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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고도비만

by Khori(高麗) 201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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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 출타로, 점심을 차리기는 귀찮고 나가서 먹기로 했다. 감기기운이 있는 달봉이는 식음을 전폐하고 엄마한테 받은 쿠폰을 갖고 오락을 해 보겠단다. 오전내내 열심히 숙제를 하고, 아프고 입맛이 없다고 해도 놀궁리를 하는 걸 보면 살만한거지.


별봉이를 데리고 메뉴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순대국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고개를 갸우뚱 하기에 소고기 국밥을 먹으라고 했더니 신나게 쫒아온다. 둘이 손붙잡고 동네 마실을 나가니 재미있기도 하다. 최근 동네에 생겼다는데, 찹살순대가 아니라 어려서 먹던 진짜 순대로 해준다. 서울에 올라와서 제일 황당한 것중 하나가 찹살순대였다. 당면같은게 들어간게 순대라니..ㅎㅎ


사람이 많아 별봉이랑 식당 조그만 곳에 앉아서 보니, 소고기 국밥이 없다. 잘 꼬셔서 뼈다귀해장국을 시켜주고 머리고기를 시켰다. 별봉이는 이거 먹는건가?의 표정이다. 생각해 보니 처음 사준것 같다. "맛은 돼지고기 맛이고, 감촉은 왕꿈틀이랑 비슷할껄"이라고 말해줬다. 예전 큰고모 장에 갈때 따라가며 쪼그려 먹던 순대생각이 난다. 의심스러운 눈빛과 함께 한쪽 살짝 깨물어 먹어보더니 익숙한 맛이란다. 그러고 폭풍흡입을 한다. 마지막 한개는 미안한가 "아빠 드세요?"하길래, 집에 포장할걸 하나 더 사고 먹으라고 했다.


뼈다귀해장국을 다 발라 주는데, 아주머니가 연인들이나 앉을 작은 자리에 잡았더니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고, 밥도 더 먹으라고 하신다. 이런 친절은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주문한 순대국밥에서 순대도 몇개 먹이고 나도 과식을 한듯하다. 요즘은 반공기만 먹으려고 하는데..틈만 나면 먹는게 는다. 다른건 잘 안늘던데..


밥잘먹고 포장한걸 들고 커피도 한잔 먹으며 주문한 머리고기를 들고 "별봉이, 이것 좀 들지?"했더니 안된단다. ㅡㅡ;; 이유인 즉은 "아빠가 훨씬 많이 먹었잖아요?"하면서 싱글싱글 웃는다. 머리고기 한접시는 자기가 다 먹고나선 내가 다 먹었다고 우긴다. 헐~~ 머리고기랑 깍두기랑 같이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히다고 배추김치나 다른 반찬에는 손에도 안대더니 되려 나한테는 반찬도 많이 먹는다고 타박하며 계속 싱글벙글..집에와서 생각하니 돌아오면서의 대화가 어려서 친구랑 떡복이 몇개먹었어하고 티격태격하던 때랑 비슷한거 같다. 계속 너 몇개먹었어? 넌 김치도 안먹고 편식했잖아? 아니 아빠가 훨씬 많이 먹었으니까 쫑알쫑알..어째던 이녀석이 들어줄 생각은 없고, 계속 요런저런 핑계를 댄다..그러더니 마지막에 날린 멘트가 "아빠는 고도비만이고, 나는 저 체중이고, 밥도 아빠가 훨씬 많이 먹으니까 아빠가 들어야죠!"란다.별봉이 잔소리가 체중은 얼마까지 빼야 정상체중이고, 담배피면 안되다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던지..가끔 별봉이가 마누라보다 잔소리가 많다. ㅡㅡ;; 저거 커서 잔소리가 더 늘려나 걱정이네..게다가 불리하면 고도비만을 막 갖다붙인단말야..남들이 눈베릴 형편도 아니구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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