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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_경제_IT(冊)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 미래로 - 21세기 마르크스 경제학

by Khori(高麗) 2020.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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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마르크스의 책은 어렵습니다. 열심히 읽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 조금 전에 읽은 내용이 하얗게 됩니다. 김수행 교수의 유튜브 강의도, 명문이라고 말하는 노동당 선언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돌아보면 매번 시도를 하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다 이해보다는 빠르게 다가오는 좌절을 만납니다. 오랜만에 보는 기호와 숫자를 보면 앞이 캄캄해지고, 이번에도 역시 대강 철저히 보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고 핵심을 요약한다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지만, 한 두 개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한 개가 어소시에이션인 것 같습니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와 경제 시스템에서 살고 있고, 자본주의적인 것의 긍정적/부정적 부분에 익숙합니다. 과거에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습니다. "품앗이는 공산주의 제도인가? 미풍양속인가?, 내 논이 1 마지기고 이웃의 논이 10마지기라면 품앗이는 정량적인 비례에 따라서 하는가? 아니면 11 마지기를 다 함께 해야 하는가? 11 마지기를 다 같이하면 새참은 반반 부담인가? 나는 필요도 없는데 두레에 끌려 나가서 동네 우물을 파면 미풍양속인가? 강제 노동인가? 나빠진 기분은 무엇으로 달래야 하나?" 무엇보다 '이걸 따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자조 섞인 자문자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책이 5장에 "자본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것보다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Jameson, 2016:3)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생태위기에 대한 설명을 위한 말이지만, 나는 자본주의의 생존이 지구의 종말만큼 오래갈 것이라는 예측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동의합니다. 

 

 학자도 아니고 증명할 능력도 없지만 저자가 말하는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와 레닌에 대한 차이와 마르크스가 사고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한 근본적 생각을 되짚어 보는 것은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과 이후에 나온 유사품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상당히 많이 기록해두었습니다. 외래어로 '어소시에이션'이란 협동조합, 협력, 협동이란 단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소외된 노동의 결과가 자본주의인지 자본주의에 의해서 소외된 노동인지에 대한 마르크스의 생각은 꽤 인상적입니다.(궁금하면 읽으세요, 혼자만 힘들면 거시기해서)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원인과 결과의 진단이 다르면 처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마르크스 이후의 현실에서 실현된 상황은 처방인지 오진의 결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생각을 이리저리 짚어봅니다. 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분석한 자본주의자의 생각이 자본주의의 전복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보완재로써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사회에서 마르크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없다면 이상 사회도 존속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의 이성적인 이상만큼 사람들은 그럴 마음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국가라기보다 부족 단체로 보는 시리아의 상황, 소련의 결과, 동유럽의 결과가 그렇습니다. 폴란드나 동유럽의 사람과 만나면 빵과 설탕을 배급받던 시절에 대해 치를 떱니다. 물론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그렇습니다.

 

 경제와 정치 외에도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 자식이라도 1원 한 장 틀리지 않게 무릎 맞대고 모든 일을 꼼꼼하게 계산한다면 반드시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가끔 합리적인 존재입니다. 기분 나쁘면 아주 불합리한 존재기도 합니다. 어려서 아이에게 심부름시키고 천 원주면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일을 시킨다고 계속 천 원만 주면 30살이 돼서도 할까요? 직장 다니며 동일업무 동일노동이라 직급이 올라도 같은 급여만 준다면 인간의 감가상각은 누가 보상하나요? 기계는 감가상각을 정액이던 정률법이던 하는데요. 직책은 무슨 의미가 있고, 경험은 의미가 없나요?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서 노동시간을 중요하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시간만 갖고 잉여의 산출이 다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더 많은 산출을 하고 있고 그걸 공짜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산이 안된다고 제외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이 논리 연습의 수단으로 중요하지만 산수가 안 되는(계량화가 안 되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죠. 효도를 인사 횟수로만 측정하면 볼만하지 않을까요? 출근기록 남겼다고 놀아도 우수한 사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계에 적합한 걸 사람에 적용하면 여기도 싸움이 납니다. 이것이 마르크스의 생각인지 유사품의 만행인지 돌아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이런 사람들도 계획 경제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보장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들도 기계적으로 평등한 세상에서 모든 인간이 나라도 필요 없고 안락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죠. 인간이 걸어온 역사의 기록이 그렇지 않기에 그런 추정을 해 봤습니다. 인류에게 쌈박질 없는 날이 하루라도 있던 적이 있나요?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모든 사람의 투입과 산출을 계산하는 것은 그 계산 자체가 인간 역량의 밖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나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능성이 제시된 기술시대라고 실현이 될까요? 그 계산이 일부에서는 유효하고 효과적이겠지만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일과 자원이 엄청나리라 생각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자본주의도 각자 알아서 잘해서 잘 먹고 잘 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가는 개인에게 세금을 거둬서 재분배를 합니다. 그런 국가를 갈취로 고소하는 것이 인간의 통념에 부합하나요? 동일한 목표와 다른 방식,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라고 했다는 점에서 반목하는 이론가들의 태도와 관점에서 어소시에이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삼모사라는 생각도 듭니다. 둘 다 장점이 있고, 둘 다 문제가 있습니다. 시작의 관점에서 하나는 인간의 욕망에 부합하고, 하나는 이성에 부합합니다. 결과는 욕망에 부합하다 보니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다른 쪽은 인간의 욕망과 다르니 이쪽도 기분이 나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아닐까요? 이성보다 감성이 훨씬 강력한 존재입니다. 뼈대에 대한 문제점 진단을 했다면 어떤 것이 주가 되고, 어떤 것이 보완책이 되어야 할지 그런 역할 분담의 논의가 적은 것이 아쉬움입니다. 창틀은 필요하지만 창틀로 대들보를 대체할 수 없고, 대들보로 창틀을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그런 점에서 어렵지만 마르크스의 original 생각을 볼 수 있는 것은 현재를 보완하는 변증법적인 접근에도 유효할 것 같다고 생각입니다. 무지한데 열정을 가지면 민폐가 되고, 미친놈이 신념을 가지면 적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놈은 하나만 아는 놈이 열정과 신념을 가질 때입니다. 혹시 20세기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앞으로도 방심하면 종종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과거 학생들이 노동 현장에 참여한 방식은 어찌 보면 대단히 무식하고 용감한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마르크스라고 하면 반공 문화가 있는 지역에서는 문화적, 사회적 거부감이 있습니다. 또한 노동이란 주제와 생산 수단을 갖지 않은 계급에 대한 선전 선동으로 보는 경우도 아직 많습니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마르크스, 레닌, 엥겔스 등등의 말은 대단한 지식인의 언어와 생각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일반인들은 '못 알아듣겠다'가 될 것 같습니다. 마케팅을 정말 못한다는 것이죠? 

 

 지식이 대중에게 팔리지 않으면 소멸됩니다. 쬐금 팔리며 입에 풀칠을 하는데 확장되지 못하면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런 목적에 이 책은 상당히 부합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수가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시장에서 다투면 저는 시장 아주머니가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곳에서도 승률은 훨씬 높을 것이라 상상합니다. 상대방과 대중이 쓰는 언어로 말할 줄 모른다면 노출빈도와 이해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론에서 사용하는 포괄적 좌파의 폭은 좁고 양 극단은 더 좁습니다. 최근에 진보적 분위기가 더 늘어났다고 보면 그 이유는 대중들이 체감할 수 있는 말과 계획, 실행에 근거합니다.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분야가 마르크스에 관한 사항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성적 분석외에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특성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타인을 가르치려들면 싸우고, 타인을 이해시키면 결과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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