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띵가띵가 시간을 흘러 보내고 있다. 창밖의 시원한 뷰만큼 요즘 아침 날씨가 시원하다. 싱그러운 햇살이 데구르르 굴러와 창문을 떼리고, 파란 하늘과 말끔한 도시 배경이 '지금은 꽃놀이 갈 시간이야?'라고 속삭인다. 오늘은 놀아재껴볼까? 그렇다고 아저씨가 딱히 할 것도 없다. 이런 기분 좋은 상태에서 자극이 오면 개저씨 되기 십상이니까. ㅎㅎ 민폐는 멀리하고 방구석에서 자판기나 두들겨야지.
새롭게 판을 정리하고 일 한지 조금만 지나면 1년이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서없이 뭔가 많이 저지르긴 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도움이 고맙고,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이번 달은 몇 가지 계약이 예상된다. 하던 일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대신 환율이 올라서 걱정이다. 마친 상승장의 주식차트처럼 올라간다. 반면 주식은 한참 나락행 열차인지 설국열차인지 급행은 확실해 보인다. 새롭게 시작한 분야에서도 어이없는 판매계약을 할 것 같다. A란 제품을 대체하겠다며 요청이 왔는데, A란 제품으로 계약을 조심스럽게 생각 중이다. 다들 주변에서 미친 거 아니냐고 하고, 밑져야 본전이라 해 본 일인데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어마어마한 견적을 낸 것은 역시나 시간이 걸린다. 일정을 좀 물어봤더니 거의 '닥치고 9월까지는 기다려!' 하는 엄한 멘트가 나왔다. 췟. 다른 곳은 견적 후 장시간 검토, 비교, 분석을 하느라 독수공방 과부처럼 기다림의 미학을 즐겨야 할 판이다. 또 다른 고객은 prototytpe검토 결과를 보고 즉시 조치를 하고 pilot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반기에 실질적인 사업이 시작될 것 같다.
미국 고객과는 7개월 정도 이야기 하고 견본 검토 승인이 났다. 고객이 너랑 7개월 동안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하고 했는데 잘 진행해 줘서 고맙다고 한다. 어떨 땐 수주보다 기분 좋은 일은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사업도 연애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을 이해하고 돕고, 가끔 주인님의 잔소리에 RMA(뭐 AS란 소리지) 대응도 해야 하고. 이렇게 보면 사업이나 연애나 삶이나 차이가 있나?
또 다른 고객은 문의 사항이 조금 곤란해서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그날부터 계속 '넌 할 수 있다", "조금만 해 보면 안 될까?", "실패해도 책임은 내가 진다!" 이런 메일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의지가 돋보인다. 역시 더 검토를 해봐야 하나?
그 외에도 본사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계열사 임원들도 방문을 한단다. 반기 마감에 바쁜데 참. 이렇게 저렇게 6월이 가겠다. 화창한 초봄이 가면 무더운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오면 조금 더 나아질 듯하다.
#천상잡부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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