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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천상잡부 - 비행기랑 기차를 얼마나 탄 거야? 여행인지 출장인지, 어떻게든 되겠지 뭐.

by Khori(高麗)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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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에서 갑자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전시회를 잡아서 가게 됐다. 웬수 녀석들이 전시회 잡고 미팅을 잡기 시작해서  달 동안 난리도 아니었다. (미친 거야? 나한테  이런 거냐?) 계획 단계부터 일정, 미팅 테이블을 만들고, 자료 준비를 하던 입장에서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앞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급하면 "삼촌!"하고 부르고, "잡부"처럼 해야 할 일을 만들어 온다. 전에 "한 번 와볼래?"라고 했던 고객에게도 "가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른 곳은 기존에 거래를 하던 업체이지만, 사업부가 다르다. 어찌어찌 미팅을 잡았다. 다른 곳도 규모가  업체다. 어이가 없는 용감한 녀석들이 비자가 없어서 못 간다고 한다. 막상 탈수기에 넣고 진상을 파악해 보니 헐.. 까였더만. 현재 공급사 추가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내게 갖고 왔다. 내가 살 수가 읎다.. 하고 싶은 말도 읎고.. 아니 그렇다고 넋 놓고 있는 꼬락서니도 맘에 안 든다. 어디 갈고리로 걸치기라도 해야지 손을 놓고 있어. 아이고..

 

 비행기 타기 전에 우선 목수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거 되면 노후에  놀아볼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이런 계획보다 닥친 일을 하느라 더 정신이 없게 돼버렸다. 멀리 가는 비행기를 안타는 노인양반들이 갑자기 가시겠다고 한다. ㅡㅡ;;; 점입가경으로 일정이 달라서 먼저 비행기를 타시겠단다. 처음 가보는데 유튜브로 찾아보니 거시기하다.. 품평회까지.

 

https://brunch.co.kr/@khorikim/1240

 

목수일 끝! 결과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지

천상잡부 - | 몇 주째 excel table을 깎아왔다. 결론은 오늘 마루히 했다는 것이다. 보름 전에 2-3백만 개짜리 견적 요청에 지극정성을 다해 정리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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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직전에 가보고 프랑크푸르트는 정말 오랜만이다. 시간이 흐른 만큼 공항은 보수공사 중이다. 택시나 우버 기사들이 전에 못 보던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것만 기억한다고 한다. 어차피 사람은  좋은 것과  맺힌 것에 집중해서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전과 다른 쓸데없는  많이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베가스에 갔을  미국은 60-80% 이상 물가가 올랐다고 느꼈다. 공항에서 시내면 25~28유로였는데, 택시를 타니 40유로 정도 나온다. 돌아올  공항에서 볼빅 500ml를 사 먹었다. 먹다 보니 아.. 이게 3.15유로면 5천 원짜리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여기도 50% 이상은 오른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해서 얼라들..물론 애들은  직책보단 삼촌이라 부르지만.. 학센을 먹어보겠다고 한다. 아니  독일만 오면 '슈바인스학센'을 못 먹어서 난리야. 게다가 일요일 저녁에. 전에 가봤던 곳 중에서 가기로 했다. 어린이 입맛인 나는 슈니첼(얇은 돈가스)을 시켰다. 애들도 학센보단 슈니첼이  좋고, 시큰둥하던 소시지를  좋아한다. 학센은  훈제 칠면조 같아서  별로던데.  나라랑 폴란드에 가면 하여튼 감자는 원 없이 먹게 되는  같다.  조그만 바케트 빵과 치즈가 좋던데. 당근 삶은 계란 하고.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부터 ICE를 타러 갔다. 노인 양반이 분명 1등석 노래를 부르며 끊는다고 하더니 야밤부터 계속 물어볼  알아봤어야 한다. 아침부터 중앙역에서 타려던 계획이 노인 양반 계신 곳으로... 어르신의 위력은 6명 표를  방에 부담했다는 사실. 자리 지정이 아니라 KTX자유석처럼 끊어줬는데... 입석이 됐다. 노인양반이 아침부터 멱살을 잡고 "네가 못살아, 자리 있을 거라며"라며 잔소리가 ㅎㅎ (사실 미래는  수가 없지. 찍는 거지) 기차가 연착돼서 그렇다는 설명과 30분 정도 지나서 자리가 나서 앉았다. 아직도 2시간을  가야 한다. 지난번 목수일한 업체보다 훨씬  업체가 기대가 크다. 

 

 

 계열사별로 되었던 자료를 하나로 내가 취합을 해서, 결국 PT도 내가 하게 됐다. 발표하며 중요한 것은 역시 노트에 열심히 적었다. 나도 고객들에게 confidential 자료는 못 준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열심히 쓰라는 말을 둘러서하는 말이다. 눈치껏 알아서) 글로벌 리딩 기업처럼 자기들 PT는 보여주고 안 준단다. 역시나 본사에서 온 손 많이 가는 것들 중 딱 한놈만 조금이라도 써놨다. 그래 오가던 기찻길 옆 푸른 들판 사이에 유채꽃이 노랗고 아주 이쁘게 피었더라. (이때  들판은 누가 갈아놓은 거야? 힘들겠다 이런 생각을 잠깐 했음)

 

 질문을 하는 구매담당 언니가 보통이 아니다. 전체 규모를 물어보는 게 아니다. 각 제품별로 필요한 걸 물어보다 전체를 물어보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걸 보니 스마트하다. 1+1=2에서 대개 2란 답만 구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를 파악하고 계별적으로 물어보며 관점에 따른 다양한 우리 구조를 그리고 앉아있다. 순진한 본사 애들이 열심히 답을 하려고 하길래 다리를 한 번 꼬집어줬다. 곤란한 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고 어떨  A를 물어보면 적절하게 B를 답하기도 해야 할 때가 있다. 곤란한 질문도 있었는데, 노인 양반이 "아까 그거 물어볼 때 너 죽는구나 그랬는데 ㅎㅎㅎㅎ"라며 좋아하신다. 옆에 있는데 마주 보는 사람처럼 액션을 취하면 역시  말이 없지. 기차역에서 화장실 간다는데 동전을 안 주고 싶더라고요. 

 

 구매담당 언니보고 미팅 끝나고 "필요한 건 다 적었지요?"라고 대놓고 물어봤다. 처음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싱긋 웃는다. 원래  줄듯 주고, 줄듯  주고 이렇게 밀당을 안 할 수 없으니까. 무엇보다 개발 대장이 본인들 콘셉트와 다른 제품을 진행하는 사항을 물어보는 것을 보면 관심은 있어 보인다. 돌아오는 3시간 동안 내일 PT narative를  수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다. 어차피 내일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놈들이란 느낌이 드는 회사다. 오래전 마쯔시타(파나소닉)가 전자업종에서  가닥 할 때의 느낌처럼  회사를 보면 열받아서 서양판 왜놈이란 느낌이  때가 있었으니. 

 

 아침부터 기차를 2시간 타야 한다. 본사 로열패밀리 얼라가 온갖 이유와 타당성을 대며 렌트를 해야겠다고 틈만 나면 떠들어 댄다. 노인양반이 "람보르기니라고 몰아보려고?"하고 물어봤는데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개드립을 계속.. 결국 아침에 기차 대신 벤츠 해치백을 타게 됐다. 아이고..  녀석 소원은 통일 아니라 '아우토반'이구나. 미국에서도 달려보고 유럽만 달려보면 되겠네. 뒷자리에 앉아서 200 찍으면 차에서 담배 피운다고 경고했다. 나중에 보니 잠들었을  200 찍었다고 신이 났다.

 

 

 시골길에 자율주행 개발 테스트 차량이 있다. 지붕에 달리 카메라들과 차속에는 대체 어떤 장비가 있을까 궁금하다. 

 

 시골  구석에 도착해서 업체에 도착했다. 대문을 열어주더니 다시 문을 닫는다. 저쪽에 보이는 건물에 가서 입장등록을 하고 오란다. ㅡㅡ;;; 문은  열어준 거야? 담당자들이 와서 확인을 하고 회의룸을 예약했다면 회의실로 가잔다. 아까 문 열어  곳으로 다시 왔다. ㅡㅡ;;; ID카드를 대니 소리가 나는데 문이  열린다. 여러 차례 문을 열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대문 열어준 아저씨가 다시 와서 열쇠로 열어줬다. 어찌나 웃기던지 "마지막 보루는 역시 아날로그야"라고 했더니 다들 재미있나 보다. 

 

 회의실에 앉으니 점심시간 때라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다. 주문을 해놨는데 물과 음료가  왔다고 한다. 시골이  그렇지. 화기 애애한 분위기로 미팅이 진행되었다. 아예 기대가 없어서였는지 분위기가 훨씬 좋게 느껴진다. Audit이야기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분위기 완전 므흣해진다. 사실 오늘 전시회 첫날인데 본사 직원들에게 "지금 뭣이 중하냐? 전시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르는 사람이 중요하냐? 아니면 목표가 확실한 잠재 고객이 중요하냐?"라고 닦달해서 전시장에 덜렁   남기고 미팅에 다들 참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느즈막에 작은 백? 보퉁이? 하여튼 메신전 백이라고 하기엔 작은 파우치 사이즈를  아저씨가 들어오셨다. 명함도 없고, 자기가 전체 개발 리더라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명성이 유명한 업체답게 프로세스, 검증, 확인, 재수정등 PMP난 Agile Process에 맞게 이야기를 하다가 무슨 트리즈도 아니고 아저씨 질문이 아주 기가 막히다. "그러니까 아주 급한 일이 생겼어. 우리도 그러기 싫은데 최종 고객이 발주서주고 개발도  된걸 당장 만들어 오래. 그럼 얼마나 걸려?"라고 물어본다. 처음에 그래도 분위기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아저씨 질문은  질문을 묻고  묻고 한다. 문득 '아 방심했어..  회사 분위기가 원래 저거였는데 ㅋㅋㅋㅋㅋ'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기업이 잘 리드하고, 우리가 최선을 다 할 테니 잘 되지 않을까요?'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더니 씨익 웃더니 "우리 회사 000이야"란다. 그래 이 기업 계열사들은 항상 우기기 대신에 "WE ARE 000"이란 말로 내 기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막무가내의 목표달성의 경우가 생긴다는 말이니 전체 리스크, R&R을 보면 fast agile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impossible is impossible'이라고 이야기했다.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불가능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You are 000 and That's why we are here"라고도 답해줬다. 저런 답은 정확한 수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지, 열정, 실력 외에도 태도와 관계 사업전체 대한 접근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느낌은 어제보다 좋다. 회의 끝나고 자기들 로드맵이 들어 있는 PT자료도 준다. 기대이상인데!

 

 다음날 전시회에 박사 아저씨와 구매 담당 언니가 같이 오셨다. 박사 아저씨 왈 "나를 보려면 이 언니를 통과해서 와야 한다. 우리 000인 거 알지?"라고 하신다. 우리 회사 노인 양반은 나이 들어 내가 여복이 터졌다고.. 사무실도 고객사들도 여인천하라고.. 이게 말인지 방귀인지. 

 

 고객사를 나오기 전에  시간을 이동해야 해서 화장실에 갔는데, 불이 안 들어온다. 이거 실화냐? 이런 글로벌 기업 화장실에 불이 안 들어온다니. 빛이 없으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오고 들어간 얼라가 고민하길래 문을 잡아주고 서있었다. 마치 어려서 재래식 화장실 갈 때 누가 불 좀 들고 서있는 그런 기분?? 출발  식당을 찾아보니 한국식당이 있다. 이런 시골에도 한국 식당이 있다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주인아주머니가 맛은 없지만 맛보라고 김치도 주셨다. 다음에  오라고 하셔서 "제가 다음에 오면 정말  되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박수를 쳐주신다. 아주머니 사장님 때문에라도 다시 와야겠다.

 

밖에 나오면 라면만 한 게 없다. 주인장과의 컨센서스

 

 돌아와서 시간이 조금 남는다. 애들은 전시장에 버려둔 옥분이를 데리러 갔다. 나는 우리 사무실 아낙네들 심부름 겸 쇼핑을 갔다. 오래간만에 타보는 트렘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레트로인지 궁상인지.

 

 

 애가 둘이 아낙네에겐 Faber를 살려다 아이가 쓰기 좋은 이런 걸 사주기로 했다. 크레용인 줄 알았더니 색연필이다. 가게 주인이 애가  살이냐고 물어본다. 우리 별봉인가 군대를 갔으니, 주인장이 보기에 손자 손녀가 있을 나이는 아니고, 그렇다고 애가 그렇게 어리다는 생각도 안 드나 보다. 이런 걸  본지  오래되었는데. 딸바보인 사무실 동생에게 색연필이 사주기로 했다. 본사애는 펠리컨 만년필을 찾던데 뭔지 알 수도 없고, 알리익스프레스에 있길래 거기서 네가 알아서 사라고 했다. 조카 미션이라  일이란다. 알리바바 알려줬구먼.. 참..

 

 사무실 막둥이의 요청은 여러 가지인데.. 우선 여성동지들 변신장비인 캡슐을 사 오란다. 사 오라는 게 없어서 지나가던 독일 처자에게 물어봤더니 "네가 쓸 거야?"라고 물어본다. ㅡㅡ;;;; 그러고  웃는 건데. DM에 들러 A-Z비타민과 루테인을   샀다. 도착해서 가방을 열어보니 루테인은 없다. 어느 나라 세관 놈이 갖고 간 거냐??? 

 

 마지막날 전시회는 애들 보고 잘하라고 했다. 아침부터 어린이 입맛에 맛게 떼려 먹고.. 

 

 어제 애들하고 먹은 술도 깰겸 한식당을 찾아갔더니 사라졌다. 우버를 불러서 공항 가려고 탔는데 "비행기 연착" 메시지가 온다.  타자마자 어이가 없다. 예전 데스티네이션을 찍었던 에센 출장 같은 느낌이 들라고 한다. 

 

 공항

 

 공항에 도착해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4시간 전에 티켓팅을 하는데 연착으로 음청 많이 기다려야 한다. 담배를 피우러 나갔는데, 이쁘고 작은 딸아이와 엄마, 그리고 26인치 되는 캐리어 4개를 끌고 가는 아빠를 보게 됐다. 배낭도 메고, 메신저 백도 하나 메고. 갑자기 이중섭의 황소가 생각나다. 희한하게.

 

 겨우 게이트 앞까지 왔는데, 계속  기다려라, 언제 될지 확실해 주면 알려주겠다(나도 모르겠다)라는 방송이 계속 나온다. 2시간 넘으면 바우처라도 주며 입에 뭐라도 물려줄 텐데 독일은 바우처 줘도 도로 나가야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도  시간 정도로 때웠으니 다행이다.

 

 여기저기 세상이 온통 소란스럽고 시끄럽다. 사진과 실제는  다르지만  동네도  안정화되고 우리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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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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