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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가이드>가 끝나면
20주차 클래식 가이드도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마 선배와 앞으로 남은 미션 곡을 정리하고, 앨범을 고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선배가 쥐여주고 떠먹여 주는 음악을 잘 따라 듣기만 해도 됐는데, 이후에는 뭘 들어야 하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무슨 음악을 어떻게 골라 들어야 할까?’
내일 해도 충분한 걱정을 오늘부터 하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물씬한 록 후배의 질문에 마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이제까지 살펴봤던 작곡가를 위주로, 그들의 다른 음악을 들어보는 거지. 악기나 음악 형식도 간단히 살펴봤으니, 이제 다른 클래식 자료들을 찾아봐도 예전보다 훨씬 잘 읽힐걸?”
“역시 음악을 이해하는 데는 그 곡을 만든 창작자를 먼저 알고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아무래도 음악과 가장 쉽고 빠르게 친해지는 데는 작곡가를 아는 게 좋지. 친구를 사귈 때처럼 말이야. 여러 클래식 책들도 작곡가들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고 있잖아.”
18회 차를 거쳐 오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곡가도 많고, 음악은 훨씬 많다. 클래식이라는 바다는 (여전히) 한없이 넓고 깊게만 보인다. 이런 망망대해를 헤엄쳐 나갈 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간단한 지도 같은 건 없을까? 나침반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간단하지만 유용한 도구 같은 건 없을까? 초심자들의 클래식 관심 부흥의 사명을 안고 마 선배와 록 후배는 머리를 고민했더랬다.
학습 가이드인 문제집에 시험문제 족집게 노트가 들어 있고, 여행 가이드에는 포켓용 알짜배기 핵심 노트가 있다. 마 선배가 있는데 우리라고 쪽 집지 못할쏘냐. 클래식 가이드에도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 선배 맞춤 과외 노트를 준비했다.
1박 2일 정복 코스, 2박 3일로 즐기기 코스, 혹은 한 달, 두 달 여유 있는 여행 코스처럼 클래식 속성 코스, 맛있게 준비했다. 이제까지 다뤄보지 못한 작곡가나 음악들, 이제껏 들었던 열여덟 장의 앨범처럼 스스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팁 되시겠다.
리스너 맞춤별 족집게 과외 노트
“바로 이거야!” 영화 <아마데우스> 중 한 장면
※ 기본기 중시하는 학구파 당신이라면: 시대별 코스 ※
1. 바로크
-작곡가: 바흐, 비발디, 헨델
때는 르네상스 말기. 당시 유럽에서는 예술, 문화, 사회의 중심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다루는 대상 역시 종교적인 것에서 사람(물론 왕족이나 귀족)으로 변했다. 다채롭고 장식적인 문화가 등장했고, 손 많이 가는 기교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생겨났다.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은 대부분 성가였다. 바로크 시대에는 악기가 발달하며, 곡이 다양해졌고, 음악의 장르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음악의 체계를 잡은 바흐, 헨델이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 자리에 올랐다. 빨간 머리 신부, 비발디도 이 당시의 작곡가다.
2. 고전주의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계몽주의 사상이 생겨난 시대에 고전주의 음악이 꽃피었다. 이전의 귀족과 왕정 중심의 사치스런 바로크 문화에 반발하여, 일반 대중을 위한 음악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물론 고전주의 때에도 음악의 엄격한 ‘형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기악곡이 쏟아지며 성악곡을 앞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고전주의 작곡가다.
3. 낭만주의
-작곡가: 슈베르트, 로시니,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루크너, 브람스, 생상스, 말러
언제나 새로운 형식은 이전의 형식을 뛰어넘으면서 이루어진다. 형식과 조화를 중시하던 고전주의 음악과 달리 개개인의 감성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움직임이 낭만주의 사조가 되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마치 보수와 진보의 관계처럼, 예술 쪽에서 번갈아 가며 대두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교향곡이나 협주곡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지만, 낭만주의 시기에는 소품이나 가곡 등의 짧은 작품들도 인기를 많이 누렸다. 낭만과 친숙한 이름,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가 이 시대 작곡가. 이 밖에도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베를리오즈, 로시니, 멘델스존, 바그너, 베르디, 부르크너, 브람스, 생상스, 말러 역시 낭만주의 작곡가다.
스트라빈스키 발레 <봄의 제전> 중 한 장면
4. 민족주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드보르작
민족주의는 특별한 음악의 사조라기보다, 유럽이 격변기를 겪으면서 예술가들이 자기 민족의 흔들리는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그 시대 작품들에 스며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음악적 전통이 짧은 국가의 음악가들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작곡가가 자국의 민속 음악 선율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해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내놓기도 했다.
5. 현대음악
-작곡가: 쇤베르크, 바르톡,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20세기 들어서 활동을 시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현대음악으로 분류한다. (고로 시간이 흐른 뒤에는 21세기 음악이 현대 음악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일단 낯선 ‘불협화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그런 짐작이 크게 틀리지 않다. 현대 음악 작곡가에 속하는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도 최근에는 훌륭한 현대음악으로 분류되지만, 초기에는 이상할 정도의 불협화음이라고 치부 받기도 했다.
영화 <피아니스트> 중 한 장면
※ “난 듣고 싶은 악기가 있어!” 취향 있는 당신에게: 악기별 코스 ※
1) 관현악곡이 좋다면?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 말러, 스트라빈스키
2) 협주곡이 좋다면?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3) 피아노, 바이올린 등 기악곡이 좋다면? 하이든, 쇼팽, 슈만
4) 오페라가 좋다면? 베르디, 바그너, 푸치니
5) 종교음악이 좋다면? 바흐, 헨델
※ ”예술은 작가의 삶의 거울” 휴머니스트 당신이라면: 작곡가별 코스 ※
“선배, 어느 장르든 믿고 들을 수 있는 작곡가를 추천한다면요?”
“그야 당연히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지. 믿고, 일단 들어보라니까.”
클래식 가이드에서 소개하지 못했지만, 선배가 종종 언급했던 브람스의 <레퀴엠>
[바흐] “모든 길은 로마로 모든 음악은 바흐로”
너무 진지하다? 너무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음악계의 최종 보스쯤으로 여겨지는 작곡가 바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렵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의 작곡가라고. 앞서 소개한 대로 서양음악의 기초를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음악의 아버지’라는 거창한 별명을 얻었고, 실제로 20여 명의 많은 자식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독일의 한 시골 교회에 평생 봉직하며 종교적 교리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의 남다르게 성실했던 삶만큼이나 탁월한 작품을 써냈다. 수난곡, 미사곡이 대작으로 꼽히고, 보컬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칸타타도 200여 곡 작곡했다. 얼핏 들으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듯한 음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서 연주된다. 음악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이런 음악적 구조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수험생이라면, 바흐를!
[베토벤] “음악에 운명을 걸었던 뜨거운 작곡가”
클래식 가이드에서 맨 처음에 소개했던 작곡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귀머거리 음악가, 베토벤이다. 그의 인생과 음악은 진정 고난과 역경의 극복사였다. 그런 그가 만든 음악 역시 진하고 벅찬 감동을 담고 있다. <운명> <합창> 2곡의 교향곡과 <월광> <열정> <고별> 등 여러 별명이 붙어있는 피아노 소나타들이 클래식 가이드에서 다뤄졌는데, 순서를 매길 것 없이 모두 인기 많은 작품이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깊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기꺼이 베토벤의 음악을 추천한다.
[모차르트] “천재 중에 빛나는 단 한 명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만큼 ‘천재’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작곡가가 있을까? 난다긴다하는 천재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빛나는 존재다. 그의 짧고도 다사다난했던 생애는 이미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여러 장르와 여러 악기, 모두에 탁월했던 모차르트는, 경쾌하고 유쾌하며, 드라마틱한 선율로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 법을 알았던 작곡가였다. 모차르트 곡이라면, 어떤 곡을 들어도 실패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비틀즈, 엘비스프레슬리 못지않은 초인기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
[차이코프스키] “리스너 마음 움직이는 밀당의 선수”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정서를 세계적으로 ‘통하는’ 색깔로 빚어낸 음악가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유럽 작곡가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정서가 배어 있는데, 그것은 ‘한스럽다’라든지 ‘애절하다’ 등으로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세련된 감각이다. 이 감각은 감미롭고 우수에 찬 선율, 강할 땐 강하게 약할 땐 또 부드럽게 밀고 당겨주는 음악의 진행에서 발휘된다. 발레의 강국, 러시아 작곡가답게 그가 지은 발레곡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음악>은 명곡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교향곡 5번 6번, (일반적으로 교향곡들은 끝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 인기도 높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각각 오케스트라와 겨루는 그의 협주곡들은 꼭 한번 들어야 할 명곡이다.
[브람스] “베토벤 뒤를 잇는 최고의 작곡가 혹은 위대한 2인자”
‘베토벤의 뒤를 잇는 작곡가’ 대단히 무게감 있는 이 수식어를 차지한 작곡가는 바로 브람스다. 교향곡, 종교음악,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곡을 써냈고, 현대의 청중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을 만큼 유명세도 대단하다. 헌데, 리스너에게 각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물었을 때, 브람스의 곡이 꼽히는 일은 드물다. 위대한 2인자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4곡의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레퀴엠을 들어보자. 진지하게 고뇌하는 베토벤의 음악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감미로움과 카리스마가 은근히 접목된 그만의 매력도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된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울 때 짧은 악보로만 봤었는데,
전곡을 제대로 들어보면 훨씬 더 웅장하고 아름답다.
[비발디] “<사계>로 지구를 평정한 빨간 머리 신부님”
빨간 머리 신부님으로 유명한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로 지구를 평정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취를 악기소리로 생생히 묘사해낸 사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계 하나만으로도 비발디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지만, 500여 곡이 넘는 그의 협주곡 중에 무엇을 골라도 보통 이상의 좋은 곡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계의 경쾌하고 다이나믹한 선율을 좋아한다면, 다른 협주곡도 필청이다.
[헨델] “오페라의 매력, 성악곡에 접목하다”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명에 어울릴 만큼, 헨델은 탁월한 살림꾼이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사업적인 눈도 밝았던 그는 극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다수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를 보고 크게 감동한 헨델은, 오페라의 매력을 경건하고 진지한 종교 성악곡에 접목했다. 드라마틱한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바로 그 결정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익숙지 않은 언어들이 난무하는 클래식 곡 중에 보기 드물게 영어 가사로 작사된 곡이기도 하다.
[하이든] “교향곡 다작왕, 재미있는 제목의 곡부터 필청”
하이든은 교향곡을 100곡 넘게 작곡하여 교향곡의 아버님으로 대접받고는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베토벤이 쓴 9개의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교향곡,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과 비교해보면, 브람스의 곡들은 이들에 비해 유명세나 인기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제목을 가지고 있는 하이든의 <놀람> <시계 교향곡>만큼은 꼭 한번 들어보자. 제목만큼이나 곡도 재미있다. 하이든은 교향곡만큼이나 현악사중주도 많이 남겼는데 대표적으로 <종달새> <황제>가 있다. 실제로도 유쾌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그의 성품만큼이나 그의 음악도 흥겹고 정겹다.
[슈베르트] “어쩌면 그의 삶도 미완성, 그 자체로 걸작”
가곡의 왕 슈베르트. 31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온전히 음악에만 매진하여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남겼다. <들장미> <송어> <마왕> 등 현대에까지 사랑받는 애창곡이 많다.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탁월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이 있다. 피아노 5중주 <송어>,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등의 기악곡도 유명하다. 특히나 2악장까지밖에 써지지 않아 ‘미완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8번 교향곡>의 애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곡’이라는 평가가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다.
[쇼팽] “낭만, 하면 쇼팽. 쇼팽, 하면 낭만”
피아노의 시인, 이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한 쇼팽은 한우물만 파도 제대로 파면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작곡가다. 피아노 독주곡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낭만"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강렬하면서도 때로 잔잔하고, 금세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만 같은 마음의 정념을 쇼팽은 화려한 피아노 선율에 담아냈다. 이런 쇼팽의 감성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녹턴> <발라드> <왈츠> <연습곡> <폴로네즈> 등 그의 어느 음악을 선택해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리스트도 한번은 꼭 친해지고 싶은 음악가.
<초절기교 연습곡>, 이건 ‘보면서’ 감상해야 할 음악.
[리스트] “유럽 당대 최고의 아이돌”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피아노의 신동 리스트. 수줍은 방안에서 작곡에만 매진했던 쇼팽과 달리 리스트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데다가 외모도 준수했다. 빼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유럽을 주름잡았던 당대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귀부인들의 마음 여럿 홀리고 설레게 했던 리스트였지만, 말년의 그는 이런 화려한 사교계 생활을 접고, 진지한 음악 연구로 여생을 보냈다.
이름만 들어도 피아니스트를 주눅들게 할 것 같은 <초절기교 연습곡>을 비롯 <헝가리 랩소디> <사람의 꿈> 등 직접 작곡한 곡도 하나같이 빼어나다. 다른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회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딱히 홍보매체가 없던 당시, 유럽 전역에 특정 곡을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나 베토벤 교향곡의 피아노 편곡 버전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추천 음반이다.
[베르디] “블록버스터 오페라 작곡가”
2003년, 전 잠실 주경기장 무대에 코끼리가 올랐다. 바로 대작 오페라 <아이다> 무대였다. 블록버스터급 오페라들을 다수 작곡한 베르디는 오페라의 강국 이탈리아 작곡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소재를 바탕으로, 극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을 적절히 버무려낸 그의 오페라는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다. 대표작으로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오셀로> 등이 있다.
[말러] “이제야 그의 시대가 왔다”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말러는 마치 현대의 작곡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에 불시착한 듯한 작곡가다. 당시 그의 음악은 불협화음과 과장된 화음이라는 혹평도 많았는데, 현대에 와서는 그런 요소들이 청중들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러리안’이라는 마니아층까지 생겨났다는 것을 그가 알면 말러는 흐뭇해할까? 당연한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을까? 교향곡과 관현악에 곁들인 보컬 곡이 말러의 대표작들인데, 거인의 발걸음 소리가 담긴 교향곡 1번 <타이탄>, 가장 인기가 많은 2번 <부활>, 천 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8번 <천인 교향곡>, 이 3곡은 말러를 알기 위해서 꼭 들어야 할 앨범이다.
[푸치니] “막장, 진상 여기 다 있네. 트렌디 드라마형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가 블록버스터급 작곡가라면, 푸치니는 트렌디 드라마형 작곡가라고 할 수 있겠다. 푸치니는 주로 비극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했다. 주옥같은 독창 아리아를 써냈다. 유명한 아리아 수로 따지면 베르디에 뒤지지 않는다. 베르디와 푸치니는 오페라계의 양대산맥으로 보면 된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인 <토스카>, <라 보엠>, <나비부인>은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페라다. 요즘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간관계의 군상들이 여기에 다 있다고나 할까.
[멘델스존] “오케스트라 버전 <결혼행진곡>을 들어봐야”
멘델스존을 모른다고?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의 작품을 잘 알고 있다. 베토벤, 모차르트보다 멘델스존의 작품이 더 자주 연주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결혼 행진곡>의 작곡가가 멘델스존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시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극에 수록된 <결혼 행진곡>은 빅토리아 여왕의 딸 결혼식에 연주된 이후, 결혼식의 의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원래 버전을 들어봐야 비로소 <결혼행진곡>의 진가가 나온다. 정경화의 연주가 명반으로 꼽히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제목마저 낭만적인 피아노 독주곡 <무언가 (Songs Without Words)>도 그의 작품 중에 추천하는 곡이다. 음악사에서 멘델스존은 잊혀졌던 바흐의 걸작 종교음악인 <마태수난곡>을 되살려낸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이 영화 때문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그너] “그가 남긴 오페라는 그의 삶보다 훌륭했다”
바그너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 독일 쪽 오페라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한 작곡가다. 주로 북유럽 신화와 신화 속 영웅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장중하다. 내용 속의 민족 영웅주의 색채 때문이었는지, 그저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히틀러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반유대적인 발언, 거친 성격에 대한 루머가 겹쳐 나치와 함께 연상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썩 좋은 이미지를 남기진 못했지만, 그가 남긴 오페라는 그의 삶보다 훨씬 훌륭했다. 대표작인 작품 <니벨룽겐의 반지>는 총 4부의 연작 오페라가 연결된 작품인데, 공연시간만 15시간이 넘는다. (고로 공연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년에 한 번씩 바이로이트 축제 때 하루걸러 1편씩 약 1주일 공연을 한다. 공연이 상영되는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은, 바그너가 직접 설계를 한 곳이다. 언젠가 이곳에서 <니벨룽겐의 반지>를 관람하는 것을 꿈꾸는 오페라 팬들이 많다.
[스트라빈스키] “현대음악에 접근하려면 일단 이 분부터”
"현대"라는 타이틀이 붙은 예술은 어느 장르던 일반인에게는 난해하고 난감하다.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1900년대 이후 작곡가들의 음악은 뭔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그럼에도 스트라빈스키는 현대 음악에 접근하는 데 좋은 안내자가 되는 작곡가다. 괴짜 소녀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노다메가 연주하던 <페트로슈카>도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이다.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는 평을 받고 있으니 호기심이 동한다면 바로 들어보자. <봄의 제전> <불새> <페트루슈카>가 3대 발레 곡으로 꼽히는데 이국적인 선율이 매력적인 <봄의 제전>은 꼭 들어보자.
[쇼스타코비치] “수많은 영화, CF에서 들려오던 그 음악”
소련이 공산화되면서 많은 예술가들가 박해를 피해 소련을 탈출했다. 그때 마지막까지 자국에 남아 있었던 작곡가가 쇼스타코비치다. 때문에 한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의 음악은 한동안 금기시되었다. 이런 껄끄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음악, CF 음악에 삽입되며 그의 음악이 그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까닭은 역시나 빼어난 작품 탓이다.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현대의 작곡가 중에서 스트라빈스키보다 쇼스타코비치가 비교적 듣기 쉬운 곡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쇼스타코비치의 장기였던 교향곡 중에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는 5번 교향곡 <혁명>도 들어보자.
[관련 기사]
-이건 그저 유쾌한 사랑 노래일 뿐이라고요 -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불치병이 갈라놓은 가난한 예술가의 사랑이야기
-평생 잊을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홀로 걷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노래 -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YES24] [인터미션] “클래식, 무슨 음악 어떻게 골라 듣지?” - 작곡가 열전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중 한 장면.
클래식 전도사 마 선배를 따라 (무려) 열 여덟 장의 앨범을 차례로 들었다.20주차 클래식 가이드도 이제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마 선배와 앞으로 남은 미션 곡을 정리하고, 앨범을 고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선배가 쥐여주고 떠먹여 주는 음악을 잘 따라 듣기만 해도 됐는데, 이후에는 뭘 들어야 하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무슨 음악을 어떻게 골라 들어야 할까?’
내일 해도 충분한 걱정을 오늘부터 하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물씬한 록 후배의 질문에 마 선배는 이렇게 답했다.
“이제까지 살펴봤던 작곡가를 위주로, 그들의 다른 음악을 들어보는 거지. 악기나 음악 형식도 간단히 살펴봤으니, 이제 다른 클래식 자료들을 찾아봐도 예전보다 훨씬 잘 읽힐걸?”
“역시 음악을 이해하는 데는 그 곡을 만든 창작자를 먼저 알고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아무래도 음악과 가장 쉽고 빠르게 친해지는 데는 작곡가를 아는 게 좋지. 친구를 사귈 때처럼 말이야. 여러 클래식 책들도 작곡가들 이야기를 많이 담아내고 있잖아.”
18회 차를 거쳐 오며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곡가도 많고, 음악은 훨씬 많다. 클래식이라는 바다는 (여전히) 한없이 넓고 깊게만 보인다. 이런 망망대해를 헤엄쳐 나갈 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간단한 지도 같은 건 없을까? 나침반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간단하지만 유용한 도구 같은 건 없을까? 초심자들의 클래식 관심 부흥의 사명을 안고 마 선배와 록 후배는 머리를 고민했더랬다.
학습 가이드인 문제집에 시험문제 족집게 노트가 들어 있고, 여행 가이드에는 포켓용 알짜배기 핵심 노트가 있다. 마 선배가 있는데 우리라고 쪽 집지 못할쏘냐. 클래식 가이드에도 ‘최소한의 정보로 최대한의 감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 선배 맞춤 과외 노트를 준비했다.
1박 2일 정복 코스, 2박 3일로 즐기기 코스, 혹은 한 달, 두 달 여유 있는 여행 코스처럼 클래식 속성 코스, 맛있게 준비했다. 이제까지 다뤄보지 못한 작곡가나 음악들, 이제껏 들었던 열여덟 장의 앨범처럼 스스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팁 되시겠다.
리스너 맞춤별 족집게 과외 노트
“바로 이거야!” 영화 <아마데우스> 중 한 장면
※ 기본기 중시하는 학구파 당신이라면: 시대별 코스 ※
1. 바로크
-작곡가: 바흐, 비발디, 헨델
때는 르네상스 말기. 당시 유럽에서는 예술, 문화, 사회의 중심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 다루는 대상 역시 종교적인 것에서 사람(물론 왕족이나 귀족)으로 변했다. 다채롭고 장식적인 문화가 등장했고, 손 많이 가는 기교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생겨났다. 르네상스 이전의 음악은 대부분 성가였다. 바로크 시대에는 악기가 발달하며, 곡이 다양해졌고, 음악의 장르가 분화되기 시작했다. 이때 음악의 체계를 잡은 바흐, 헨델이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 자리에 올랐다. 빨간 머리 신부, 비발디도 이 당시의 작곡가다.
2. 고전주의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계몽주의 사상이 생겨난 시대에 고전주의 음악이 꽃피었다. 이전의 귀족과 왕정 중심의 사치스런 바로크 문화에 반발하여, 일반 대중을 위한 음악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물론 고전주의 때에도 음악의 엄격한 ‘형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기악곡이 쏟아지며 성악곡을 앞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고전주의 작곡가다.
3. 낭만주의
-작곡가: 슈베르트, 로시니,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루크너, 브람스, 생상스, 말러
언제나 새로운 형식은 이전의 형식을 뛰어넘으면서 이루어진다. 형식과 조화를 중시하던 고전주의 음악과 달리 개개인의 감성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움직임이 낭만주의 사조가 되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는 마치 보수와 진보의 관계처럼, 예술 쪽에서 번갈아 가며 대두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교향곡이나 협주곡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지만, 낭만주의 시기에는 소품이나 가곡 등의 짧은 작품들도 인기를 많이 누렸다. 낭만과 친숙한 이름,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가 이 시대 작곡가. 이 밖에도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베를리오즈, 로시니, 멘델스존, 바그너, 베르디, 부르크너, 브람스, 생상스, 말러 역시 낭만주의 작곡가다.
스트라빈스키 발레 <봄의 제전> 중 한 장면
4. 민족주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드보르작
민족주의는 특별한 음악의 사조라기보다, 유럽이 격변기를 겪으면서 예술가들이 자기 민족의 흔들리는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그 시대 작품들에 스며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음악적 전통이 짧은 국가의 음악가들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작곡가가 자국의 민속 음악 선율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해 색다른 느낌의 음악을 내놓기도 했다.
5. 현대음악
-작곡가: 쇤베르크, 바르톡,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20세기 들어서 활동을 시작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현대음악으로 분류한다. (고로 시간이 흐른 뒤에는 21세기 음악이 현대 음악으로 분류될 수 있다!) 현대음악이라고 하면 일단 낯선 ‘불협화음’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텐데, 사실 그런 짐작이 크게 틀리지 않다. 현대 음악 작곡가에 속하는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의 작품도 최근에는 훌륭한 현대음악으로 분류되지만, 초기에는 이상할 정도의 불협화음이라고 치부 받기도 했다.
영화 <피아니스트> 중 한 장면
※ “난 듣고 싶은 악기가 있어!” 취향 있는 당신에게: 악기별 코스 ※
1) 관현악곡이 좋다면?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쇼스타코비치, 말러, 스트라빈스키
2) 협주곡이 좋다면? 비발디, 라흐마니노프
3) 피아노, 바이올린 등 기악곡이 좋다면? 하이든, 쇼팽, 슈만
4) 오페라가 좋다면? 베르디, 바그너, 푸치니
5) 종교음악이 좋다면? 바흐, 헨델
※ ”예술은 작가의 삶의 거울” 휴머니스트 당신이라면: 작곡가별 코스 ※
“선배, 어느 장르든 믿고 들을 수 있는 작곡가를 추천한다면요?”
“그야 당연히 베토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지. 믿고, 일단 들어보라니까.”
클래식 가이드에서 소개하지 못했지만, 선배가 종종 언급했던 브람스의 <레퀴엠>
너무 진지하다? 너무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 음악계의 최종 보스쯤으로 여겨지는 작곡가 바흐는 선뜻 다가가기 어렵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의 작곡가라고. 앞서 소개한 대로 서양음악의 기초를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음악의 아버지’라는 거창한 별명을 얻었고, 실제로 20여 명의 많은 자식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독일의 한 시골 교회에 평생 봉직하며 종교적 교리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의 남다르게 성실했던 삶만큼이나 탁월한 작품을 써냈다. 수난곡, 미사곡이 대작으로 꼽히고, 보컬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칸타타도 200여 곡 작곡했다. 얼핏 들으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듯한 음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서 연주된다. 음악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이런 음악적 구조가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수험생이라면, 바흐를!
클래식 가이드에서 맨 처음에 소개했던 작곡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귀머거리 음악가, 베토벤이다. 그의 인생과 음악은 진정 고난과 역경의 극복사였다. 그런 그가 만든 음악 역시 진하고 벅찬 감동을 담고 있다. <운명> <합창> 2곡의 교향곡과 <월광> <열정> <고별> 등 여러 별명이 붙어있는 피아노 소나타들이 클래식 가이드에서 다뤄졌는데, 순서를 매길 것 없이 모두 인기 많은 작품이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깊이를 느껴보고 싶다면? 기꺼이 베토벤의 음악을 추천한다.
모차르트만큼 ‘천재’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작곡가가 있을까? 난다긴다하는 천재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단연코 빛나는 존재다. 그의 짧고도 다사다난했던 생애는 이미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여러 장르와 여러 악기, 모두에 탁월했던 모차르트는, 경쾌하고 유쾌하며, 드라마틱한 선율로 듣는 사람의 귀를 사로잡는 법을 알았던 작곡가였다. 모차르트 곡이라면, 어떤 곡을 들어도 실패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비틀즈, 엘비스프레슬리 못지않은 초인기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의 정서를 세계적으로 ‘통하는’ 색깔로 빚어낸 음악가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는 유럽 작곡가들이 갖지 못한 독특한 정서가 배어 있는데, 그것은 ‘한스럽다’라든지 ‘애절하다’ 등으로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세련된 감각이다. 이 감각은 감미롭고 우수에 찬 선율, 강할 땐 강하게 약할 땐 또 부드럽게 밀고 당겨주는 음악의 진행에서 발휘된다. 발레의 강국, 러시아 작곡가답게 그가 지은 발레곡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음악>은 명곡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교향곡 5번 6번, (일반적으로 교향곡들은 끝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 인기도 높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각각 오케스트라와 겨루는 그의 협주곡들은 꼭 한번 들어야 할 명곡이다.
‘베토벤의 뒤를 잇는 작곡가’ 대단히 무게감 있는 이 수식어를 차지한 작곡가는 바로 브람스다. 교향곡, 종교음악,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곡을 써냈고, 현대의 청중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을 만큼 유명세도 대단하다. 헌데, 리스너에게 각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물었을 때, 브람스의 곡이 꼽히는 일은 드물다. 위대한 2인자의 느낌이 물씬 나는 그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4곡의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레퀴엠을 들어보자. 진지하게 고뇌하는 베토벤의 음악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감미로움과 카리스마가 은근히 접목된 그만의 매력도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된다.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어렸을 적 피아노를 배울 때 짧은 악보로만 봤었는데,
전곡을 제대로 들어보면 훨씬 더 웅장하고 아름답다.
빨간 머리 신부님으로 유명한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로 지구를 평정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정취를 악기소리로 생생히 묘사해낸 사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사계 하나만으로도 비발디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지만, 500여 곡이 넘는 그의 협주곡 중에 무엇을 골라도 보통 이상의 좋은 곡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계의 경쾌하고 다이나믹한 선율을 좋아한다면, 다른 협주곡도 필청이다.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명에 어울릴 만큼, 헨델은 탁월한 살림꾼이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다른 작곡가들과 달리 사업적인 눈도 밝았던 그는 극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다수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를 보고 크게 감동한 헨델은, 오페라의 매력을 경건하고 진지한 종교 성악곡에 접목했다. 드라마틱한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바로 그 결정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익숙지 않은 언어들이 난무하는 클래식 곡 중에 보기 드물게 영어 가사로 작사된 곡이기도 하다.
하이든은 교향곡을 100곡 넘게 작곡하여 교향곡의 아버님으로 대접받고는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베토벤이 쓴 9개의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6개의 교향곡,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과 비교해보면, 브람스의 곡들은 이들에 비해 유명세나 인기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제목을 가지고 있는 하이든의 <놀람> <시계 교향곡>만큼은 꼭 한번 들어보자. 제목만큼이나 곡도 재미있다. 하이든은 교향곡만큼이나 현악사중주도 많이 남겼는데 대표적으로 <종달새> <황제>가 있다. 실제로도 유쾌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는 그의 성품만큼이나 그의 음악도 흥겹고 정겹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 31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온전히 음악에만 매진하여 600여 곡이 넘는 가곡을 남겼다. <들장미> <송어> <마왕> 등 현대에까지 사랑받는 애창곡이 많다. 섬세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멜로디가 탁월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이 있다. 피아노 5중주 <송어>,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등의 기악곡도 유명하다. 특히나 2악장까지밖에 써지지 않아 ‘미완성’이라는 별명이 붙은 <8번 교향곡>의 애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곡’이라는 평가가 얼마나 적절한지 알 수 있다.
피아노의 시인, 이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한 쇼팽은 한우물만 파도 제대로 파면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작곡가다. 피아노 독주곡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낭만"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강렬하면서도 때로 잔잔하고, 금세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만 같은 마음의 정념을 쇼팽은 화려한 피아노 선율에 담아냈다. 이런 쇼팽의 감성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녹턴> <발라드> <왈츠> <연습곡> <폴로네즈> 등 그의 어느 음악을 선택해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리스트도 한번은 꼭 친해지고 싶은 음악가.
<초절기교 연습곡>, 이건 ‘보면서’ 감상해야 할 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피아노의 신동 리스트. 수줍은 방안에서 작곡에만 매진했던 쇼팽과 달리 리스트는 외향적이고 사교적인데다가 외모도 준수했다. 빼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유럽을 주름잡았던 당대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귀부인들의 마음 여럿 홀리고 설레게 했던 리스트였지만, 말년의 그는 이런 화려한 사교계 생활을 접고, 진지한 음악 연구로 여생을 보냈다.
이름만 들어도 피아니스트를 주눅들게 할 것 같은 <초절기교 연습곡>을 비롯 <헝가리 랩소디> <사람의 꿈> 등 직접 작곡한 곡도 하나같이 빼어나다. 다른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회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딱히 홍보매체가 없던 당시, 유럽 전역에 특정 곡을 알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나 베토벤 교향곡의 피아노 편곡 버전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추천 음반이다.
2003년, 전 잠실 주경기장 무대에 코끼리가 올랐다. 바로 대작 오페라 <아이다> 무대였다. 블록버스터급 오페라들을 다수 작곡한 베르디는 오페라의 강국 이탈리아 작곡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다.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소재를 바탕으로, 극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을 적절히 버무려낸 그의 오페라는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다. 대표작으로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오셀로> 등이 있다.
“언젠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말러는 마치 현대의 작곡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에 불시착한 듯한 작곡가다. 당시 그의 음악은 불협화음과 과장된 화음이라는 혹평도 많았는데, 현대에 와서는 그런 요소들이 청중들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러리안’이라는 마니아층까지 생겨났다는 것을 그가 알면 말러는 흐뭇해할까? 당연한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을까? 교향곡과 관현악에 곁들인 보컬 곡이 말러의 대표작들인데, 거인의 발걸음 소리가 담긴 교향곡 1번 <타이탄>, 가장 인기가 많은 2번 <부활>, 천 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8번 <천인 교향곡>, 이 3곡은 말러를 알기 위해서 꼭 들어야 할 앨범이다.
베르디가 블록버스터급 작곡가라면, 푸치니는 트렌디 드라마형 작곡가라고 할 수 있겠다. 푸치니는 주로 비극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탁월했다. 주옥같은 독창 아리아를 써냈다. 유명한 아리아 수로 따지면 베르디에 뒤지지 않는다. 베르디와 푸치니는 오페라계의 양대산맥으로 보면 된다. 푸치니의 3대 오페라인 <토스카>, <라 보엠>, <나비부인>은 클래식의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오페라다. 요즘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간관계의 군상들이 여기에 다 있다고나 할까.
멘델스존을 모른다고?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의 작품을 잘 알고 있다. 베토벤, 모차르트보다 멘델스존의 작품이 더 자주 연주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결혼 행진곡>의 작곡가가 멘델스존이다. 셰익스피어의 극시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극에 수록된 <결혼 행진곡>은 빅토리아 여왕의 딸 결혼식에 연주된 이후, 결혼식의 의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원래 버전을 들어봐야 비로소 <결혼행진곡>의 진가가 나온다. 정경화의 연주가 명반으로 꼽히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제목마저 낭만적인 피아노 독주곡 <무언가 (Songs Without Words)>도 그의 작품 중에 추천하는 곡이다. 음악사에서 멘델스존은 잊혀졌던 바흐의 걸작 종교음악인 <마태수난곡>을 되살려낸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이 영화 때문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그너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맹위를 떨치는 와중에 독일 쪽 오페라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한 작곡가다. 주로 북유럽 신화와 신화 속 영웅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장중하다. 내용 속의 민족 영웅주의 색채 때문이었는지, 그저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히틀러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반유대적인 발언, 거친 성격에 대한 루머가 겹쳐 나치와 함께 연상되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썩 좋은 이미지를 남기진 못했지만, 그가 남긴 오페라는 그의 삶보다 훨씬 훌륭했다. 대표작인 작품 <니벨룽겐의 반지>는 총 4부의 연작 오페라가 연결된 작품인데, 공연시간만 15시간이 넘는다. (고로 공연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1년에 한 번씩 바이로이트 축제 때 하루걸러 1편씩 약 1주일 공연을 한다. 공연이 상영되는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은, 바그너가 직접 설계를 한 곳이다. 언젠가 이곳에서 <니벨룽겐의 반지>를 관람하는 것을 꿈꾸는 오페라 팬들이 많다.
"현대"라는 타이틀이 붙은 예술은 어느 장르던 일반인에게는 난해하고 난감하다.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다. 1900년대 이후 작곡가들의 음악은 뭔가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그럼에도 스트라빈스키는 현대 음악에 접근하는 데 좋은 안내자가 되는 작곡가다. 괴짜 소녀 피아니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도 노다메가 연주하던 <페트로슈카>도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이다. 획일화되지 않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는 평을 받고 있으니 호기심이 동한다면 바로 들어보자. <봄의 제전> <불새> <페트루슈카>가 3대 발레 곡으로 꼽히는데 이국적인 선율이 매력적인 <봄의 제전>은 꼭 들어보자.
소련이 공산화되면서 많은 예술가들가 박해를 피해 소련을 탈출했다. 그때 마지막까지 자국에 남아 있었던 작곡가가 쇼스타코비치다. 때문에 한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의 음악은 한동안 금기시되었다. 이런 껄끄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음악, CF 음악에 삽입되며 그의 음악이 그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까닭은 역시나 빼어난 작품 탓이다.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등 여러 방면에서 좋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현대의 작곡가 중에서 스트라빈스키보다 쇼스타코비치가 비교적 듣기 쉬운 곡을 썼다고 할 수 있겠다. 쇼스타코비치의 장기였던 교향곡 중에 첫손가락에 꼽히고 있는 5번 교향곡 <혁명>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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