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excel table을 깎아왔다. 결론은 오늘 마루히 했다는 것이다. 보름 전에 2-3백만 개짜리 견적 요청에 지극정성을 다해 정리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모델들도 모두 견적을 내라고 해서 받았는데 물량이 30배 정도 된다. 여기서부터 즐거운 일이 아니라 머리가 딱딱 아프다.
2-3백만 개도 큰 물량이라 공격적으로 견적을 진행했는데, 물량이 30배가 오면 견적이 원가 이하가 돼야 하는 거야? 아이고.. 천억 넘는 입찰과 수주를 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해 본 견적질 중 가장 금액이 크고, 기간도 길다. 가격표를 AI로 만들 수 없지만 다양한 고려요인을 반영하게 함수를 넣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로 했다. 결과를 보고 나니 두통만 잔뜩 생긴다. 가격리스트가 아니라 가격 매트릭스를 달라고 하니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라는 육두문자가 나오려고 하지만 참고 열심히 해야지.
문제는 본사도 다들 눈알이 돌아갔다 훌륭하게 지난번 견적 낸 원가를 20% 올려서 갖고 왔다. 도랏??? 미친 거야?? 아이고.. 원가분석 오류인가? 지난번 낸 건 어떻게 해야 하지? 개늠자식득 일 저지르고 전화를 안 받고 어제 업체랑 중요 미팅이 있어서 어쩌고 하면서 떠들어 댄다. 성질 같아서는 거꾸로 매달아서 짤순이에 넣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결국 휴먼에러다. 그리고 자료가 안 와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어대며 오히려 엄청 말을 길게 해댄다. 전화기 당기면 이 녀석 내 앞에 나타나나??? 며칠 동안 정리하느라 연인도 아닌데 보고 또 보고를 계속하게 된다. 꼭 이럴 땐 미팅이나 손님이 방문을 한다. 아이고..
본사에서 뭘 추가 검토한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했다. 이것들이 또 '가격이 올랐어요~'라고 하면 전부 황해바다에 넣어서 탈수기를 돌려야 할 판이다. 전부 정리하고 보내려다 한 번 더 보니 역시나 수정할 부분이 보인다. 이것저것 점검해서 수정하고, 다시 다른 모델들 분석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
고생한 본사 파견 직원에게 "오늘도 내 손가락 눌러야지~"했더니 콕 누르고 내일 집에 간다고 신나서 일찍 퇴근했다. 내 손을 떠날 때까지 최선을 다 했으니, 결과는 받은 사람이 정리하는 일이다. 오늘은 저녁에 수영하고, 숙면을 취해야겠다.
#천상잡부 #해외영업 #견적 #price_table #carpenter #목수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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