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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書)

라디오를 들으며 추억속으로

by Khori(高麗) 201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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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일 전시회 출장으로 아침부터 전자상가에 들러 110V 승압기를 구하려다보니 부산을 떨게된다. 그러고 보니 이젠 110V전원은 과거 다리미줄에 대롱대롱 메달려있던 백열전구만큼 오랜 추억이 되가는듯 하다. 박스에 써있는 이민용이란 트랜스포머의 문구가 여러가지 잊혀진 추억을 생각나게도 한다. 용케구한 사진에서 예전 월남전때 작은 아버지가 갖고 오신 라디오 사진도 구하게된다. 저 빨간녀석..


이것저것 짐을 들고 택시를 타니, 강석우, 양희은의 방송이 나오는데 중학교 교생선생님 이야기가 나온다. 몇마디 듣다가 예전 생각이 나서 혼자 웃음을 짓다보니 벌써 사무실에 도착해버리고, 방송은 기억이 나지도 않네. 짧은 시간이었는데, 지나간 추억도 이처럼 짦은가 보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참 exciting하게 보낸듯하다. 중학교시절에 우리반은 항상 평균성적 학년 최저를 기록하고, 성인군자 같은 도덕과목을 가르치는 담임은 매일 조회와 더불어 지금보면 고전한편을 한문으로 칠판에 쭈욱 쓰시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도 학년사고뭉치는 죄다 모이고, 우리반 1등이 1학년 각반의 1등중 꼴등, 2등은 한참뒤고 한가지 위안이라면 전교 꼴등이 없다는 것 정도였을것이다.


그러던 가을날 교생선생님이 두명이나 우리반에 배정되었다. 한명은 안경끼고 키작은 국어선생님이었나 아마도 과목은 그런것 같음, 한명은 참하게 생긴 음악선생님이었다. 그렇다고 사고뭉치들의 나날이 나아질리 만무하지만..


대충 요약해보면, 장난치다 교실유리창이 박살나고 친구녀석 어깨에 유리파편이 몇개 박혀 뒤지게 혼나고..몇일뒤에 말타기하다 짜부가 됬는데 친구녀석 팔이 빠지고(팔이 쉽게 빠질수 있다는 교훈)...교생선생님이 가시고 난 일이지만 슬레이트담벼락에 맨아래는 1점..맨위는 3점해가며 열심히 돌파매질을 하다 담이 넘어가서 장독이 깨지는 바람에 기겁한일..(이때 담임이 엄청나게 그집가서 간장, 된장 무마하시느라 엄청 고생했다는 ^^;;) 그 현장에 쫒아온 옆반 국어선생이 열받아서 불쏘시개 불붙은 걸로 엄청 때렸다는 기억이 새록새록하군요. 그때 백색면바지가 거의 얼룩말바지가 됬으니까요. 불붙은건 위험합니다..상당한 공포감을 동반하기도 하구요. 뭐 이런게 체험효과라고 할수 있겠군요, 가을 밤송이 따다가 짝궁녀석이 눈에 밤을 맞아 한달이나 정말 밤탱이가 됬던일, 담임이 내준 5장 빽빽이에 애국가와 대중가요를 가사쓰다 친구녀석 고자질로 사지로 끌려가다 고자질 셔틀로 둘이 동시에 암울하게 보낸 하루. 그래서인지 그 시절 노래를 엄청 많이 기억하는 이유인듯도 합니다. 그리고 방학에 이어진 빽빽이 숙제 ㅡㅡ;; 다들 할당량을 미완수 하였으나 나때문에 친구녀석 두명을 구제했다는 흐뭇한 추억이 있긴하네요..30일곱하기 5장이면 16절지 150장이나 됩니다. 한녀석은 30장, 한녀석은 12장쯤 하고, 담임이 절대 5대이상을 때리지 않기에 몸으로 떼우자는 녀석을 이끌고 교무실에 갔는데...30장을 보시고 기가막힌 담임이 화가 좀 났는데...12장을 보더니 어이상실하고..제껄 보더니 한참 생각하시더라구.."가라"하는 한마디에 셋이서 쪼르륵 나와서 해방감을 만끽했다는거 아닙니까. 게나가 나때문에 살았다고 자랑질까지. 크기를 재보니 8절지가 16절 두장보다 작어서..이걸 75장을 사서 작은 쪽으로 세줄인가 썼던것 같습니다. 나이먹고 고향에 갔다가 지나가다 한번 뵜는데도 아직도 기억하시더라구요. 그외 자주 있는 일이겠지만..'멀대'라는 국어선생님이 오시는 걸 보고, "멀대 온다" 소리치는데 쏜쌀같이 달려온 국어선생님덕에 사지를 동반한 구타에 시달리던 녀석과 더불어 전부다 운동장 뺑뺑이를 도는 반이니 지금 생각해보면 바람잘날 없고, 골치 안픈 반이었던것도 같습니다. 물론 못됬다기보단 천진난만한것이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니 여자 국어선생이 매일 눈밑을 꼬집어서 우리반에 다크써클 멤버끼리 서로 손가락질하며 엄청 웃던 순진한 시절이지요. 그외에도 셀수없는 일이 많지만요..ㅎㅎ 


이런 녀석들을 데리고, 교생 두분이 교내 합창대회에 나가려고 하니 얼마나 환장할 일이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매일 야근..아니 나머지 공부가 아니라 오빠생각, 보리밭을 남들보다 한시간씩 더 연습했던것 같습니다. 게다가 점심시간등 틈틈히 교생선생님들이 학습지도도 해주고..하여튼 그 결과 교내합창대회를 우승하고, 중간고사에서 기적적으로 우리반이 학년 최우수 성적을 기록했다는것이죠. 그래도 역시 단기효과의 부작용으로 우승기념 공연에서는 솔로부분에서 터진 파열음으로 전교생에게 큰 웃음을 주고, 중간고사성적에 므흣해하시던 담임이 기말고사결과를 보며 연신 "그럼 그렇지 이놈들"을 허탈하게 말씀하시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그래도 그 시절 친구들 9명이 자주 보는데..나름 다 자기일을 잘 하며 잘 지내는데 아직도 모이면 이때 이야기를 종종합니다. 그리고 서로 하나도 안변한다며..문제라고 하지만 변하면 더 섭섭할것 같은 녀석들이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스스로 차분해 지려고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기도 하지만 마음속에 이런 개구장이같은 마음이 아직도 많은것 같아요. 엉뚱하기도 하고. 조금씩 사라져가는 엉뚱함이 또 아쉽기도 합니다. 또 제 기억이 다 맞는지도 가물가물하긴하지만 얼추 맞을꺼에요. 그래도 고등학교가서는 훨씬 좋아졌나??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조금씩은 나아졌겠죠..착각이라도 이렇게 해야죠. ㅋㅋ


그럼 저는 오후엔 전시회 준비나 하며 내일부터는 대만으로~ 종종 접속하면 대만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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