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니던 회사를 해고하고 새롭게 무엇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된다. 회사를 해고한 선택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없다. 그런데 가끔 배은망덕이란 사자성어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내 수준의 부족함이 차고 넘친다. 동시에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존재한다. 이러다 영화 "아이덴티티"의 주인공처럼 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분은 홀가분하다. 요단강 건넌 과거에 목메어 오늘을 낭비하고, 내일을 될 대로 되라고 놔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디 있나? 수년간 사업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어려움을 넘고 성취를 한 작은 보람 정도 추억하면 그만이다. 배운 점이라면 사람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제약이 불가피하고, 그 이유로 스스로 실력이 부족함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런 고난의 시기가 지났으니 조금 홀가분할 수밖에.
그렇다고 새롭게 시작한 일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파란 하늘만큼 밝아서 좋다. 천지분간을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관점은 다르고, 나는 세상에 감사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쉽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생산성과 부가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 일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며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아니다. 사람도 일도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사회와 기업에서 살아가며 다들 더 많은 물질적 대가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균형과 중용을 찾지 못하면 오래갈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스스로를 자주 돌아봐야 할 뿐이다.
새롭게 시작한 일은 함께 했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하는 일이다. 이런 것이 인연이다. 영화 '호우시절'은 한 때의 애틋한 사랑이지만 헤어지고 만나며 오랜 기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인생의 호우시절이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함께 모여 세상을 알아가고, 전문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의 과정을 여러 가지 만들어가는 중이다. 고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즐거운 일이다.
얼마 전 제품 개발과 관련 계약을 하나 완료했다. 세상에 많이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벌써 생긴다. 조금 큰 규모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개발자들이 열심히 모여서 논의와 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 즐겁다. 당사자들은 고생스럽지만. 세상에 없던 제품도 성과를 기대하며 사업을 만드는 중이며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며 다시 여러 가지를 짚어본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방향을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했고, 그 방향의 추진력을 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하여 도전할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는 과정이다. 애자일이라고 말을 하지만 이런 명칭보다 사람의 생각, 행동이 원래 이런 방식으로 계속 굴러가게 되어있다. 보람이 생기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신뢰, 협력에 근거하기 때문에 할만한 일이 된다. 물질적으로 더 벌지만, 매일 개떡 같은 녀석과 개떡 같은 일만 한다면 오래 할 수 없다. 재미있는 일은 개떡과 찰떡이 매일 바뀐다. 소인은 남이 변할까 걱정하고, 대인은 내 마음이 변할까 걱정할 뿐 아닐까? 공자님이 고만고만한 똑같은 것들이 화합이 안되고, 전혀 다른 수준의 대가들이 희한하게 화합이 된다는 말을 달리 한 것이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별도로 현재를 위한 사업은 5개월의 짧은 시간을 소요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천천히 매출과 수익이 상승곡선을 시작하는 초입에 도달한 것 같다. 이 기간의 초입의 시작은 즐거움과 동시에 어려움이다. 하늘이 깊고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은 상대적으로 짧다. 열매를 맺기까지 지내야 할 여러 계절은 이 기간과 비교하면 길고 긴 과정이다. 날씨는 기간의 길이만큼 다양하고, 땅과 하늘의 폭만큼 정도가 다르다. 벼가 크기 바라며 벼를 살살 뽑으면 성장을 하지 못한다. 다들 자금만 확보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대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실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살살 뽑는다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서 운영하려는 단기적인 도박에 가깝다. 다른 말로 현실성보단 소원성취를 바라는 넋두리에 가깝지 않을까? 가능하더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많다. 부동산 '떴다방'처럼 안되려면 일시적 성과가 지속시킬 실력과 운영 능력을 갖고 있거나 만들어야 한다. 인내가 필요한 시기다.
복잡계 세상은 도시의 불빛처럼 다양하다. 색도 다르고 위치고 다르고, 비추는 곳도 다르다. 인내는 무작정 기다리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군자라고 할 수 있지만, 누가 알아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을 세상은 꼴통이라고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사실 내 마음이 매일 다르고, 타인들도 매일매일 다르다. 그렇게 끊임없이 조정해 나가는 것이 세상을 대처하는 일이다. 누군가 더 멀리 볼 수 있고, 누군가는 매일 뒤돌아보며 살 수 있다. 그것은 선택의 시작이며, 선택은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유인한다. 뭔가 매일 하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방향인가? 올바른 방향을 따라가기 위해서 체력과 분수에 맞는 속도를 내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내가 지향하는 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한 끊임없는 준비와 노력이다. 준비와 노력이란 말의 대부분은 무엇을 배우는 과정이다. 꼭 기술을 익히고 책을 보는 것만이 아니다.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통해서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올바름과 지혜가 필요하다. 사기꾼도 그렇게 해서 다른 방법과 목표를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가보면 이걸 참 구분하기 어렵다. 세상에 욕이 존재하는 이유랄까? 이것도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없었다면 큰 일 날 뻔했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의 구분 방법이라면, 스스로에게 묻고 그렇게 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3할 타율이면 좋은 타자다. 어쩌다 한 번 잘된 것만 기록한다면 스스로 인생 사기꾼이니 스스로에겐 솔직하게 자문자답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선택도 과정이 부실하면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라면 끓이다 가스 없으면 망한다. 비빔면 끓이며 라면인 줄 알고 소스를 라면처럼 넣으면 이 또한 망작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좋은 과정이라도 계속되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오류는 황금 같은 시간을 헛삽질의 과정으로 회귀시키는 인생 길막이다. 우리가 함께 해야 더 크고 좋은 결과에 다다를 수 있는 이유인데 가끔 다들 참을성이 없을 때가 있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을 내가 "제각각인 녀석들이 계속 제각각 날뛰며 사고를 치고, 희한한 조합이지만 요상하게 협력하며 돌아가면 그래도 뭔가 나오긴 한다"라고 이해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결과를 기대하지만 결과는 선택과 과정이 결정한다. 좋은 결과는 좋은 선택에서 시작하고, 좋은 과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 또한 꽝이다. 그 과정이 나만의 노력일 수 있고, 누군가의 협력을 통해서 더 잘 만들어질 수 있다. 친구와 연인을 사귀는 것도, 사업과 일을 해 나가는 것도 이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 뭐.
일의 구조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가?
일의 구조가 합리적이고 참여자들에게 균형이 잡혀있는가?
일의 구조가 보편적인 과정보다 불필요하게 복잡한가? (X)
복잡한 과정을 합리적이고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분수에 맞지 않는 과도한 보상이 단기간에 존재하는가? (X)
적정한 시간보다 훨씬 긴 기간에 결과가 도출되는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 (배우는 것은 O)
내가 할 수 있는 것인가? (O, 즐겁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음)
5년 뒤에 대한 상상과 현실이 어느 정도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그 사람들에게 현재 내 마음 상태를 한결같이 갖고 갈 수 있을까? (중요)
돈을 목적으로 참여자 한 사람이 많은가? (X)
세상에 영향을 주고, 문제를 해결함으로 보상이 따른다는 생각을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악마의 속삭임은 끊임이 없지. 그래서 얼마냐? 이쁘냐? 언제?
이런 마귀 소리를 끊어야 하는 것이 생로병사 과정에 나오는 지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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