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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연 (劇)

출장중 짬내서 Treyakov Gallery 둘러보기

by Khori(高麗) 2017.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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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출장은 신제품 전시때문에 전시 일정보다 먼저 출발했다. 팀원들이 맨발로 나갔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출발하는 셈이다. 비행기에서 마침 옆자리가 비어서 누워서 펑펑 잠을 잤다.  자다 깨니 할 일도 없고 책을 조금이라고 읽겠다고 설레발을 쳤다. 책이 참 읽기 편하게 잘 씌여졌다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고객 사무실로 갔다. 친구같은 이사녀석은 집에 애보러간단다. 애꿎은 사장님이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킨다. 사장님과 함께 늦게 애나서 이제부터 고생시작이라고 흉을 보며, 제품도 전달하고, 올 때마다 갖고 오는 사탕도 전달했다. 봄맞이 산타클라로스라고 사장님이 놀려댄다. 얼른 들어가서 쉬라고 특별히 BMW Taxi를 불러주셔서 편하게 왔다.  호텔에 들어와서 야경을 보니 러시아에 또 왔다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은 시간이 조금 났다. 밤에는 사촌형을 보기로 하고, 낮에 잠시 짬이 나서 무작정 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Treyakov Gallery를 가려고 우버택시를 탔는데, 목적지를 옆으로 찍었다. 잘못 들어간 곳에서 나오는데 차들이 뒤엉켜 난리다. 10분은 무료주차인데, 기계가 고장났으니 돈을 내고 나가라고 한다. 정산기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어이없어서 한참을 기사와 웃다가 주차비도 내줬다. 그렇게 내려서 박물관을 걸어가는 길이 다른 동네보다 이쁘다. 흐릿날 날씨와 달리 마음은 흥겹다.

 코트를 맡기고, 짐도 맡기고 입장을 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가이드가 있는 투어를 하는 것이 돈이 좀더 들더라도 좋을 것 같다. 구관말고 신관도 좋다고 한다. 여기는 다음에 시간날때 가봐야겠다. 


 18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인물화가 많다. 여왕님의 모습이 동화책속에 나올법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귀족들의 모습을 본 내 소감은 '못생겼다'이다. ㅎㅎ 배경이 어두워 인물이 도드라지는 면이 있다. 그와중에 표정이 살아있는 듯한 저 사진이 참 인상적이다. 문으로 쑥 나온 손에서 동전 한닢이 있다. 그것을 바라지만 찡그린 여자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제목이 스페인 거지 소녀라고 써 놓은 것도 재미있다. 아마도 집시를 말하는 것 같다.


 결혼식 아버님이 어여쁜 딸을 나쁜 사위놈에게 넘기는 사진이 아니다. 신분의 표정이 없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수군거리는 듯 하다. 예나 지금이나 하여튼...


 아이들 셋이 짐을 힘들게 끌고가는 모습..뭐가 좋은지 멍멍이는 신이 났다. 그림을 보다 프란다스의 개가 생각난다.


 유명한 그림이라고 하는데..사진으로 찍은 그림이 실제 그림보다 훨씬 선명하네요. 까마귀 떼가 앉은 앙상한 나무가지가 마치 저 건너 회색 도시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러시아 박물관의 그림 액자들이 아주 사치스럽게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어~~ 이건 나 본 기억이 있는데 하면서 제목을 보니 "unknown lady"네요. 음...하여튼 아는 그름이 보니 기분이 좋네요.

 그림도 크고 세밀합니다. 한번 저 그림속의 여인에게 뭐하냐고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예쁘게 생겼어요. 배경의 세밀함도 좋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요즘 무협게임 주인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치마에 비친 빛의 표현이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네요. 


 시대 배경 때문인지 전쟁을 묘사한 그림이 많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관람을 하고..아이의 표정을 보니 저도 꼬마녀석 기분을 알것 같습니다. "아우 따분하고 재미없어..여긴 왜온거야 토요일에!" 가족단위 나들이 객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림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여기도 아주머니들은 아이들을 다발로 보시고 나와서 전문 큐레이터에게 넘기도 쫒아다니시는 현명함을 보이십니다.


 자식의 죽음...아무리 미쳐돌아가도...그림이 아주 어둡습니다. 무엇보다 이반의 눈빛이 기가막히게 묘사된 그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배경이 아주 어둡지만, 그 어두움 속에서도 세밀하게 이것저것들을 묘사했는데 다른 그림도 이런 유사성이 있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한 겨울의 러시아 때문인지..빛에 대한 감각도 지역에 따라 다른것 같습니다.


 중동, 유럽, 미국, 러시아 어딜가도 아이들은 다 이쁩니다. 커서 왜 저렇게 되가냐 하는 궁금증을 해결할 길이 없지만요. 꼬마 관람객들이 많아서 아이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듯 해요. 


 특별전을 하는데 사진을 못 찍게 합니다. 관람실 밖에서 멀리 찍었는데 모두 성모마리아와 예수의 그림입니다. 저 틀뒤에 또 다른 그림을 함께 전시해 두었습니다. 김기덕이 영화로 재구성한 피에타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예수님이 곱슬머리에 까만애로 묘사된 그림도 있습니다. 


 복숭아를 든 아이...저는 이 그림보다 오른쪽 뒤편의 조연같은 여인의 그림도 눈에 갑니다.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더 찾아보려고 합니다.


 토르소 앞에서 언지가 포즈를 잡고 고맹이 동생에서 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찍으라고 합니다. 배경이미지까지 4명의 여인이 만들어가는 모습이 재미있네요. 그림을 구경할 때 이런것도 재미있겠다하는 생각을 합니다. 


 화려한 색상속에 감춰진 검은 복장의 여인..현대의 작품같은 느낌도 같게 됩니다. 트레야코프 박물관에서 그림을 보면서 스타워즈 복식을 러시아에서 많이 따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트레야코프스카야 역까지 가보니 아주 가깝네요. 간단하게 빅맥을 하나 먹고 보니, 옆에 멋진 건물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아주 멋지네요. 


 시간이 좀 남아서 다시 coffee company라는 가게에 가서 앉았습니다. Green Jasmine을 주문했는데, 메뉴 카테고리가 Art of Tea라고 쒸여있더라구요. 잔도 독특하고, 티백도 멋지네요. 다른 차는 더 멋지더라구요. 러시아 하면 불곰, 불한당의 모습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면에 낭만적이고 로맨틱하며 감성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이후에 업체 들렀다, 다시 지하철타고 밥먹고 술먹고 겨우 집에 돌아왔습니다. 감기까지 걸려서 꼬찔찌리가 되어서 정신이 없네요. 아침엔 그래도 하면서 수영을 했더니 기력이 더 떨어집니다. 어디나가서 따뜻한 국물이라고 먹어야 하는데, 점심은 다시 빅맥을 먹고... 근처 식상에 롤을 파는데 설익은 밥들이라 그렇고...러시아 식단에는 보르쉬말고는 딱히 마땅한 스프도 없고.. 저녁에 사촌형과 다시 해장겸 육개장을 먹으러 나가봐야 겠습니다. ㅎㅎ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거 아닙니까?


역시 출장은 혼자오면 편하기는 하지만..먹을때가 문제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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