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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1685~1750)
바흐(1685~1750)의 모든 음악들은 그 성격상 두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교회적인 음악입니다. 독실한 프로테스탄트였던 바흐가 신에게 다가서려는 마음을 담아 작곡한 곡들이지요. 물론 그것은 자의적인 측면과 동시에 교회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해야 했던 바흐의 직업적 측면을 포함합니다. 말하자면 의무감으로, 직업적 소명감으로 작곡한 곡들도 적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렇다고 바흐가 투덜거렸던 적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모차르트와 확연하게 달랐던 바흐의 캐릭터라고 볼 수 있지요. 이 과묵하고 성실한 음악가는 군말 없이 작곡에 몰두해, 다음날 아침이면 예배에 사용할 음악을 어김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곤 했습니다. 오늘날 연주되는 바흐의 수많은 교회음악 걸작들이 대체로 그렇게 태어났지요.
또 하나는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했던 곡들입니다. 이런 계통의 음악들은 대부분 귀족의 의뢰를 받아 작곡됐고 바흐는 그에 따른 보수를 받았지요. 변주곡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곡으로 평가받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로 그 계통을 대표하는 음악 가운데 하나입니다. 순수하게 기악적인 즐거움, 게다가 18세 때부터 교회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일했던 바흐의 건반 테크닉이 집대성된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바흐는 음악적 즐거움을 추구하면서도 결코 산만해지거나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법이 없습니다. 정확하고 균형 잡힌 통제력이야말로 그의 음악 전편을 수놓는 미덕이지요.
이 곡의 음악적 연원을 따지기 위해서는 바흐의 결혼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바흐는 23세 되던 해에 사촌누이인 마리아 바르바라와 결혼했지요. 한데 그 아내가 13년 후에 네 아이를 남겨놓은 채 세상을 떠납니다. 당시의 바흐는 매우 상심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넋을 잃고 있을 수는 없었겠지요.
두번째 아내인 소프라노 가수 안나 막달레나와 결혼한 것은 그 이듬해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상처한 지 1년만에 어찌 그렇게 서둘러 재혼할 수 있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대적 관습이었습니다. 게다가 바흐의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정리돼 있었을 겁니다. 여성을 향한 은밀하고 낭만적인 열정 같은 것은 바흐의 기질이 아니었지요. 그보다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집안을 제대로 건사할 수 있는 내조형 아내를 원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바흐가 두번째 아내인 안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사랑의 방식이 달랐던 것이지요.
1736년에 카를 폰 카이저링크(1696~1764) 백작이 변주곡 작곡을 의뢰해 왔을 때, 바흐는 두번째 아내를 위해 작곡했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1725)의 한 귀절을 떠올렸지요. 그것이 바로 이 유명한 변주곡의 주제가 됩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름답고 장중한 주제(아리아)를 맨 앞에서 제시하고 이어서 30개의 변주를 펼쳐낸 다음, 가장 마지막으로 다시 주제를 등장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설에는 백작이 잠을 못 이뤄 ‘수면제 음악’으로 작곡을 의뢰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독일의 음악학자 J.N. 포르켈이 쓴 <바흐의 생애와 예술>에 등장하는 일화입니다. 이 유명한 책은 바흐에 관한 최초의 전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면 음악 일화가 ‘정설’로 인정받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기록에서도 ‘수면제 음악’ 운운 하는 내용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포르켈이 잘못 취재했거나 과장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게다가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잠을 자는 데 별로 도움이 될 성싶지가 않습니다.
바흐는 이 곡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지요. 1742년 <클라비어 연습곡>의 제4부로 출간된 이 곡은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개의 변주’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습니다.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고용된 클라이버 연주자의 이름이 골드베르크였던 까닭에, 그의 이름이 그대로 변주곡 자체의 명칭으로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바흐는 독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매우 논리적인 측면을 추구했던 사람입니다. 신앙과 논리는 그에게 별개의 것이 아니었지요. 그는 합리적인 것이야말로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곧 신의 섭리라고 믿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바흐는 숫자에 대해 일종의 집착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3’은 그가 아주 선호했던 숫자였지요. 바흐는 삼위일체의 상징성을 내포한 그 숫자에 대한 집착을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도 드러냅니다. 3의 배수로 이어지는 변주곡들, 예컨대 제3, 제6, 제9, 제12 등의 변주에서 바흐는 음정을 1도씩 증가시킵니다.
변주가 쉼 없이 이어진다는 것은 순수하게 음악적인 동시에 수학적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곡은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지루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듯한 답답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는 애깁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감각에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앞으로 쭉쭉 직진하는 음악이기 때문일 겁니다. 베토벤의 음악이 그런 것처럼요.
한데 고맙게도 바흐는 곡의 중간에 이정표를 하나 세워놨으니,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바로 15번째 변주가 그것이지요. 대체로 빠르고 활달한 분위기의 변주들이 펼쳐지다가 바로 이 중간 지점에서 바흐는 속도를 확 늦춥니다. 선율도 우아하고 아름다울 뿐더러 조성도 단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당신은 바로 이 15번째 변주를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것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맛있게’ 듣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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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바흐의 결혼 생활이 음악에 끼친 영향 - [골드베르크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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