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서 신규인력 채용을 2월부터 시작하고 있다. 작년 말에 진행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저런 이유가 보통 말하는 취업시즌보다는 늦은 시절에 시작을 하는 원인이 됐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대기업의 선호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대조적으로 나타난 기사가 실감 난다. 이젠 대부분이 대학을 가는 고학력 시대의 경쟁은 더욱 선호와 비선호가 가중된 사회를 만들었다. 세상엔 다양한 일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더 힘든 일을 할 사람을 사회는 필요로 하고, 굳이 내가 나서서 적은 대가와 힘든 노동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맞다. 그래서 경쟁을 하게 되고, 사회적으로 이런 편중을 보완하는 제도가 존재한다.
상장사면서 중견기업임에도 사람 뽑는 것은 쉽지 않다. 인사담당 차장은 지원자가 적다고 말하고, 나는 오는 사람만 마우스로 깔짝깔짝 눌러보지 말고, 시간 날 때마다 인력풀을 검색해서 찾아보라고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한다. 어찌나 잔소리를 했는지 우리 팀원들에게도 엄청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거렸다는 후문이 나한테도 들린다. 출장을 다녀와서 아침부터 우리 팀보다 인사팀 차장을 찾아가 "일주일에 한 명씩은 찾으라고 했지?"하고 잔소리를 했다. "두 명이나 찾아서 보냈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두 명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증명서를 출력했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 서류다. 관련 파트장이 어깨 너머로 좀 보겠다고 기웃거린다. 읽어 보고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더니 기대반 심통반으로 자리에 가서 앉는다. 이력서를 내는 일도 많이 해본 세대가 아니지만, 채용 담당자가 아니라면 입사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고, 판단하고, 면접을 보는 것도 잦은 일은 아니다. 자주 있지 않은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 나의 검토와 판단이 존재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라면 젊은 청춘의 인생이 머물고 있고, 나의 행동이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중대한 사실이다. 다 읽고 파트장에게 넘겨주면서 주의를 주었다. 읽다 보면 판단이 생기고 붙어 있는 사진이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들고 있는 서류에 젊은 청춘의 인생이 들었으니 소중하게 생각하고 보라고 했다.
한 명은 파란만장해 보이는 과정을 거쳐왔고, 한 명은 모범적인 자기 삶을 기술했다. 누구의 삶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외영업이란 직무연관성 부분이 모두 모호한다. 외국어를 잘한다고 기술했지만, 외국어를 잘 하는 기준이 결코 시험 점수가 될 수 없다. 생각하는 힘, 논리적으로 본질을 파악하는 힘은 시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짧은 시간에 하기 위해서 면접을 본다. 좋은 질문을 통해서 예측을 할 수도 있고, 기술하는 글을 통해서도 그 사람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실무를 수행할 기초지식의 배경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가능성에 대해서는 또 존재하기도 한다.
파트장이 다 검토를 하고 와서 블라블라 이야기를 한다. 열심히 보았는지, 자기소개글과 문서를 작성한 모습의 불일치, Copy Paste라는 복붙처럼 다른 폰트 등을 세밀하게 지적한다. 무엇보다 해외영업이란 직종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견도 낸다. 종이를 넘기며, 우리가 여유가 있다면 이런 분야에 참 적합할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는 것을 보면 가끔 잔소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잠재적 업무역량을 종이 몇 장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직종 적합성에 대한 베테랑의 의견은 냉정하다. 당장 현업에서 그 대상을 리딩하고 함께 시장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영업 쪽에 어문계열의 지원이 많다. 하지만 무역 관련 학문을 배운 사람들이 우리 회사만 봐도 오래 남아있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지식의 부족은 초기에 다양한 시련을 거쳐야 하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 회사의 사업을 만드는 제품, 서비스는 사실 매일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청춘들이 업종과 직종의 차이를 세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은 선배들이 좀 더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다. 해외영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자동차 해외영업은 가능하고, 제약회사 해외영업은 안 한다고 한다면 이는 업종의 선호가 우선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 당장의 임금이 선호가 될 수 있다. 업종은 자기가 앞으로 살아갈 시대를 상상하며 선택하는 것이 좋고, 직종은 자신의 선호와 지식을 함께 보면 좋다. 이를 잘 돌아보고 선택하지 않으면 입사 후에 다시 어려운 선택을 빨리하게 되고, 경력이 지식으로 축적되는 과정이 더디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인사 담당자에게 가서 서류를 꼼꼼하게 읽어 보고 보냈는지, 그냥 지원자 서류를 통과시켰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잔소리를 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gate keeper이고 거기서부터 지원하는 청춘들의 삶을 소중하게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판단도 파트장의 생각과 같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하는 판단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하느냐 마느냐이다. 처음에 이야기하듯, 파트장이 인사채용 검토를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는 사람도 없는데 면접을 보라고 스토커처럼 쫓아다닌다. 아침의 태도를 보면 이게 성심성의를 표현하는 것인지 잔소리를 그만 듣고 싶은 소원인지 알 수가 없다.
"면접을 한 번 볼까?"라는 의견에 파트장도 호기심이 반쯤 왔다 갔다 한다. 다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본인도 청춘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본인도 이런 채용과정을 훈련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면접을 통해서 발견하고 가능성도 파악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갈 때마다 해외 영업인은 면접을 보게 된다. 성과 없이 돌아서는 길을 수도 없이 걸어야 하고, 걸을 만큼 다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나주는 고객이 고마울 때도 있고, 한 번 만나보고 싶은 고객이 있고, 제발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고객도 있다. "좋은 질문을 준비해봐, 그래야 본인이 보고자 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라고 했다. 네가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이는 어리고 젊은 청춘들이라는 관점도 맞지만, 그들이 좀 더 즐겁고 잘 살아가는 청춘이 되는데 보탬을 주는 것도 앞서서 살아가는 오래된 청춘들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고 그렇게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도 하니까..이런 생각은 말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것도 또 편견을 낳기도 하지만 잔소리 많은 팀장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아는 파트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인사 담당자는 다시 입사 지원자들에게 전화를 하고, 한 청춘은 쉬고 계신데도 바쁘신지 성의 없는 답변이 결국 인연을 없애는 결과를 찾아왔다. 다른 청춘은 이직을 준비 중이기에 나보고 야간 면접을 보시란다. 아마 기계적인 판단을 했다면 더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세상에서 유일하고 소중한 존재다. 인연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입사지원자도 인사 담당자도, 채용을 요청하는 실무팀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절이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 사서 고생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말이다. 전자업종, 제조업, 해외영업에서 요즘은 사람 찾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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