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아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MMT라는 거창한 현대화폐이론을 통한 재정적자에 대한 이해라고 하지만 읽어가며 내 생각과는 차이가 많다. 주류 이론이 아니라고 보면 이론의 보편성을 확장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일정한 조건에서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로는 참고할 수도 있지만, 경제이론과 원리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아직이라는 생각을 한다.
08년 금융위기에 헬리콥터 머니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개인적으로 윤전기를 돌린다고 하는데 화폐를 발권자가 찍어내는 것이다. 이것이 은행에 가면 신용으로 추가적인 화폐를 창출하고 불난 집 불을 끄는 역할을 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에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양적완화와 실물에 지원금으로 뿌렸다. 보통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야 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이렇게 겁이 없어진 미국은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윤전기를 돌리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당장 문제가 없다고 내일, 다음 달, 내년, 10년 뒤에도 이런 행위가 문제의 원인이 안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니 막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도 간주할 수 있다. 어차피 내 일은 아니니까.
IMF때 파산, 불황의 경제를 경험해 본 세대라면 이해할 것이다. 적자의 종말은 1차적으로 파산이고, 그럼에도 채무를 정리하지 못하면 탕감을 한다. 공적자금은 탕감에 회생을 위해 오히려 채권자가 살려서 돈을 받겠다는 난리법석일 뿐이다. 장부에는 마이너스가 존재하지만 현실에는 마이너스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살아온 배경은 미국이다. 기축통화이며,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나라에 살다 보니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저자가 한국에서 살아오고 정책입안을 한다면 책과 같은 주장을 하기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 유로달러, 국제 결제통화 시스템 등을 통해서 사용하게 한다. 이 말은 미국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화폐와 관련하여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한다. 조그만 요강에 물을 부으면 금방 넘치지만, 바다에 요강만큼 오줌 한 바가지 부었다고 표가 나지 않는다. (괴심하게 왜놈들이 핵오염수를 이렇게 버리고 있구나!!)
그렇다고 용감하게 자꾸 부어대면 부작용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지금과 같이 실물경기가 어느 정도 받쳐주고, 미국에 대한 경제적 신뢰가 존재할 때까지는 그런 짓을 해도 큰 탈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FED를 신뢰할 수 없다면 달러는 콜라만도 못한 휴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10년 국채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요란한 24년 금융시장을 보면 미국의 권좌에 크랙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살면서 요즘처럼 힘없고, 멍청한 미국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왜 파월이 인플레이션 실업률을 걱정할까? 그냥 돈 찍어서 정리하고, 다시 채권 팔아서 회수하면 그만일 텐데? 구라다인지 구로다인지가 가고 어쩌다 우에다가 와서 운영하는 BOJ는 왜 금리를 올리고, 주둥이로 이젠 안 올리게라는 말을 10일 사이에 했을까? 주류 경제학도 MMT와 같은 이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세상일엔 반드시 대가(price)가 따른다.
한은총재, FED총재와 그 무리들, BOJ총재들의 입에 세상이 민감하다. 어쩌면 멈추지 않는 핵발전기가 달린 자동차를 몰고 있는 사람들이다. 핸들, 가스페달, 브레이크만 있고 차에는 아무것도 없다. 엔진이 과열되었는지, 속도가 얼마인지 모르고 운전하는 것은 일반시민이나 이 사람들이나 차이가 없다. 단지 이 자동차는 과거에 어떤 행위를 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데이터만 존재한다. 그들이 이 부분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수준이 높은 것이다. 세차가 필요하면 비 오는 곳으로 핸들을 돌리고, 맑은 하늘을 기대하면 밝은 곳으로 핸들을 꺾고 속도를 올리는 정도는 가능한다. 멈추지 않기에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고 뛰어내리거나 새로운 운전사는 달려가 타는 정도가 아닐까? 1년 뒤는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그래도 귀담아들을 부분은 많다. 발권력은 엄연한 권력이고 정치적 의사결정이다. 당연히 재정흑자와 재정적자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재정적자라면 호들갑을 떨기 전에 그 마이너스라는 상상의 금액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를 봐야 한다. 종이와 상상 속에서는 마이너스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주머니에 돈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정흑자라면 누군가의 주머니를 털었는지도 봐야 한다. 그 결정은 대단히 정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과 다른 건 세금은 국민이 존재하는 한 들어오고, 국민이 존재하는 한 이 시장에 화폐란 상품을 생산(윤전기 돌려서) 공급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요즘 같은 시대에 공산주의를 외치는 것은 미친놈들이고, 빨갱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또라이들이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공산주의는 인간의 본능을 따르는 현실에서 국가단위에서 운영되기 어렵다. 실패가 증명한다. 어떤 면에서 제거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 사이에서 빌런들이 해쳐먹기 바쁠 뿐이다. 세상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필요한 사람이 없는 것이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것일 뿐이다.
애들한테 부루마블 게임을 하게 하고, 추가적인 화폐를 발행해 주며 옵션을 걸어보면 쉽게 아는 일 아닌가? 뭔 일이 벌어지는지? 그게 달라?
#경제 #MMT #파산 #탕감 #적자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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