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책을 읽기 전 이런저런 생각을 적었다. 가장 먼저 위트 있는 번역이 좋다. 너무 고상하지 않고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세상에 넘치는 것이 아이디어다. 모두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확신 또는 확증 편향을 갖는다. 그렇게 좁은 시야는 망하는 이유가 된다. 조금 멀리 떨어져보면 세상이 오래된 인류 문명의 축적만큼 단단하다는 것이다. 역사에서 인간의 변화가 더딘 이유는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생각을 깨닫고 받아들이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더 심도 있게 생각하고 찾아보면 내가 한 생각을 먼저 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매력적이고 엔지니어들 중에 애플빠가 많다. 왜 그럴까? 직관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던 생각을 현실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Pretotype은 표현은 다르지만 maker's movement, Agile process에 언급하는 Prototype과 유사하다.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서 약식 검증을 하는 일이다. 이런 생각의 본질은 제품, 서비스, 사업, 솔루션 기획과 같은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내가 주식을 시작하고 실제 1주를 사서 며칠 적응해 보며 얻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훨씬 현실적인것처럼. 정주영의 "해봤어"는 계속 유효할 것이다.
이 책을 책의 언어가 아니라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나만의 좋은 생각이 타인도 좋아하는 생각이란 근거는 없다. 나는 '될 놈(The Right it)'이라 생각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안 될 놈(The Wrong it)'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시장이고 세상이다. 따라서 다 만들고 확인하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간략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확인은 나의 느낌, 감, 촉이 아니라 측정가능한 데이터를 참고해야 한다. 우리는 말과 글을 통해서 설명을 하지만 나의 설명은 편견, 왜곡, 특정한 조건의 구속과 같은 제약이 존재할 수 있다. 일반화가 되어야 이론으로 정립되듯 어떻게 내 생각을 타인들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내가 제품, 사업 기획을 하며 느낀 점은 모든 실패는 기획의 실패로부터 시작한다. 일상생활용어로 "누가 그래?"라는 말에 "나만 그래!"라는 답변인 셈이다.
될 놈의 씨앗은 생각이다. 대부분 그 생각을 섬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최근 AI를 하고 dash board를 통해서 visualization을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문해력 수준을 아는가? 2008년 문해력 수준의 자료를 보면 대단히 놀랍다. 사실적 이해 70.8%, 추론적 이해 67%, 비판적 이해 57.5%의 문해력이 대한민국의 평균값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말이 2천 년이 넘게 왜 유효한지 알 수 있는 말이다. 아이디어도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간단하게 블록 다이어그램, 초등 수준 그림, 핵심 기능, 특성의 요약을 정리하곤 했다. 그 뒤로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줄기차게 묻는 일"을 한다. 누구한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만의 검증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 후에는 판단에 대한 신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자칭 책상머리 전문가들은 '될 놈', '안 될 놈' 구분없이 안 되는 이유를 말하는 것에 정통하다. 그들에게도 한 부분의 전문성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시장이라고 불리는 개개인의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상상하는 범주를 잘 넘지 않는다. 책 속에 상상랜드란 표현은 이런 구체화되지 않은 생각의 초안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말로는 집도 사주는 신기방기한 아이디어가 그곳에 있다. 현실속에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과 다른 구체적인 설계, 허가, 건설, 시공, 검사, 법과 제도의 준수와 같은 사항이 있다. 내가 체험한 경험으로 상상랜드에는 엄청난 숫자의 스티브잡스, 에딘슨, 엘런 머스크, 제갈량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람 열 명이 모이면 타협이란 없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통해 결론없는 정상 회담이 진행된다.
XZY라는 변수를 숫자화한다는 저자의 말은 유의미하다. 쉽게 생각하면 측정 대상에 가설의 설계다. 오래 전 엑센츄어 박사 컨설턴트의 끊임없는 교과서 기반 주장에 대해서 "이쪽 일 해봤어요?"라고 물어보고 아주 건조하게 교과서와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다. 현실에 이론은 참고 자료다. 이론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론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도 모르기 때문에 아무거나 만드는 아이디어를 승인하고 실행하여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협력이 필요한 시대 그 협력이 중요한 시대다.
분석 툴에 현실을 맞춰 해석하면 망한 데이터가 나온다. 유사사업의 데이터는 참고용이다. 실전에서 "000이라고 합디다"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일 뿐이다. 목숨이 걸리면 결과가 바뀐다. 북한만 봐도 목숨 걸고 하니까 ICBM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케인즈도 금에 대한 비판 후에 금으로 돈을 벌었다. 기자의 질문에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뀐다. 경은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변수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상황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서 미래의 경향과 트렌드에 대한 변동폭을 더 좁게 갖고 갈 수 있다. 요즘 AI(Automony) 방법이 그렇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선거 모집단 통계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가설 검증의 검토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돈 쓰고 이 아이디어도 '될 놈(The Right it)'이 아니면 10에 8은 경을 친다. 사무실 주변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거기에 "내가 뭐라고 했어"와 같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멘트는 또 다른 화를 부르기도 한다.
나의 현실적인 방법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 먼저 스케치를 해 본다. 그럴싸해 보이면 우선 사용자라기 보단 잠재적 태클러이자 구타유발자들을 찾는다. 사내에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개별적으로 물어본다. 이때가 제일 기분이 나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느낌적 느낌이랄까? 그렇게 몇 번 생각을 정리한 후에는 본격적으로 '될 놈(The Right it)'을 검증하기 위해서 R&D라는 한 발은 상상랜드에 걸친 사람들에게 가능성을 확인한다. 이 때에는 금전적 자원이 투입될 때가 많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그런 후에 "사줄 수도 있는 놈(Partner, Customer, User)"에게 질문한다. 답변은 천차만별이다. "장난해?!", "말은 된다", "미친 거야?", "고마해라"가 많다. "그만 떠들고 갖고 와 봐" 또는 '좋은 생각이다'는 듣기 힘들다. 이런 측정을 통해서 타율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kick off를 해 볼 수도 있다.
내가 왜 '사줄 수도 있는 놈'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내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연결된 시장은 연결을 통해 상호 간에 특수성이 존재한다. 집토끼가 산토끼보다 중요하다. 집토끼를 확실하게 잡은 연후에 산토끼를 잡으러 가야 한다. 연결하려는 시장은 특수성을 구축해야 한다. 경쟁사도 혹해서 파트너로 만들수 있는 제품을 하루아침에 만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다. 그렇다면 아무나 창업의 문을 부수고 벌써 승승장구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로또 맞길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스타트 업이나 벤처라면 어차피 토끼가 없기 때문에 도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책의 말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pretotype을 통해 기획, 검증, 실행, 리뷰, 피드백과 같은 체계적인 관리는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PMP, agile 관련 도서 한 두권만 봐도 기초정리는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경험을 침소봉대하면 world report를 내는 조사기관도 08년 금융위기가 온 뒤로 시장 예측이 20%, -40%, -30% 매주 바뀐다. 나중에는 자기들 분석하는 excel sheet를 통째로 보내줬다. 그때 든 생각은 전문가들도 급하면 막 하는구나?라는 추억이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나도 동의하지만 조금 다른 생각이 있다. 데이터는 어차피 과거의 축적이다. 우리는 미래를 미리 축적할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스스로의 학습을 통한 통찰력, 안목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은 각자의 몫이다. 해석이 잘 되었다고 결과도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시작의 계기일 뿐이다. 그 후로는 자신의 선택과 판단에 스스로 신념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 용기가 생기고 될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이 생기고 몰입하게 된다. 몰입 상태도 사실 확증편향의 상태가 아닐까? 그런 상태를 불광불급이라 부르지 않을까? 뭔가에 미쳐 돌아가야 그 분야에 실력이 쌓이는 것처럼 미친듯이 일사분란하게 해봐야 결과도 나오고 실패해도 배움이 있다.
알베르토 사보이아 저/이지연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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