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자마자 가장 먼저 이 책이 언제 출간되었나 찾아봤다. 1984년이다.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2011년에 '프로페셔널 CEO'라 책으로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때 봤다면 나도 길을 돌아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잠시 들었다. 그의 말처럼 성과는 부족하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을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혼자만의 생각을 검증하는 방법은 생각을 현실로 입증하는 것이다. 그 입증의 시점까지 스스로 불안하고 걱정이 생긴다. 그럴 때 생기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조금 힘을 낸다. 드러커 빠로 소문난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의 추천사가 한국에서 더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충분히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경영자의 이야기를 말하기엔 괜찮다. 왜 한국의 대표적인 경영자가 띠지를 작성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분명 어딘가 존재할 것이다.
책의 시작부터 보스턴 컨설팅의 BCG Matrix를 신나게 박살 낸다. 전에 액센츄어와 전략 컨설팅할 때 하도 짜증이 나서 컨설턴트에게 "당신 이거 해봤어?"라고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났다. 사업을 교과서에 맞추면 망한다. 전제조건이 다르고, 교과서의 이론은 현재보다 과거에 발생된 일을 정리한 결과다. 사업목표의 의사결정과 책임은 기업에 종사하는 관리자, 경영자가 갖는다. 경기분석관과 선수, 실전가와 이론가의 차이다. 그 차이가 역할을 결정한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전제조건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나의 직업이 해외영업, 무역(貿易)이라는 말 속에 변화에 대응하는데 힘쓴다 뜻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해럴드 제닌의 말을 들으면 훨씬 공감간다. 그는 분명 전문적인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가 우리가 자주 말하는 "The Difference"다. 이 차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현실에 나타나고, 성공방식의 다양성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저자는 내가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는 회계, 재무 출신이다. 속담처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에 빗대어 가끔 품평을 한다. 장부나 쓰던 좁쌀영감이 사업에 나대기 시작하면 기업이 어지러워진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절대가 없듯 경향이냐 편견이냐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이유는 장부 분석은 사업의 결과 분석이지, 사업 자체를 이해하는 도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느 분야나 '사업을 보는 눈'을 갖은 사람이 있다. 이런 독특한 안목의 소유자는 전문분야를 뛰어넘는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전문분야인 재무, 회계 분석을 기업의 온도계로 활용할 안목을 갖췄다는 것으로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실전가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딱 두 문장 때문이다.
"책은 첫 페이지부터 읽어나간다. 그러나 사업운영은 반대로 한다"
당연하고 평범한 사실이다. 드러커의 말처럼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좋은 길이라는 명제만큼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표현이 다를 뿐 의미는 유사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재일동포로 큰 기업을 운영하는 분과 공감했던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규칙이 없을 때 내가 규칙을 만드는 것'이란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기업에는 매년, 매월 목표를 만든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을 한다고 말한다. 결과를 평가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한다. 그런데 그 목표가 제대로 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적다.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나중에 시킨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고, 장애를 만든 부분을 도와주기보다 그 부분을 원인으로 면피를 구하지 않았나도 생각한다. 책임이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너무 낮아도 안되고, 분수에 넘치는 것이 돼서도 안된다. 그런 같은 생각을 보면 읽는 사람도 신이 난다.
요즘 같이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시대에, 그가 성과를 내는 경영이론,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의 생각이 이론화되지 못한 이유로 기존의 계산방식과 전제조건에 가해야 하는 제약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을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복잡하다는 말이다. '하나의 기업, 두 개의 조직'에서 언급하듯 그는 경영의 시작과 인문학적 좋은 소양,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학을 포괄적으로 고민한다. 그런 사소한 것들처럼 보이는 소양이 이론과 현실을 묶는 아주 끈적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 딱 무엇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론보다 신뢰가 이유다.
'경영자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장을 나는 좀 더 저렴하게 "그 일을 하라고 거기에 앉아계신 거예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도 거울보고 이 말을 가끔 나에게 한다.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대사에 한 단어를 추가할 수 있다. "Tomorrow is another better day" 혼자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경영이란 업을 번영시키기 위해 협력과 분업을 전제로 한다. 이 부분에서 사람의 이슈가 제기된다. 가장 어렵다. 일 앞에 평등하고 실행 앞에는 조직의 위계가 있다. 오늘 아침 내가 관리하는 조직에 특별한 지시를 하고 하루 종일 고민을 했다. 결정 하기까지가 힘들다. 결정을 하면 실행의 문제다. 그렇지만 혹시 누락되거나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리더십' 챕터의 설명을 통해, 그가 상당히 높은 사람에 대한 인식체계를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 '리더십은 가르칠 수 없다'는 주장과 '학습은 가능하다'는 주장이 배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밭작물을 논에다 심으면 다 썩을 테고, 벼를 밭에 심으면 다 말라죽는다. 지식은 학습이 가능하지만 해석은 지식에 더해진 많은 것이 더해져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양하게 누적된 인간의 소양은 품격이 된다. 저자는 경영자의 책상에서 마음가짐, 정신자세를 말하지만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Take & conditional give의 자세로는 불가능하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아야만 하는 일이다. 베풀어야 하고 베풂을 받은 사람들의 성장과 발전이 함께 지향하는 방향에서 결과를 만드는 과정이 되어야만 한다. 일방의 주입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상호 호응하듯 받은 사람의 선택과 결정이 나머지 반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책상에 대해서는 관점이 조금 다르지만 충분히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은 책상 위가 깨끗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는 사람의 정리정돈과 다른 의미다. M&A에 대한 부분은 조금 건너뛰었다. 내가 책이 출간된 이유를 찾은 이유다. 미국의 70년, 일본의 80년대 그리고 한국의 90년대에 말하던 확장적 다국적 기업, 인수합병과 같은 신자유주의라 칭하던 이야기를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편에서 그가 작고한 지 20년이 지난 현재에는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는 사업가와 다르다. 창업과 도전 정신으로 뭉친 현재의 start-up, venture와 유사하다. 그 기업들이 지금 이 시대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본다면 어땠을까? 최근 SK에서 사내 창업 아이디어 모집과 그들의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까지 추가하며 스타트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업활동을 어떻게 이해할까? 그가 경영하던 시대와 현재 시대와의 차이이자 변화다.
그가 걱정하는 것들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맺음말은 오랫동안 기억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시대에는 그의 방식처럼 많은 회의를 하지는 않는다. 기술적 도움을 받는다. 목표와 성과가 도출되는 회의는 인간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Smart board와 같은 visualized collaboration tool이 그 시대에 있었다면, 해럴드 제닌은 아마 더 성과를 냈거나 더욱 명성과 악명을 남기지 않았을까 아니 그런 기술적 도구를 활용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도 존재했을 것이다. 너무 과도한 회의보다 그 사실과 내용을 얼마나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다. 수많은 dashboard를 통해서 현재 다르게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몇 점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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