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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잡부(天上雜夫)_ 사업관리 시즌 2 (해외영업 시즌 1) )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종종 힘들지

by Khori(高麗) 2017.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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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LG전자 (꼰대를 찾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라스베가스로 다시 출장을 가야 하는데 신입사원을 아직도 못 뽑고 있다. 다녀와서는 젊은 청춘은 직업을 얻어 꿈을 키워가고,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재미지게 함께 같은 방향을 걸어가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지난주엔 러시아, 이번 주에는 미국을 가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 그보다 문제는 체력이다. 무협지에서 단전이 파괴되어 무공을 쓸 수 없는 모습이 나온다. 요즘 내 상태가 자율주행이 가능한 좀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막상 오늘 비행기를 타야 하니 내가 미쳤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도 맞고,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 말도 맞다. 자신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판단을 위해서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즘 한 가지 성가신 일이 생겼다.


 Solution 기획을 하고, 내부에서 만들 수가 없어서 남의 회사 연구소장으로 간다는 사람을 회사에 납치해와서 팀장을 시키고, 그 사람이 일 년 동안 실물을 만들어 가는 동안 기획안과 실행 수준에 맞춰 선행 영업(pre-sales)을 해왔다. 그리고 그 성과가 조금씩 작년부터 시작되더니 금년부터는 그 성과가 나온다. 작년 동년동기 대비 큰 성장률과 최근 러시아 전시회에서도 기대보다 성과가 아주 좋았다. 특허 결과도 5월이면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더욱 좋은 성과도 약속되어 있다.


 나의 만족 이전에 나의 생각과 상상을 현실에 구현해준 많은 개발자들, 나를 믿고 함께 열심히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간 우리 팀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세부적으로야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면서 각자의 꿈을 꾸고 만들어 간다는 것은 큰 기쁨이며 자부심을 갖게 한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뜬금없이 임원이 제품명을 바꾸고 싶다고 한다. 이유는 지금의 기술적 구현이 아니라 과거의 기술적 구현 방식에 사용하는 용어가 들어가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다.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세대가 은퇴세대이고,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기술의 전환, 시장 주요 세대의 변화와는 상관없는 꼰대 정신이다. 제품의 이름과 정의는 기획단계 늦어도 시장에 나가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다. 


 선장실에 앉아서 조타기 발로 돌리는 이런 뜬금없는 소리를 듣다 보면, 여기까지 도움 없이 노 저어 온 실행자들의 입장에서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내부인이기 때문이다. 기획, 개발, 실행, 마케팅, 영업의 과정에서 한마디 기여와 지원도 없이 자리값을 한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사실 분노가 생긴다. 지적재산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도둑질과 다를 바 없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물론 나도 내가 했다는 소유의 차원에서 생각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들인 결과가 이름을 통해서 상징이 되고 이 상징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언어가 된다. 이것이 통용되기 시작하고 익숙해진 상황에서 상징을 바꾸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사람으로 치면 하루아침에 성을 바꾸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1년간의 프로모션 과정을 생각하면 잃을 것이 많아 불가하다고 했다. 다음날 또 이런 소리를 하시길래 불가하다고 대답했다. 직접 하시겠다고 하길래 이 또한 불가하다고 했다. 직접해봐야 회사 안이지, 일일이 고객들 쫒아다니면서 하실 분도 아니니 말이다. 불가하다는 대답을 당당하게 하는 것은 나 스스로가 사사로운 욕심에 방점을 찍지 않았기 때문이며, 이런 사사로운 사리사욕이 사업과 전체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가는 전시자료에 바뀐 이름이 눈에 띈다. 걱정은 잘 알지 못하며 이렇게 일통을 저지르면 제품의 일관성이 있는 프로모션에 큰 지장이 발생한다. 실물과 홍보물의 차이, 메뉴와 설명의 차이는 고객들의 이해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준비 없이 사리사욕에 만들어 가는 헛발질을 보면, 무엇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분명 한 번의 허영심에 들뜬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일이겠지만, 이로 인해서 피곤한 여러 사람들을 보면 또 여러 생각이 든다.


 사람이란 지위를 탐하기 전에 지위에 맞은 인품과 재능을 갖아야 하며, 특정한 지위를 맡으면 그 지위에 요구되는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권한은 꼭 필요한 때에 맞추어 주어진 만큼 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밥그릇만 채워서 지위를 얻게 되고, 감독이 자꾸 선수 대신 경기장에 들어가 퇴장카드를 받는 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몇 년 전에 유행하던 매트릭스 테이블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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