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여전히 눈이 떠지고 피터 드러커의 '기업가 정신'을 몇 챕터 읽었다. 희한하게 이런 책은 잘 익힌다. 익숙한 것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좋고 또 의구심이 든다. 책을 한 시간 정도 보다 다시 졸다가 아침밥 준다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밥 먹고 나니 여름 날씨가 여전히 사납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위에 뒹굴러 다니는 달봉이보고 산보가 가자고 했다가 일명 뺀지를 먹었다. 마나님은 혼자 나갔다오라고 한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 읍내 근거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더운 날에도 갑옷을 잘 차려입은 장군님은 여전하시다. 세상 여러 곳을 많이 싸돌아다녔지만 의외로 서울에 산지 오래되었는데 가본 곳이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읍내 한 복판은 그래서 낯설지 않은데 버스가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가며 소풍 온 것처럼 두리번거리게 된다.
입구에서 만나는 웬디 워홀의 꽃이다. 팝아트는 글쎄? 미술관옆에 임시정부 돈을 슈킹 까다 탄핵당한 자를 연구하는 곳이 있다. 처음 석파정이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이하응의 호다. 한명회의 압구정, 이하응의 석파정.. 그 옆에 저런 거 연구원이 있다니 참나.
전시 제목이 '너는 잘 지내고 있니?'다. 이중섭의 편지가 남아 아비의 가족과 자식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남기고 있다.
천경자, 박수근, 장승업 등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석파정에 올라가는 곳에 황소그림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황소와 흰 소 원작을 본 적이 있다. 소를 볼 때마다 역경을 헤치고 나가는 힘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이중섭이나 아빠들의 희망사항 같아 한편으로 짠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보는 이 녀석은 '너냐?' 그러며 웃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상태에서 보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나 보다.
추사의 글씨도 있고, 신사임당의 초충도도 있다. 그래도 내겐 남계우의 나비만 한 곤충 그림이 없는 것 같다. 플픽 사진으로 쓰고 있는 중이다.
빛과 관련된 그림을 보면 여러 생각이 난다. 사실 세상의 색이란 빛의 마법에 따라 달라진다. 그림의 물방울도 또 가까이 가보면 멀리서 보는 실물과 같은 느낌과는 또 다르다. 이런 빛을 쫓는 화가, 과학자들을 보면 그저 신기할 뿐이다.
동선이 비슷해서인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여인네가 자꾸 사진에 등장하게 된다.
천경자의 작품인데... 흠 나는 이런 혈색 없는 톤의 그림은 좀 꺼려진다. 꽃을 꼽고 나비가 날아다녀도.. 무섭거든.
어떨 땐 눈으로 보는 것보다(사실 요즘 뵈는 게 점점 없어지는 경지에 다다르는 중) 사진으로 보면 훨씬 잘 보일 때가 있다. 월리를 찾아서도 아닌데. 사과가 참 풍성하다.
그림처럼 보이지만 작은 조명과 금속판으로 만들어 둔 작품이다.
어둡게 설정하면 작품 위로 불꽃같은 플레어가 보인다.
그림이라고 하긴 어렵다. 유리에 굴곡을 주고 그 굴곳들 사이로 빛이 모여 윤곽을 만들고 있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의 2d 모습이지만, 옆이나 위아래에서도 보면 또 다르다.
미술관을 지나서 4층까지 오면 아저씨가 있다. 영수증에 사인해주고 "재입장 안됩니다"를 반복한다. 여기에도 저분이 있네.. 흠..
교과서에서 조선의 정원은 자연을 그대로 살린 느낌이라고 하는데 전형적인 그런 느낌을 갖게 된다. 너럭바위, 시내가 흐르고, 물소리를 즐기는 '유수성중관풍루'도 있다. 무엇보다 자연과 비교해 소박하고 아담한 고택이 그래서 참 보기 좋다.
당대 난으로 이름을 날리던 흥선대원군의 멋이랄까? 옆에 고종이 자고 간 프레지덴셜 룸.. 아니지 엠퍼러룸이 있다.
석파정을 나오며... 극세사화처럼 복숭아 털까지 그려 넣은 모습을 보며.. 사람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읍내 넘어까지 갔다가 집으로~
#미술관 #석파정 #이하응 #이중섭 #정원 #서울 #싸댕기기 #kh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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