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말씀에 여획이란 뜻을 풀어 준 글이 기억난다.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이 스스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의미로 기억한다. 재무적 이해가 기업활동을 위해서 대단히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last lecture란 말을 사용한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멈추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속도가 변화하는 러닝머신에 올라간 것과 같다. 경영자에게 마지막은 있지만 기업은 절대로 마지막을 지향하지 않는다. 경영자는 끊임없는 변화에 대처하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을 통해 성과를 내야만 하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렇다.
작은 소기업을 한다면 오늘 얼마나 팔고, 얼마를 벌었나?가 중요하다. 기본적인 사고다. 그럼 기업이 커지면 이 사고가 중요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신 기업이 커지면 시간의 개념을 갖고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쉽게 말해 과일 트럭을 끌고 온 아저씨는 현금 박치기고, 큰 규모의 기업체를 운영할수록 매입, 매출, 비용과 수익과 관련된 자금소요의 기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적 분석과 이해가 기업 활동의 올바른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영어로 financial thinking을 과장하기 위해서 수익 중심 사고를 폄하하는 관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는 활동은 근시안적 사고가 옳다고 볼 수 없고, 이것을 손익계산서의 수익에 집중한 사고로 책에서 논했다고 생각한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심사를 통해서 IPO를 할 수 있고, 자본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일이 가능하다. 기업을 창업하는 상당수가 이런 꿈을 꾼다. 기업을 키우면 다시 더 복잡한 자금흐름과 기업활동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우리가 ERP, MRP, EIS와 같은 지표를 사용하는 이유는 모든 기업활동은 회계란 언어를 통해서 정리된다. 일부 불완전한 분야가 있지만, 어떻게든 회계로 정리하고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서 적정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 회계적 기준에 기간을 정해서 하는 기업 활동이 재무적 활동에 가깝다. 책은 재무적 사고의 유용성을 강조하고, 여러 사례를 통해 기업 경영자가 재무적 사고를 갖는 것을 강조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숫자로 경영하라는 책이 인기를 얻었던 것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항이다.
책을 읽고 내 경험을 기준으로 보면 회계적 판단, 재무적 판단은 기업 의사결정을 돕는 중요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기업 활동은 회계란 언어로 수렴되어 정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적인 판단이 항상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숫자는 다시 각 기업활동 (제조, 인사, 총무, 개발, 영업, 마케팅, 품질관리)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의 재무가 되어야 가능하다.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도 설명되어야 한다. 복식부기가 차변, 대변으로 설명하듯 기업활동도 숫자는 다시 기업활동 중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못하고 논쟁이 유발된다. 이럴 때 돈 10원 한 장 벌지도 못하는 장부 쓰는 것들이 기업의 근간(한 문장으로 만들어 판매한다)에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안 된다. 경영자가 각 분야를 아우르거나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분야에 신뢰할 공동의 역할 분만 경영자들이 필요한 이유다. CFO 중에 뛰어난 경영자가 될 자질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CFO가 뛰어난 경영자가 될 수는 없다.
나는 단기 수익 중심의 사고와 파이낸셜 사고가 나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일 트럭 아저씨도 매일 수익이 늘어야 저축(자금 축적)을 하고 가게를 낼 것 아닌다. 이것을 재무적 판단에 의해 빚으로만 한다면 대출이자, 임대료, 세금보다 더 높은 수익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리스크를 떠안을 사람은 적다고 생각한다. 수익 중심 사고와 파이낸셜 사고는 재무적 사고가 고도화되는 과정이지 나눠서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익이 축적되어야 장기적으로 현금흐름과 재무건전성이 증가하고, 이를 발판으로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차입을 통한 레버리지를 만들 수 있지만 빚은 빚이다. 당장 적자가 증가하는데 장기적인 건전한 투자라는 말은 도박인지 경영인지 기로에 설 수 있고 적자기업에 대한 차입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왜 은행이 무차입 경영을 더 높게 평가하는가? 돈을 빌리는 기업보다 금융기업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쫓아다니는 기업이 더 훌륭한 기업일 때가 많다.
재무제표(재무 상태표,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를 통해서 기업의 활동과 기업활동의 축적이 어떤 순환구조로 정리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회계, 재무란 언어로 잘 정리된다. 이것에 마사지를 하면 분식회계라 말하고 정확하게는 회계 사기다. 경영자는 각 부서 역할과 활동을 경영하고, 그 직위에 맞는 올바른 사람을 위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업활동을 정의할 때 '올바른'이란 말이 더 많이 기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한마디에 ESG라 불리는 많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핵심은 만들어 판매한다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CFO가 존재하더라도 만들고 팔지 않으면 돈 빌리러 다니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조직론적으로 기능 조직과 지원조직으로 구분하면 핵심 활동은 기능 조직이 한다. 연구개발, 제조, 영업이 이에 속한다. 만들어 파는 것에 압도적인 경쟁우위를 가지면 마이클 포터의 경쟁론을 몰라도 된다.
스타트업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만들고, 팔고, 돈 계산도 알아서 한다. 규모가 커지면 만들기 바쁘니 만들면 검사하는 조직인 품질관리가 생기고, 제조하기 바쁘니 SCM을 붙여서 지원활동을 하고, 물건 팔기 바쁘기 때문에 매입, 매출을 계산하고 정리하는 회계와 재무가 지원업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 지원, 정리의 기능이 추가된다. 기업은 이런 종합적인 내부 순환구조와 변화무쌍한 기업 시장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는 활동이다. 전 세계에 필요한 제품을 나만 만든다면 사실 재무, 회계, 구매, 제조, 품질관리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은 알아서 팔리는데 나만 공급할 수 있고 모두가 필요하다면 이것이 독점시장의 원리다. 부르는 것이 값이란 말인데 이때 재무적 판단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서 재무적인 도움은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외부차입을 통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업의 가치는 기업이 무엇을 만들어 어떻게 세상에 제공하는가로 결정된다. 재무는 그 결과이고, 이 결과가 다음의 기업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복기하는 기능을 갖는다. 회계와 재무를 모르면 기업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계와 재무를 이해한다고 기업을 잘 경영한다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 성공한 CEO 중 CFO 출신의 비율이 높지 않다. 하지만 내가 본 훌륭한 경영자는 재무적 이해와 의사결정이 우수하다. 재무는 출구전략이나 매각의 시점을 결정하기에 좋은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히타치가 HDD를 매각해서 지금은 WD가 하고 있다. 더 좋은 사업기회와 이 기회를 살릴 실력이 있다면 좋은 일이다. 가끔 향후 전망이 좋지 않다고 예측되는 것을 타인에 판매한다는 것은 도덕적인가?라는 사고도 한다. 그러나 나보다 열정과 실력을 갖은 사람이 업을 이어간다는 것도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EBITDA (이자, 세금, 감가상각,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에 관한 생각이다. 책에서도 EBITDA 마진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고, 내가 본 상장사 경영자 중에도 이 기준을 강조하시던 분이 있다. 하지만 나는 워런 버핏이 말하는 EBITDA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장악한 경영자라면 예외지만 타인의 기업을 EBITDA로만 판단하면 재앙이 될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 M&A의 시장에서 현금과 현금화 가능한 자산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대단히 상식적인 접근이다. 주머니에 얼마 있냐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타이밍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만들어 파는 활동에 압도적 실력을 갖고 있다면 재무적 문제의 비중은 줄어든다. 이것이 기업가치를 키우고, 재무적 공정가치평가도 올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압도적 실력은 사실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적 강점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만능 요술지팡이는 아니다. 대신 재무적 취약점을 가지면 내가 운영하는 기업이 흥하는지 망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다다를 수 있다. 책에서도 언급된 매출인식의 시점, 재고 입고의 시점, 재고 평가금액의 회계적 기술을 읽지 못하면 장부책이 아니라 기업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돈이 비어도 모르는 은행처럼 말이다.
회계 몰라도 사업은 시작할 수 없다. 창업을 하고 사업을 운영하며 회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곤란한 일이 생기거나, 돈으로 때우거나 아니면 회계 잘하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물론 믿을 만한 사람이란 과제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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