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투자는 돈을 들여 이익을 얻는 것이고, 투기는 기회를 틈타서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도박은 무엇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 특별하게 재테크를 안 하고, 순수한 노동에 기반해서 사는 입장에서 그놈이 그놈 같은 생각이 든다. 내게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이라면 항상 돈이 빈다는 것이 아닐까? 거울보고 고스톱을 쳐도 돈이 빈다는 농담이 있지만, 회계학 교수의 이런 농담은 통찰력이 있다. "회계 해보면 매일 틀리지. 지금은 틀려도, 내 돈이면 1원 한장 틀리지 않고 맞는다"
최근 MBA수업에서 재무회계에 관한 수업이 실전 전자공시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어 재미있었다. 동종 업종의 재무제표, 연결제무제표, 현금흐름, 손익계산서, 주석을 통해서 경쟁기업의 과거 상태를 알 수 있다. 현장의 소리는 시장을 통해서, 인맥을 통해서 확인한다. 그래도 볼 때마다 힘들다. 나와 같이 상태를 보는 것, 공정가치에 기반한 회계준칙에 따라 감사를 받는 것, 투자를 위한 판단 자료를 위한 지표는 조금 달라 보인다. IR을 보면 투자자와 기업의 입장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 장부쓰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고의 생산성이 빈약한 경우가 많고, 비용 절감이란 방식으로 모양 만들기에 급급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시시콜콜 잔소리는 많다. 기업 역할상 서로 하는 일이 그렇다. 영업 입장에서는 기업 성적표인 그 장부, 영업이 판매하고 연구소가 개발하고, 제고가 판매해야 재무, 회계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다. 스탭조직인데 목소리가 커지면 문제가 많아진다. 하지만 투자사에서는 고도의 분석과 다양한 산업정보를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투자의 측면에서는 당연이 재무적인 계량화 자료를 통해서 나 같은 영업의 현실을 유추하는 능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책의 첫 번째장을 읽으면 조금 어수선하다. 회계의 기본인 "내돈(자본) + 남의 돈(부채) = 돈으로 사거나 쓴 내역(자산)" 중요하지 않다는 조금은 과격한 호기심 유발은 과하다. 그러나 결국 공시에 나오는 재무제표에 포함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 손익계산서, 주석에 대한 각 개념과 용어를 차분히 설명한다. 총정리 부분은 읽어보면 각각의 다양한 기준을 통해서 재무제표를 읽는 법이 비교적 잘 정리되고 있다. 서두 부분에서 급하다면 뒤로 갈수록 글이 차분해진다. 내 생각에 회계용어와 산식은 외루려고 하면 틀린다. 그러나 한자로 된 용어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용어는 상식적이다.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손익계산서를 보자는 제안은 설득력있다. 그러나 언급된 4가지 자료를 통해 크로스 체크를 하지 않으면 해석상의 오류도 가능하다. 상장 기업의 장부는 공시를 위해서 감사를 받고 제출된다. 저자도 말하지만 2-3년의 자료를 서로 비교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자료들이 회계마감 기준일자의 상태이지 연속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1월1일 얼마들고 시작했는데 12월30일에 얼마 있다. 그 결과가 어떤 일들을 벌려서 쓰고 벌고 빌리고, 주고 받고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람과 같이 연속적 맥락을 봐야한다. 하지만 저자처럼 개인이 기업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사, 투자가가 아니면 얼마 안되는 주주를 IR담당자가 만나주지도 않는다.
그가 손익계산서를 보자는 의견과 투자자에게 제안된 그의 원칙을 보면서 나름의 생각해 봤다. 투자라는 개념이 들어가면 분석보다 욕심이 앞서고, 자료보다 욕심에 근거한 해석의 영향을 받기 때문일까?
사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묻지 않거나, 해석되지 못한 내용을 스스로 말해주지 않을 뿐이다. 내 안목이 중요하다. 또 동일한 데이터를 들고 투자한다면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스스로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후배녀석 이야기를 들어보니 온갖 데이터와 수식을 AI로 처리해서 투자하는 프로그머들 투자운용사에서도 고용한다고 한다. 개인이라면 당연히 검증된 데이터를 위해서는 차분하게 핵심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저자가 20년의 경험을 통해서 30분이라면 30분의 목표보다 각 항목의 의미를 이해하고, 다양한 지표확인, 추가적인 정보확인을 위한 작업은 필수다. 안 그러면 또 돈이 빈다. 두번째 장의 다양한 지표들과 사례, 의견도 마찬가지다. 증권사 페이지에 가면 이런 자료들은 계산해서 대부분 제공한다. 그러나 저자가 case자료를 통해서 설명하는 것을 이해하고 30분은 무리다. 본인도 20년 정도 해서 한 일 아닌가.
한가지는 업종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업종의 자산구조가 같을 수 없지만, 동일 업종의 산업 유통구조에서 적정한 수익성의 폭이 존재한다. 투자를 한다면 한 분야의 그룹을 비교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 확보와 정보 효율성봐도 그렇다.
마지막으로 주석을 잘 읽는 것은 대단히 많은 정보를 준다. 기업의 장부는 검증된 공시절차이지만 최대한 보기좋게 그 날짜에 맞춰 마사지(분식회계, accounting fraud, 회계사기가 아님) 된다. 탈세는 강력하게 처벌하지만 절세는 권장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 지급할 돈을 하루만 미뤄도 마감일자 장부는 좋아진다. 물건을 하루만 빨리 보내도 마감일자 매출액은 좋아진다. 저자도 지적한 후행지표의 단점이다. 내 생각엔 어려서 돈을 엄마한테 돈을 어떻게 타서 어디에 쓸지 계획을 분주히 만들듯, 기업도 사람도 항상 머리를 굴리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를 생각하며 어른이 되서 나한테 얼마를 타가려는 자식의 잔머리를 간파하듯 그런 감각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전문 경영인은 어차피 올해 망하면 비용과 손실을 죄다 올해 반영하고 내년에 아주 홀가분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도 있다. 이런 행위는 오롯히 그 전문 경영인의 임기연장, 인센티브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실질적인 사채에 대한 이자의 동향도 주석에서 볼 수 있고, 기업이 설명하는 영업정보, 투자정보, 관계사와 지분구조 등 다양한 정보도 존해한다. 특히 리스크가 있는 내용은 주석에 대부분이 써 놓는다. 굳이 알아서 알려주지는 않는 것 같다. 감가상각비는 정액법, 정률법으로 기업이 선택하고 이것을 변경하려면 관할세무소장 승인을 받는 걸로 기억한다.
투자라는 측면에서 나는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주인이다 생각하고 재무제표를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남의 돈은 숫자가 잘 안 맞는데, 거기에 내 돈을 투자하니 손실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숫자가 기업 활동이 결과지만 동시에 의도도 숨겨져 있다.
책에서 회계용어, 유동자사, 비유동자산, ROE가 좋은 기업을 찾으려는 노력(한국 증시 데이터는 좀 다르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률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비교하는 관점은 새롭게 배운 것 같다. (한국은행에 가면 각종 경제지표와 통계자료가 넘쳐난다, 경제보고서까지) 그럼에도 30분에 보는 것은 무리다. 대신 이런 지표와 용어의 의미, 지표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해석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한가지 공시자료는 발표일과 마감일을 보면 대략 2개월 이상 차이가 있다. 그 차이의 정보를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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