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3편은 서론에 불과하다. 긴 서론은 지루하기 마련인데 늦은 밤까지 보게된다. 최근 손에 날라온 3권의 책이 의무로 다가옴에도 계속 십이국기를 보는 매력와 나를 돌아본다.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읽어야 소설이 재미있다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단지 소설에서 그려지는 신화속 생물들을 꿈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상상해 본다. 나는 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오롯한 나이지만 조연이라도 주인공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이 더 많다.
2편은 0편과 1편의 이야기를 연결해주는 좋은 고리다. 0편의 다카사토가 신화의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가 다이키라 불리는 흑기린이라는 것과 진정한 기린이 되어가는 과정, 왕을 선택한다는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동시에 1편의 요코가 경왕이 되는 과정, 경왕을 모시는 또 다른 게이키라는 기린과의 관계를 알아가는 것이다.
숙명처럼 왕을 모시는 고고한 존재의 삶을 현재에 그려내기 쉽지 않다. 왕을 모시는 수 많은 역사속의 책사의 모습과 동양의 인의예지신과 같은 주제, 음양과 오행이라는 내용을 섞어서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참 탁월하다. 소설을 보면서 뛰어난 작가들 또한 천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꼭 세상에 물질적 성취나 권력을 쟁취하고 어떤 업적을 남기는 뛰어난 사람, 학문적 성과를 이끌어 내는 사람만이 천재가 아니다. 하늘이 내린 재주란 세상에 크게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린은 고고하고 뛰어난 성인군자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왕을 선택하고도 갈등하는 다이키의 모습은 성장을 갈망하는 마음속의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한가지 부러운 점이라면 봉산이란 곳이다. 기린은 봉상에서 여선들에 의해서 성장하고 가꿔진다. 막연히 그렇게 평화롭게 세상과 격리된 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왕이 되고자 산을 오르는 자들이 마치 그런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일반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왕과 기린, 안국, 경국, 교국의 이야기가 얽히며 이야기가 서서히 무르익는 것 같다. 4번째 책을 조금 아껴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 6권이나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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