똑부다 좋을 수 있다. 함께 하는 일에는 상대적이고 배려가 필요하다. 상사는 먼저 경험한 지식과 배움을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빨리 전달해주고, 그들이 훈련하는 과정을 확인하고 도와야한다. 그 일하라고 지위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보다 높은 일을 훈련하고 배우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회사의 업무에서 자신의 방법을 전달하고 자신이 하던 일을 후배에게 넘겨주는 것에 인색하면 세상을 좁게 살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지위에서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것이 승진이다.
그런데 잦은 상사와 부하의 다툼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 때 발생한다. 상사라는 지위는 이 위임을 배우는 과정이다. 위임은 대단히 어렵다. 타인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의심과 머릿속으로는 후임에게 전수해야 한다는 목표 사이에서 끊임없는 투쟁을 한다. 나를 못믿는다는 것을 아는데 많은 시간과 고뇌가 함께한다. 상사가 되면 확인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시콜콜 따지는 micro management는 자주 싸우는 원인이 되고, 자유롭게 방치하고 책임을 요구하고 결과만 얻으려 한다면 축적된 불만으로 대판 싸우게 된다. 배우는 사람은 해본 경험이 부족한 업무를 하고, 불명확한 지시 속을 헤매고, 부당한 일정관리 독촉에 한숨을 쉬게 된다. 다들 부하일때 이렇게 고민하고 상사가 되면 똑같이 한다. 사람은 많이 보고, 듣고한 것을 실행한다. 좋은 것을 많이 봐야하는 이유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이성적 활동만 한다는 관점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목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활동 속에서도 사람의 성품에 따라서 접근방식이 다르다. 금상첨화의 완결은 좋은 성품으로 된다. 내 경험에서 낮은 지위의 임원은 실력만으로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개차반이 오래 가기 힘들다.
지식의 축적 수준에 따라서도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 단위당 역량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다양성을 고려해 업무를 배정해야 한다. 상사와 부하가 이 역량을 통해서 리카드로의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 상사도 부하도 잘 못하면 어렵지만 그래도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잘 하는 사람이 업무를 리딩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부분이 장유유서에 입각한 문화가 취약한 부분이다. 왕년의 투수가 환갑이 되서 마운드에 오르고, 야구라고는 해 본적이 없는 일반인이 마운드에 올라서 재난이 발생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검색을 통해서 직장상사를 찾아보면 대부분 고함을 지르거나, 부하직원이 고개를 숙인 사진이 많다. 스트레스는 저조한 업무 성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보다 저조한 결과에 대한 원인과 대책이 중요하다. 일이 생기면 상사는 질책, 책임전가보다는 우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백만대군의 적이 성문앞에 몰려왔는데 "자 대책회의 합시다", "왜 보고를 안해", "어떤 놈이 이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는거야!", "야! 네가 나가봐"와 같은 말이 나오면 부하는 좌절을 한다. 개인의 좌절도 문제지만 조직력이 깨지는 원인이 된다. 이 과정에서 비난, 야비한 언사와 불공정한 평가를 더한다면 못된 상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품이 잘 가꿔진 상사를 만나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학수고대하는 글들이 많다. 만나지 못했다면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본 다양한 기업의 임원들은 대부분 실력이 있다. 낙하산이라도 실력을 쌓는다. 그러나 품격과 성품을 다듬지 않고 오래가는 사람들을 보긴 힘들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내가 전문성이 없는 부분까지 관장해야 한다. 그 업무는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통해서 수행하고, 그 사업의 핵심가치와 맥락을 파악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이유가 실무의 수준에 머무른 사람은 동일한 업종에 머물고, 실무의 벽을 넘어선 사람은 더 높은 지위에서 업종을 넘나드는 것이다.
타인보다 상위의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먼저 실력을 쌓아서 성과를 채우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성품과 실력이 떨어지면 남의 공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무리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벽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들이 벽에 다다를 때까지 많은 선량한 사람들도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실력과 성품을 함께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기업들도 인사제도에서 이를 검증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은 변하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다.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 둘의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 하지만 목표라는 관점에서는 실력은 외형적인 모습을 만들어 주고, 성품이 그 외형이 발현되는 중심에 서게 된다. 시기적으로 실무적인 과정에서는 실력이 좀 더 높게 평가받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성품의 중요성이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실력을 키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복과 꾸준함을 통해서 알아가는 것이다. 알파고도 엄청나게 딥러닝이란 방법으로 반복을 한다. 이 방법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학습방법을 기계에 적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는 작은 차이를 이해한다. 비전문가는 눈에 띄는 차이를 이해한다. 내가 스포츠와 자주 비교하는 이유가 있다. 야구에서 타자가 반복적인 스윙을 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타격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이해한다. 공을 바라보는 시선, 타격의 자세, 발의 위치, 균형, 밸런스의 미묘한 차이를 잘 이해할수록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대학교에서 한 학기에 7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다. 8학기를 듣게 되면 56개 과목을 듣는 것이다. 주교재를 한 권으로 계산하면 56권을 공부한 셈이다. 특정 세부 과목으로 압축하면 2~3권 정도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에 대한 학사학위가 있지만, 사회에 나오면 기초 수준이다. 세상이 대학의 지식을 앞지른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직무를 수행하면 연관된 지식을 배우면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내가 배우고자 하는 부분의 책을 5권 정도 읽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실무과 연관된 20권 정도를 읽는 다면 지식으로는 전문가에 가까운 수준에 쉽게 다다를 수 있다. 이 정도가 되면 상사가 당신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품에 놓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못된 상사는 어떻게 딱아쓸까만 생각하기도 한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중요한 것이 의사결정 즉 판단력이다. 의사결정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지다. 미래는 불확실성이 더 높다. 이 불확실성과 무지가 합쳐지면 상상하기 어려운 경천동지 할 사태가 나타난다. 알지 못하면 할 수가 없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은 만들어 갈 수 있고, 현재를 보이는 대로 잘 이해하고 판단함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정당한 노력 없이 지위가 오르고 봉급 오르기만 바란다면 부족한 상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해진다. 지위가 올라라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면 상황을 모면해야 하는 때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은 부당한 방식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부족한 상사에서 부당한 상사가 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의외로 그런 사람들은 많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못된 상사는 무지를 위장하고 "어떻게 하면돼"라고 묻기 시작한다. 맘에 안들면 들때까지 다시 해오라고 하고, 맘에 들면 빨리 해서 성과를 내라고 하고, 성과가 나면 내가 했다고 한다. 당연히 잘못되면 '누구 인생을 망치려고'라는 질책과 어마어마한 인사평가를 준다.
에디슨은 많은 실패를 통해서 학습(lessons learnd)한 사람이다. 실수를 권장할 것은 아니지만 외면할 일도 아니다. 괜찮은 상사는 젊은 후배가 실수할 때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이다. 모든 부하들은 상사에 대해서 이런 기대를 한다. 괜찮은 상사는 그가 부하 직원일 때 배우는 것이지 상사가 되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항상 차고 넘친다.
무엇을 잘 안다는 과정을 보면, 실패 통해서 더 자세하게 배운다는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일로 인해서 많은 고난과 경험을 축적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채근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다. 그래서 프로는 당연할 일도 더 꼼꼼하게 확인한다. 인간은 항상 오류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뛰어난 선수가 감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도 같은 의미다.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수 없는 것이다. 소년등고(少年登高)란 말처럼 너무 어린 시절의 뛰어난 재능도 부작용이 있다. 옛사람들이 적절한 때에 맞춰 성장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과정을 건너뛰고 배워야 할 것을 제대 제대로 배우지 않는 것이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속성과 고도성장이 당장 부러워 보일 수 있지만, 미래의 잠재된 후폭풍은 모두 그곳에서 시작된다. 대부분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생활은 과정을 조금 빨리 나가는 정도면 충분하다. 빼먹는 것 없이야 나중에 막힘이 적다.
운이 좋아 얻은 성공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대충 얻은 성과는 스스로 노력과 학습이 더 해지지 않으면 재앙이 된다. 더 큰 지위와 일을 맡게 되고 부족한 실력이 더 큰 문제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얻은 성취가 있다면 내가 부족한 것을 학습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성품은 삶의 입장에서 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어느 여자 강사가 '이쁜년 < 돈 많은 년 < 젊은 년'의 비교우위를 말해서 한참 웃었다. 이와 비슷하게 삶에 있어서는 어떤 것이 중요할까? 모두가 말하는 권력과 금권이란 세상의 두 바퀴가 더 중요한가? 화식열전에 나보다 만 배나 많은 금전을 갖은 사람에게는 그의 노예를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돈이 많은 사람을 시샘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 머리를 그쪽으로만 굴리는 정치인은 비난해도 타인을 돕고 스스로 좋은 성품을 갖은 사람을 욕하는 사람은 적다. 비난할 것이 없는 것을 시샘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좋은 성품과 품격은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삶의 동력이다. 회사 생활도 삶의 입장에서 보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위 시간의 목표 속에서 살아가는 기업활동은 실력의 비중을 높이 두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성품을 잘 가꾸지 않고 실력만 믿고 간다면 고꾸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지만 생존이란 관점에서 인생은 보기보다 길다. 성품을 기른다는 것은 배려와 경청을 바탕으로 보다 올바른 방향, 나를 포함한 조직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타인의 마음을 얻지 않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소외당하는 일 정도다. 불이 나서 119에 신고하면 칭찬을 들을 수 있지만, 불을 지르고 119에 신고하면 감옥에 간다. 결과가 같다고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취하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상사와 부하라는 두 존재는 목표에 부합하는 옳은 일과 잘못된 일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 할 때, 그렇게만 하지 않는다.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하기 좋은 일이 있고,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당장의 이익, 이익이 올 때까지의 고난과 기다림에 지쳐 나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 일은 2500년 전의 이야기를 기록한 사기열전만 읽어봐도 수북이 쌓여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나쁜 선택을 한 상사, 권력자들이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존재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완벽한 자기 계발서라고 일컫는 이완용 평전의 주인공도 실력이 있다. 김영수의 간신론에서도 언급하듯 진정한 문제는 실력이 있는 자가 높은 지위에 올라가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경우다. 이 경우라면 직원 정신을 갖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주인정신을 갖은 사람의 문제가 된다. 나는 헐값에 그 소용돌이 속을 헤매게 된다.
하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상사들은 조금은 무지하거나, 조금은 자기 욕심을 위해서, 때론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타인을 자극하는 경우다. 이 정도는 충분히 슬기롭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문제다. 제목은 못된 상사를 갈구는 것이지만 목적은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상생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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