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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예술 (冊)

글자는 사랑이다 - 직지(直指), 김진명

by Khori(高麗)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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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흘러도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바쁘게 세상을 살아갈 때 그 말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있다. 오늘 식당 벽에 그려진 채플린의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이란 말이 눈에 팍 들어온다.

 

 김진명의 책은 대부분 갖고 있다. 빨간색 표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첫 작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살수'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사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친필 사인본의 책도 생겼다. 그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그는 계속 '대한민국'이란 화두를 계속 던진다. '민족'의 개념을 생긴지 얼마안된 구닥다리 개념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 개념이 동일한 문화, 언어, 지역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감동을 준다.

 

 그의 책을 보면 장식용으로 갖고 있는 책을 바라보게 된다. 지인이 저자로부터 선물받은 '환단고기'다. 모든 문명과 세상 일은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환빠라는 말이 떠돈다. 김진명의 주제는 한국의 고대사, 근현대사, 현재의 화두를 통해서 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으로 흐른다. 음모론적 배경의 keynote, 세상 쓸모없는 역사의 가정을 속도감있는 다양한 스토리로 그려낸다. 그의 책을 자주 보는 이유다. 특히 책의 주제와 하나의 소제를 기밀하게 연결시키는 과정속에 역사에 대한 자료조사와 학습, 몰입이 있다고 생각한다.

 직지의 소설도 그가 쓴 많은 소설과 비슷하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좋은 소제와 일관성 때문이다. 게다가 내 ID인 Khori가 나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책의 흐름은 현재의 사건과 원인을 찾는 과거로의 여행, 다시 현재로 돌아와 다시 직지를 반추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다. 직지와 구텐베르크를 비교연구하는 과정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추리소설과 사실이 가미된 역사소설이 뒤엉키기 시작한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니 2014년 이 주제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V9spjNV8sY 

 

 그 살인의 추적과정에서 과학적으로 직지와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대한 유사성이 언급된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거꾸로 흘러 한글을 창제한 세종과 그 세종의 뜻을 이어받아 금속활자를 만드는 과정의 전개가 신선하다. 이런 연결고리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의 작가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돈을 잘 벌고, 무엇을 잘 만들고, 계산을 잘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역에도 다양한 역량과 천재적 재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많은 희망과 기대를 품게 한다. 1권의 마지막은 그의 책에서 보기 드물게 1권을 요약하고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 구조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이야기는 조선에서 주인공인 카레나(은수)가 다시 중세의 유럽으로 흘러가며 배경이 바뀐다. 그 카레나가 갖고 있는 금속활자에 대한 기술과 다시 그 기술이 구텐베르크로 인해서 펼쳐지는 과정은 극적이다. 중요한 것은 조선과 중세 유럽의 비교를 통해서 활자가 갖는 위력, 책의 역사 이면에 숨어있는 권력의 구조를 이해하게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달라도 권력이 지배하는 본질은 유사하다.

 

 결론은 사건의 본질과 원인, 이유를 아는 과정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직지와 한글을 통해서 우리가 체험하며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인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이 집보다 비싼 시절, 모든 기록 정보는 소수를 위한 수단이다. 지식경제사회, 지식기반사회, 정보화 사회는 현대의 과학기술 시대부터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의 시작과 함께한 인간 문명의 특징이다. 그 정보다 널리 확산되고, 다양한 인간문명의 딥러닝이 축적된 것들이 활자로 남아 고도화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의 정보화의 근간에도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세종의 뜻, 그 뜻이 널리 펼쳐지도록 한 금속활자와 편집 기술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읽게 되어 재미있다.

 

 책을 덮고 예전에 SIBF(국제도서전)에서 해본 직지 체험이 생각났다. 아이와 틀에 한지를 문질러 글자를 인쇄하는 체험을 오래 기다려서 한 적이 있다. 잘 찾아서 직지 책에 담아뒀다. 아이들이 책을 보다 재미와 추억을 함께 보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SIBF 등 행사명과 우리나라 관공서 기관명은 알수없는 영문 이니셜로 설명되는 일이 태반이다. 외국어를 잘 하는 것은 정보를 습득하는 실용적인 면이 존재한다. 그래도 본능적인 반응의 언어가 모국어다. 모국어가 중요한 것은 정체성의 부분도 있지만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능력은 외국어도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근간이 된다. 

 

직지 1-2권 세트
국내도서
저자 : 김진명
출판 : 쌤앤파커스 2019.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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